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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렌치 토스트 한 입

by miu

아침 햇살이 쨍하다. 블라인드 사이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끝끝내 사선을 그리며 안녕? 나왔어! 하고 얼굴을 들이밀고야 마는 아침 햇살이 이 아침 유독 새로이 내 눈을 사로잡는다. 새삼스럽게. 문득. 이렇게.


아침 햇살을 그윽하게 바라보다 소파에 앉았다. 음... 내 마음에게 천천히 물었다. "잘 잤니? 기분은 어때?" 다행히도 오늘은 별일 없는 듯하다. 여느 아침처럼 커피를 내렸고 오늘 아침엔 명상음악을 잠시 생략하고 즐겨보는 프로그램 살어리랏다. 를 틀어놓았다. 각기 자신만의 철학과 가치관으로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내 삶의 주인으로 가는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다 보면 내 마음까지 차분해지고 편안해진다.


무튼 지금 내 마음이 고요하다는 것을 확인한 후 아침을 준비하러 부엌으로 향했다. 토스트 먹을까? 오늘 아침엔 프렌치 토스토로 정했다. 보통의 네모난 식빵은 없고 동그란 햄버거 빵은 있었다. 아무렴 어떤가. 프렌치토스트가 꼭 네모난 식빵으로만 해야 하나. 평소에는 부드러운 브리오슈를 사다가 프렌치토스트를 만들어 먹는다. 프렌치토스트... 파리 살 때도 소위 징글징글하게 자주 만들어 먹었던 음식이기도 하고 넉넉하게 만들어 예쁘게 포장해 주변 사람들에 선물하는데도 부담스럽지 않은, 꽤 괜찮은 간단한 음식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요리에 정해진 답은 없다고 생각한다. 인생에도 정답이 없듯, 요리가 정답 없는 내 인생 같아서 내가 요리를 그리도 좋아하나 보다. 비주얼도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요리 레시피는 내 멋대로이면 더 오케이. 완성된 요리가 이왕이면 예쁘면 기분이 좋겠고 맛도 어메이징 하다면 그것이야말로 요리법과 상관없는 나만의 어메이징한 레시피가 된다.


꽤 오래전 친구 미래가 웨딩촬영을 한다고 스텝들과 먹을 케이터링을 부탁했었는데 간식으로는 이 프렌치토스트를 만들었었다. 너무 부드럽고 맛있다고 어떻게 만드는 거냐고 레시피를 많이 물어봤던 것도 이 프렌치토스트였다.


오늘 아침 역시 프렌치토스트 3-4개를 만드려다 몇 년 전 파리 3구 내 집 부엌이 선명하게 들어왔고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Tones and I의 Dance Monkey 노래를 따라 흥얼거리며 춤추며 토스트를 뒤집던 내가 떠올랐다. 와우. 그땐 그랬지. 그러고 보면 난 확실히 요리할 때, 부엌에 있을 때, 요리 도구들을 만지작만지작 거릴 때... 큰 행복감을 느끼는 사람이다.


우리 모두 각기 자신만의 프렌치토스트 레시피가 있지 않을까. 비슷할 것 같으면서도 손맛이라든지, 재료의 비율이라든지 간소한 차이가 큰 차이를 만들듯. 그렇지만 확연히 다른 맛을 낼 수 있는 것 또한, 개개인의 개성이 가득 들어갈 수 있는 음식 또한 이 프렌치토스트가 아닐까 한다. 아주 간단하지만 심플하지만 그 맛과 비주얼은 전혀 가볍지 않은 프렌치토스트라서 가성비 측면에서도 훌륭하다는 생각이다.


내 레시피 대중없지만 어느덧 익숙하고 나만의 것이 되어버린 그런 녀석이다. 재료들은 이러하다. 버터, 빵(식빵, 브리오슈, 바게트, 햄버거 빵... 등 어느 빵이건 상관없다는 생각이다. 개인적으로는 브리오슈를 추천한다. 고급스러운 느낌과 맛이 있다), 설탕, 우유, 슈가 파우더, 가니쉬로는 직접 만든 잼 혹은 블랙 커런트 잼.


요리법은 더욱 간단하다. 오늘 아침 만든 프렌치토스트를 예를 들어본다. 달걀 3-4개 정도를 고루 푼다. 거기에 백설탕을 달달할 만큼 넣어준다. 큰 숟가락 2-3스푼 정도 넣어주고 새끼손가락으로 살짝 찍어 맛을 본다. 더 넣어야겠다 싶으면 설탕을 더 넣어 기호에 맞게 간을 맞춘다. 동그란 햄버거 빵 2개를 2등분 한다.(총 4조각). 부드러운 프렌치토스트를 선호하는 편이라 우유에 푹 담가준다. 달걀물에 빵이 스펀지처럼 쪽 빨려졌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푹 담가놓는다. 팬에 버터를 듬뿍 두르고 살짝 열기가 올라와 보글보글하면 그때 빵을 휘리릭 살포시 올려준다. 불 조절도 중요한데 노릇노릇하게 잘 구워주면 끝이다.


정말 간단한데 맛은 왜 이리 어메이징한지. 다 구워낸 토스트를 몇 달 전 자라홈에서 산 그린그린한 플로럴 접시에 예쁘게 잘 담아준다. 살살하며 접시에 토스트를 옮길 때 그 동작과 나의 상태와 마음가짐이 나는 참 좋다. 마지막으로 그 위에 슈가 파우더를 솔솔 뿌려 준후 블랙 커런트 잼을 올려주고 거기에 냉동 딸기 혹은 냉동 블루베리들을 살짝 으깨어 올려준다. 완성이다.


개인적으로는 갓 구워낸 뜨끈뜨끈한 프렌치토스트보다는 식은 프렌치토스트가 훨씬 맛있다. 식은 프렌치토스트에 아메리카노 한 잔, 요거트 그릇에 요거트도 조금 덜어내 한 상에 담았다. 나를 위한 아침 상. 이만하면 충분한데 나를 위한 요리가 매 번 날 대접해주는 것 같아서 요리를 하는 그 모든 과정에 소홀할 수가 없다. 요리를 통해 나를 알고 나를 깨닫고 나를 느끼고 나를 사랑하는 방법을 나는 또 이렇게 내 마음속에 켭켭이 쌓는다.


내 삶도 달콤달콤한 그렇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프렌치토스트처럼 살갑기를. 오늘 아침 이 요리 하나에 나는 내 목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고 내 리듬에 나만의 리듬에 장단 맞춰 춤출 수 있었다. 오늘의 요리 역시나 대성공이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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