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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u Oct 03. 2022

나를 기분 좋아지게 하는 것들

부슬부슬 보슬보슬 내리는 비에, 빗소리에 기분 좋아하며 절친 이슬이와 휴일 오전 브런치를 하러 나섰다. 와우. 가을비 내리는 날 브런치라... 오늘 날 너무 좋다! 느낌있어. 감성적인 걸. 연신 오늘의 날씨에 감사해하며 설레는 마음 가득 안고 지하철을 탔다. 


이슬이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는, 집에 거의 다다랐을 즈음이면 우산을 쓰지 않고 온전히 온몸에 비를 쫄딱, 흠뻑 맞고 하하하호호호하며 집으로 들어가야지.라는 다짐과 함께(나는 어릴적부터 비를 참 좋아했으며 여전히 그러하며 비를 쫄딱 맞는 것을 즐기는, 하늘 위를 올려다보며 쏟아지는 비를 내 얼굴 내 온 몸에 뚜닥뚜닥 뚝뚝 맞는 그 촉감과 그 소리와 그 기분에 쾌락을 느끼는 성미를 가졌다. 우산도 웬만하면 잘 쓰지 않는다)


두 아이의 엄마이자 육아로 바쁜 이슬이는 눈과 마음이 참 맑고 깨끗한 내 씨티동기이자 친구다. 이슬이를 딱 보자마자 아침까지만 해도 아주 많이 가라 앉아 있던, 침잠해 있던 내 감정이 언제 그랬냐는 듯 순식간에 사라졌으며 우리는 못다한 아껴뒀던 이야기 보따리를 푸느라 정신이 없었다. 맛있는 브런치를 먹고선 내가 자주 가는 단골 카페로 향했다. 오늘같이 부슬부슬 가을비가 내리는 날엔 광화문 Four B 창가자리가 제격이다. 내가 딱 비었으면 했던 자리가 남아있었고 자리를 잡은 뒤 우리는 서둘러 슈레드가 들어간 베이글과 무화과 크림치즈에 아메리카노 두 잔을 주문했다. 


둘이 연신, "너와 함께 있는 지금 이 시간이 너무 행복하다. 나 기분이 너무 좋아. 그리고 네가 너무 예뻐보인다." 하는가 하면 "결국은 사람이야 그지. 누구와 함께하느냐인 거지. 창밖 봐봐. 지금 모든 게 완벽하다." 참, 그녀의 결혼식 부캐를 내가 받았었다. 그 시절 우리의 모습을 떠올리며 울고 웃기도 조금은 변해버린 우리의 겉모습에 "우리 진짜 나이들었다."하기도. 그러나 나이듦이 결코 싫지 않다고. 나는 덧붙여 말했다. "우리 그대로야. 우리의 순수하고 맑았던 그 마음은 그대로야, 변한 건 우리 육신, 껍데기일뿐..." 


우리는 그렇게 서로를 위로해가며 공감해주며 그 시간과 공간 자체를, 지금 이 순간을 즐기며 행복해했다. 이슬이가 챙겨온 파라솔 같은(쨍한 주황색에 과장해서 파라솔 같이 큰 우산이었다)우산 하나를 나눠쓰며 비오는 거리를 산책했다. 행복은 순간순간 우리가 느끼는 기분.이라는 설명이 참 맞아 떨어지는 순간이었다. 


나와 결이 같은, 나와 대화가 잘 통하는 사람들과의 만남은 언제나 호랑이 기운이 솟아나는 듯한 에너지와 기쁨과 안정을 준다. 오늘 역시 내겐 아주 그런 날이었다. 나를 기분좋게 하는 것들이란... 내 삶, 내 일상 속 작은 하나 하나 그 자체들과 그 자체들의 연속 또는 크고 작은 내 삶의 스토리와 에피소드, 플롯의 집합, 교집합, 합집합 등등이라고 할까. 내 삶이 아름답다고 느끼는 순간들은 엄청난 것이 아니라, 결코 화려하거나 큰 것이 아니라 이런 단출함과 소소함과 사소함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난 느낄 수 있다. 그 자체만으로도 감사한 내 삶이다.


이제 집에 돌아가서는 뭐할거야?라는 이슬이의 물음에 난, "가서 글 한편 쓰구. 나의 해방일지 보다가, 지브리 코쿠리코 언덕에서 볼 생각이야."라고 답했다. 나는 지브리 일본 애니매이션이나 일본의 가족영화를 볼 때 느끼는 그 특유의 편안함과 잔잔함을 사랑한다. 그래서 최소 열 번 이상 본 것이 많고 굳이 보지 않아도 일부러 틀어놓기도 한다. 무튼 아쉬운 친구와의 작별을 뒤로하고 나는 내가 말한대로 지금 이렇게 글을 쓰고 있으며 나의 해방일지.를 보고 있다. 대사 한마디 한마디가 어쩜 우리네 이야기인지. 펜의 힘은 실로 참 강하다는 생각까지. 


나에게 나를 기분 좋게 하는 것들...이라하면 내게 행복을 주는 것들과 동의어다. 나는 생각보다 아주 자주 수시로 시시로 기분좋은 상태, 행복한 마음을 느끼는 편이라고 생각하는데... 그 모든 것은 내 안의 나. 내 안의 참된 자아에 달렸다는 생각이다. 에고를 넘어선 내 참된 자아를 만나는 내 여정은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다. 요즘 아주 강력하게, 올해 혹은 근래 이런 우울감과 불안감이 요즘처럼 밀려왔던 때가 있었던가. 이런적이 있었던가.했는데 이런 기분은 아주 간만인 것 같다. 지난 주에 있었던 일 때문에 내 감정이 이리 되었다는 것은 분명한데 이미 지나간 일이며 나는 나를 다독여가며 잘 이겨낼 것이다. 


오늘부터 아니 지금 이 시간부터 휴... 인생 어느 것 하나 내 맘대로 되는 게 없구나.가 아니라 인생 어느 것 하나 내 맘대로 되는구나.를 입에 달고 살기로 한다. 


좋은 사람과 함께 였던 오늘 내 하루, 그 자체로 완벽했고 힘을 내 다시 잘 살어리랏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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