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볶이 한 그릇

by miu

오전을 충만하게 보낸 후 느긋하게 집으로 돌아왔다. 여전히 창밖 너머엔 하얀 솜사탕이 방울 방울 떨어지고 있다. 반갑고 설레고 아름답다.


하늘에서 내리는 거라면 다 사랑하는 취향을 가졌다. 눈. 비.만 내리는 날엔 내 행복지수는 만땅이 된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엔 비를 맞으며 하염없이 달리는 것을 즐기고 오늘처럼 이렇게 눈이 펑펑 오는 날이면 집에 그냥 들어가기 싫어진다. 오늘도 난 집에 돌아올 때까지 내 옷가지와 머리카락이 얼굴이 축축하게 촉촉하게 젖을 때까지 걷고서야 집에 들어왔다.


그제부터 갑자기 떡볶이 생각이 났다. 사실 나는 떡볶이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분식집에서도 순대와 튀김을 포장하지 떡볶이는 제 돈 주고 사먹은 적이 손에 꼽을 정도다. 그래서 유독 취약한 것이 떡볶이를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하기까지 했다. 무튼 오늘은 떡볶이를 먹어볼 요량으로 마트에 들러 장을 봐왔고 심기일전해 떡볶이를 뚝딱 완성했다.


떡볶이를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감안하면 분명 그리 맛만 보는 수준일 터인데 어찌 나는 떡볶이 뿐만이 아니더라도 요리만 했다하면 3-4인분은 거뜬 하는지. 1인분을 만드려던 내 계획과 다짐은 온데 간데 없고 기어코 3인분 양을 만들고야 말았다. 물론 나머지는 스테인리스 통에 넣어 두었다.


무튼 떡볶이를 만들어 먹다, 여전히 원없이 내리고 있는 창밖너머 하얀 눈을 보고 있자니, 딱히 엄청난 생각이 떠오른 것은 아니고 그냥 이 순간을 고요하게 소박하게 단출하게 즐기고 싶어졌다. 모든 볼륨은 정지 된 채 나는 그렇게 소파에 앉아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다.


내 주변엔 떡볶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떡볶이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곤 나밖에 없었고 떡볶이의 떡보다는 퉁퉁하게 완전하게 익은 어묵을 몇 점 먹는 정도였다.


몇 년 전 추운 겨울 오늘 같이 펑펑 눈 내리던 어느 날, 퇴근 길에 유연언니(언니는 떡볶이를 참 좋아했다. 그런 언니를 따라 참 자주 먹게 됐고 내 인생에서 떡볶이를 가장 많이 먹었던 때도 언니와 자주 함께했을 때 였다)와 광화문역 지하(그랑서울이었던가 어느 건물이었는지 도통 기억이 나지 않는다)군만두가 들어간 각 테이블마다 직접 끓여주는 국물 떡볶이를 종종 먹었던 기억. 참 자주 갔던 합정역 조폭 떡볶이. 떡볶이 한 그릇에 지나간 그리운 내 젊은 시절들이 한 껏 몰려온다.


대학시절엔 광화문 교보를 제 집처럼 드나들었고 광화문역에서 직장생활을 했기에 주말 약속도 거의 광화문역이었기에 내 삶에서 광화문에서의 추억.이란 앙꼬 없는 찐빵과 같다고 하겠다. 지갑이 얇디 얇았던 대학생 시절 스터디 끝나고 자주 갔던 화목순대국이 생각나는 날씨다. 직장인 점심 맛집으로 한참 자주 갔던 뚝감. 감자탕집도 가고 싶다.(퇴근 후엔 삼겹살과 소주 한잔 하러 종종 갔었다) 얼마 전 상금언니와 통화하다 다음에 우리 오랜만에 뚝감가서 삼겹살 먹자고 했다.


추억이 깃든 곳을 나열하자면 오늘 하루 밤새서도 못할 것 같다. 추억은 곱씹으라고 있는 것 아니겠는가. 이따금씩 오늘처럼 그때그때 추억하고 절로 생각나는 기억들을 조각조각 꺼내어 마음껏 그리워하기로 했다.


눈이 내려서인가. 오늘 왜 이리도 감성적인 사람이 돼 버리는지. 내가 본래 꽤나 감성적인 사람인 걸 어쩌겠는가.


사는 게 별 건가 싶다. 작은 것에도 만족할 줄 알고 기뻐하고 행복하면 큰 것이라하면 그 얼마나 기쁘고 행복하겠는가. 세상이 온통 아름다워보이는 마법을 경험하게 되는 것은 물론이다. 이곳에 내리는 눈은 내 간절한 바람대로 여전히 그칠줄 모르는 모양새다. 내일까지 폭설이 이어진다고 하니. 조카들이랑 눈사람 만들러 서둘러 집을 나서야 겠다.


행복은 늘 가까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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