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찰하는 인간

by miu

주문한 작은 서랍장 하나가 도착하기로 돼 있어 차제에 집안 살림살이 배치도 다시하고 치울겸 이리저리 분주한 아침이다. 아침은 꼭 챙겨먹는 편이라 곧장 부엌으로 가 아침을 사부작사부작 만들었다.


모닝커피는 필수. 오늘 아침은 치아바타 샌드위치로 정했다. 햄 슬라이스, 토마토 슬라이스, 체다 치즈, 마요네즈와 디종 머스타드, 레몬즙, 소금, 후추, 화이트 비네거로 드레싱을 만들어주고 있는 남아있는 치아바타 반쪽 안을 통통하게 채웠다. 요거트 1개와 바나나 반쪽도 예쁘게 접시에 담았다.


아침을 만들면서 동시에 점심 도시락도 쌌다. 도시락을 싸고 있자면 마음이 정리되고 살뜰해지고 가뿐해지고 기분좋아진다. 마지막 음식까지 가지런히 담은 후 도시락 뚜껑을 닫았을 때 그 똑딱 소리마저 정겹다.


오늘 아침 선곡은 김동률의 감사와 기억의 습작. 잠시 옛 감성에 푹 빠져버리는 낭만도 잊지도 않았다. 냉장고에 있는 남은 재료로 즉흥적으로 만들어도 샌드위치는 언제나 옳다. 가볍고 맛있다. 샌드위치 한 입을 베어 물며 "초아, 네가 가장 중요해. 지금보다 더 촘촘히 널 보살펴 줄게." 내 안의 나에게 이야기해줬다.


이 아침, 부쩍 유연언니 생각이 났다. 그 시절의 초아.를 늘 응원해주고 아껴줬던 언니다. 얼마 전, 마포역을 지나다 언니와 참 자주 갔던 마포역 자스카페를 지나쳤다. 그곳에서 언니를 기다리는 동안 알랭드보통의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를 아주 맛깔나게 읽었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했다. 고백하건대, 개인적으로는 나의 20대가 참 찬란하고 빛났다는 생각이다. 지금까지도 그 시절을 추억하면 미소짓고 행복해하는 걸 보면 말이다.


익숙한 광화문 곳곳도 추억이 아닌 곳이 없을 정도로 내겐 각별한 동네다. 샌드위치와 커피로 아침을 먹다 광화문 사거리가 내 뇌리를 스치는 건 무어지. 자연스런 의식의 흐름이 아닐까. 이처럼 나는 오늘 아침에도 내 마음이 가는대로 내 손이 닿는대로 내 의식이 닿는대로 글을 쓰며 내 스스로를 치유하고 다독이고 내 정신을 가다듬고 정열하는 중이다.


하루를 시작하는 아침에 글을 한 편 쓰는 일은, 내 하루의 기분과 태도에 큰 영향을 미친다. 쉼없이 의식의 흐름대로 20-30분이내, 그 순간만큼은 완전한 몰입상태로 글 한편을 완성하고 나면 그 끝엔 언제나 설명할 수 없는 청량감과 통쾌함을 느끼게 된다. 마치 내 몸과 마음이 영민한 생각으로 깨끗하게 정화되는 듯한 묘한 감정과 느낌이라는 표현이 맞겠다. 그렇게 내 하루는 그렇게 영민해지고 야무져 질 수밖에 없게 된다.


부쩍 나에게 일어나는 일들에 꽤 초연해지고 의연해진 나를 관찰하게 되는데. 이런 내 모습을 관찰하고 있자면 꽤 흥미롭고 재미있다. 내가 내 스스로를 한 발자국 뒤에 물러서서 관찰한다는 건, 날 사유하게 하고 깨닫게 하고 통찰하게 한다. 통찰이란, 꿰뚫어 보는 일일텐데. 내가 내 스스로를 꿰뚫어 본다는 건, 내 삶의 의미와 가치를 만들어나가는데, 내 삶을 아름답게 수놓는 데에 필수적이다.


수시로 때로는 시시로 내 안의 나를 들여다보면, 관찰하다보면 그 속에서 의미있는 질문이 나올 수 있고 때로는 답을 구할 수 있다. 사유하는 인간이 갖는 힘이란 어떨땐 경이롭기까지하다.


글도 마찬가지다. 개인적으로 내 글쓰기의 첫 시작은 온전히 내 스스로를 치유하기 위한 과정이자 일환이었다.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글이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질문하고 답했던 치열한 과정속에서 피어난 삶의 통찰과 깨달음을 담담히 무심하게 적어내려 간 글이었다. 그 속에서 나.를 만나게 되었고 내 삶의 가치와 태도를 정열할 수 있었고 내 안의 우주를 해석하고 유영할 수 있었다.


독서와 글쓰기.가 나.라는 사람을 한층 성장시켰고 날 일으켜준, 날 살게 한 일등공신이다. 나는 아직도 여전히 끊임없이 성장하고 있는 중이다. 성장하는 인간, 관찰하는 인간... 오늘도 나는 이렇게 조금씩 어제보다 나은 나.로, 내 앞에 펼쳐진 세계를 향해 힘차게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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