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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u Nov 03. 2022

내 삶도 와인처럼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명상음악, 빗소리, 새소리 등이 가미된 피아노 연주곡을 켜는 일, 습관이 됐다. 이 음악이 주는 여유와 편안함, 안정감. 나는 앞으로도 포기할 생각이 없다. 오늘 아침 나의 선곡은 "In the woods." 청량하고 맑고 깨끗하다. 여기에 커피 한 잔의 여유까지. 


며칠을 고민했던 내 선택이 조금은 선명해지면서 내 기분도 예전처럼 다시 선명해지고 있다. 어제 늦은 밤, 휴대폰 메모에 저장해 두었던 법정스님의 말씀을 한참을 꺼내 보았다. 


"과거를 후회하며 삶의 '오답'을 찾아내려 하지 마세요. 삶에서 그 어떤 결정이라도 정답이 될 수 있고 오답도 될 수 있어요.  즉, 삶에 정답은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끊임없이 정답을 찾고 쫓는 게 습이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후회를 해요. 지나온 삶을 돌이켜 후회한다는 건, 지난 내  삶의 선택이 잘못되었고 정답이  아니었다고 분별하는 것이에요.  그럴 필요  없습니다. 지금 내가  서 있는 이 자리가  정확히  내  자리예요. 그때 그 결혼을 했더라면 그때  그 사업을 했더라면 그때  또 그때... 한없이 삶의 오답을 찾아내려 하지  마세요. 정답과 오답을 나누며 분별하는 마음이 괴로움을 몰고 옵니다. 어느 길이든 그냥 그대로 다 받아들이면 그대로 정답이 되는 것이에요."                                                                                                          -법정-


지금 이 시점의 내게 꼭 들어맞는 말이었고 역시나 법정스님의 말씀에 크게 위로받을 수 있었고 내 마음의 고삐를 다시 바짝 잡을 수 있게 되었다. 도헹지이성. 내가 가는 길이 곧 길이다.라는 장자의 말씀도 함께 새긴다. 


나이가 들어서인지. 언제부터인가 내 삶을 조금씩 조금씩 관조하기 시작해서부터인지. 나는 못난 나, 부족했던 나, 미련했던 나, 실수투성이었던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나를 인정하는 일이 이토록 괴롭고 고된 일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그 깨달음과 함께 나도 성장하고 있음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 요즘이다. 방황했던 나도 나였으며 그토록 방황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이제는 조금 알 것 같아서 나는 이제 그 모든 것을 수용하고 롤러코스터처럼 불안정했던 그 시절의 나를 마음껏 위로하고 있는 중이기도 하다. 


결핍은 축복.이라는 법정스님의 이 말씀을 나는 참 좋아하는데, 법정스님의 한 글자 한 글자는 날 웃게 울게 한다. 오늘 아침 내 선곡의 제목 숲 속에서.처럼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는 지금 마치 고요한 숲 속을 혼자 걷고 있는 듯한 기분이다. 눈을 지그시 감아 보기도 둔탁한 키보드 소리와 이 청량한 사운드는 생각보다 호흡이 꽤 잘 맞다. 


돌이켜보면 내게 주어졌던 내 안의 고독과 불안과 우울, 괴로움, 외로움, 상실... 이 모든 것은 축복이었다. 이러한 결핍이 있었기에 나는 삶을 배울 수 있었고 내 안의 나를 만날 수 있었고 내 스스로를 치유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었다. 그 끝에서 나는, 나를 극복할 수 있었다. 


나는 이제 더 이상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좋은 일이 오면 감사합니다. 설령 좋지 않은 일이 와도 나는 감사합니다. 제가 또 깨달을 수 있어서.라고 말한다.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축복.이라는 생각은 삶의 고비마다 날 일으키게 하는 힘이다. 


내 삶도 와인처럼. 이 말이 조합이 되면서 불현듯 내 머릿속에 떠올랐다. 파리 살던 시절엔 질 좋은 풍미 가득한 게다가 가격까지 저렴한 레드, 화이트 와인을 자주 마셨었는데 그때마다 생각했었다. 내 삶도 이 와인처럼. 하고. 내가 와인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와인 한 모금 한 모금 마실 때마다 내 혀의 감각을 온전히 느낄 수 있어서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어느 순간 적당히 기분 좋은 상태가 되면서 나를 관조하게 되는 그 모먼트를 사랑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내 삶도 깊고 진한 레드 와인처럼, 그 누가 아닌, 나 자신을 기꺼이 위로하고 안아주고 만족할 줄 알고 기분 좋게 해 줄 수 있다면야 그것이야말로 낭만적인 삶이 아닐까. 내 삶도 와인처럼 세월이 가면 갈수록 깊어지고 여유와 운치와 낭만이 가득하기를 나는 소망한다. 


나는 내 선택에 힘을 더 실어줄 참이다. 앞으로 펼쳐질 내 삶의 새로운 시작을 나는 기꺼이 내 온 우주의 마음을 담아 응원할 것이다. "까짓 거. 해보지 뭐."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내가 상상한 대로 현실이 된다. 그러니까 잘 살아보자!" 

오늘의 감사일기에 이렇게 마침표를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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