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두 잔째다. 믹스 커피 한 잔을 이미 한 차례 마신 지 불과 한 시간도 채 지나지 않았다. 이번엔 아이스로 진하게 한 잔 탔다. 물은 아주 쬐끔 넣어 풀었고 얼음은 꽉 차게 넣어 얼음물이 조금 녹을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잠시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두 번째 마시는 진하디 진한 이 믹스 커피 한 잔이 맛있었고 그로 인해 기분이 좋아졌고 순간 행복감을 느꼈으면 그랬으면 되었다. 미니 크로와상 샌드위치에 대한 글을 한 번 써볼까. 주말이라 그런지 살짝 심심한 모양새다. 외출하지 않고 내 집에서 내 공간에서 지금 이 순간 그리고 오늘 하루 내가 기분 좋아질 일들을 소소하게 찾고 있다.
참으로 감사한 건, 글을 쓰는 일이 내겐 힘들거나 부담이 아니라 그저 글을 쓰면 기분이 째지는 나라는 사람을 정화하고 치유하는 행위이자 다른 누구가 아닌 나를 위로하고자 나를 다독이고자 나를 살뜰히 보살피고 챙기고자 하는 일이기에 더욱이 그럴는지도 모르겠다. 내 생각의 무의식과 의식이 뒤섞여 쉼 없이 문장문장 문단문단 사이를 내려간다. 그 흐름이 날 몰입하게 한다. 무튼 글도 요리처럼 내겐 사랑이다.
나를 기분 좋게 하는 행복하게 하는 글쓰기, 요리, 책, 수영... 등등 나를 알게 되자 행복할 일 투성이다.
나라는 사람은 늘 그렇듯. 소파 위에서 아니 에르노의 사진의 용도를 읽다가 번뜩 "나의 미니 크로와상 샌드위치 레시피"라는 말이 떠오를 일인가. 무튼 나는 그렇게 생뚱맞은 사람인데 책을 덮고 다시 노트북 앞에 앉았다. 좋다. 나의 미니 크로와상 샌드위치 레시피...
미니 크로와상 샌드위치는 내가 한 때 케이터링에서 빼놓지 않았던 것인데 독특한 맛에 인기가 많았던 메뉴다. 나도 어떻게 해서 이 레시피가 탄생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갖은 샌드위치 재료들을 섞다 보니 정말 아주 우연히 만들어진 레시피일 것이다. 레시피를 따로 기록해두거나 하지는 않았으나 내 머리가 기억하고 내 몸, 내 손이 기억하고 있다. 여전히 같은 맛을 낼 수 있고 뚝딱 만들 수 있는 내 시그니처 샌드위치 요리라 할 수 있다.
한창 요리 하던 시절엔 코스트코를 제 집처럼 드나들 때가 있었다. 미니 크로와상을 사는 일을 한 번도 빼놓지 않았었는데 지금도 이 미니 크로와상을 파는지는 모르겠다. 내가 만든 미니 크로와상 샌드위치 사진을 보다가 한창 요리하던 그때의 감성과 분위기가 단숨에 날 감싼다. 요즘 부쩍 요리를 하다, 장을 보다, 전에 내가 만든 음식 사진을 보다, 그때의 나로 돌아간 듯한 꿈 많았던 그 시절의 초아로 돌아가는 것 같아서 조금은 복잡 미묘한 알 수 없는 신비감에 벅차오르는 설렘까지 겹친다.
날 설레게 하고 날 행복하게 하는 요리를 다시 해볼까. 소소하게 단출하게 낭만적이게 살고 싶은 나의 바람을 나는 내 요리에도 가득 담는다. 내 삶의 가치관과 철학을 내 삶의 태도에 고스란히 반영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내 삶은 충분히 아주 충분히 만족스럽고 내가 가진 모든 것에 감사할 줄 알게 된다. 삶에 대한 감사함이 나를 일으키는 힘이기도 하고.
미니 크로와상을 구하는 게 생각보다 어려운데 발견하기라도 하면 곧장 주문해 조만간 미니 크로와상 샌드위치를 아주 오랜만에 다시 만들어봐야겠다. 나의 미니 크로와상 샌드위치는 흔히 생각하는 혹은 예상할 수 있는 보통의 맛있는 샌드위치 맛과는 조금 다르다.
요리도 요리를 만드는 사람을 닮는 건가. 나와 내 요리를 보면 무조건 맞다. 나와 내 요리는 꼭 닮았다.
씹으면 씹을수록 좀처럼 정체를 알 수 없는 조금은 독특한 맛을 내는, 미스테리한 나의 미니 크로와상 레시피를 소개한다.
역시나 계량에 취약하다. 미니 크로와상은 빵칼로 가운데를 슬라이스 해준다(포인트는 크로와상을 반으로 다 자르지 않는 것. 속재료를 넣을 입을 벌려준다는 생각으로), 요리 시작 한두 시간 전쯤 우유에 마리네이드 해둔 닭고기 안심을 버터와 마늘 슬라이스를 볶은 기름에 아주 노릇노릇하게 바싹 굽는다.
식혀둔 구운 닭고기를 먹기 좋은 크기로 쩍쩍 찢어주고 큰 볼에 담는다. 샐러리도 닭고기와 같은 비율과 양으로 찹해 볼에 섞는다. 드라이 크랜베리도 듬뿍 양껏 넣어준다. 여기에 설탕, 소금 조금 적당량을 넣어주고 질퍽한 텍스처가 날 때까지 마요네즈도 듬뿍 넣어준다. 홀그레인 머스터드도 색을 헤치지 않을 밸런스로 적당히 넣어준 후 이 모든 재료를 고루 섞어준다. 이렇게 속재료는 모두 완성.
미니 크로와상의 맨 밑에 치커리를 고루 깔아준 뒤 토마토 슬라이스 1-2개를 올려준 뒤 준비한 속재료를 통통하게 퉁퉁하게 가득 넣어 윗 크로와상 뚜껑을 덮어 모양을 살포시 잡아준다. 브라운, 그린, 아이보리 화이트 색의 조합 덕분에 더욱 먹음직스러워 보인다.
독특한 맛은 샐러리에서 오는 것 같다. 샐러리 자체도 호불호가 있을 수 있지만 상큼하면서도 뭐라 설명하기 어려운 그 텍스처와 맛이 나머지 재료들과 기가 막힌 밸런스를 맞춘다. 무튼 맛이 있다.
사람마다 무언가를 하면 행복해지는, 기분 좋아지는, 즐거운 행위 혹은 놀이는 다 다를 것이다. 그게 무엇이든지 간에 지치고 팍팍하고 외롭고 힘든 삶의 무게를 온몸으로 안고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필요한 건 어쩌면 거창한 게 아닐지도 모른다.
나에게는 그것이 글쓰기나 요리인 것처럼, 내 마음에게도 이런 선물을 부담 없이 무심하게 툭 주다 보면 어느 순간엔 나와 내 삶을 대하는 태도와 세상이 달라 보이는 마법을 경험하게 되지 않을까. 내 안의 우주 안에서 나를 데리고 잘 노는 방법을 아는 것이 어쩌면 가장 큰 성공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