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심플하다

by miu

양배추를 요즘 자주 먹고 있는데 확실히 위가, 속이 편하다. 오늘 아침도 양배추를 살짝 구워 밑반찬으로 먹었는데, 씹으면 씹을 수록 달고 식감도 좋다. 커피 한 잔 마신 후 소파가 아닌 바닥에 기대 앉았다. 뜨끈뜨끈한 바닥에 살갗을 닿게 하고 싶어서이기도 하고 때로는 소파위가 아니라 바닥이 내게 편안함을 줄때가 있다.


아침일찍 눈을 뜨고, 간단한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어주고, 이불을 가지런히 포개고, 배게를 탈탈 털어 쫙 펴준다. 그러곤 잠시 창밖을 내다보며 아주 잠시동안 멍.의 상태에 머문다. 오늘 하루도 살아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감사해한다. 오늘 하루 내게 또 어떤 재미난 일들이 펼쳐질까. 무튼 감사합니다.를 외치며 부엌으로 향한다.


아침을 준비한다. 아침은 꼭 챙겨먹는 편이라, 아침은 내게 하루 중 가장 중요한 시간인데, 그래서인지 나는 아침이 늘 기다려진다. 아침을 가장 신경써서 잘 먹는 것 같다. 요즘 즐겨먹는 건, 양배추, 계란, 아보카도, 김, 현미밥, 간장베이스의 소스, 콩나물, 섬초무침 정도... 내가 먹을 만큼만 조금씩 그릇에 접시에 담아 매트위에 하나하나 사랑 가득담아 내려놓는다. 사과 1조각도 필수.


한끼 잘 먹었다는 생각은 플라세보 효과처럼 내 몸이 금세 건강해졌다는 느낌이 들기에 충분하다. 오늘 아침 역시 아주 잘 먹었고 과하지 않은 상태 그러나 포만감은 두둑한 지금의 내 상태가 최상의 컨디션을 만든다고 믿는편이다. 어느 정도 정해진 루틴이, 자기만의 생활 규칙이 있다는 건 날 의도적이게, 의도적인 삶을 살게 한다. 그러므로 전혀 복잡하지 않은, 심플하다 못해 지나치게 심플한 지금 내 삶의 패턴과 태도와 생활이 나는 만족스럽다.


요즘 자주 듣는 팟캐스트가 있는데, 아침 준비하면서 들을 수 있게 틀어놓던지 아니면 밥 먹고 난후 커피 한 잔 마시면서 듣곤 한다. 내가 좋아하는 팟캐스트는 Rich roll 과 Mel robbins 이 두사람의 것인데, 내가 좋아하는 책의 저자들이 나온다던지, 정신의학자, 심리학자, 경제학자, 의사 등등 다양한 분야의 구루 내지 전문가들이 나와 유익한 내용을 이야기 한다.


어제는 유발 하라리의 인터뷰를 골라 그의 인사이트를 들을 수 있었고 의사이자 심리학자인 가버 마테의 이야기까지 연달아 들었다. 가버 마테의 책 중 꼭 읽고 싶은 책은 Scattered Minds. 한국에는 번역된 게 없어서 아쉽다. 따로 주문해 읽어볼 참이다. Mel robbins가 습관처럼 하는 말 중에 Shake it off.가 있는데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말이기도 하다. "털어내버려!" 정도가 되겠다.


내가 좋아하는 종류의 유익한, 내게 피가 되고 살이 되어주는 혹은 날 깨어있게 하는 이런 종류의 팟캐스트 한 두개를 발견하는 일, 또 자주 듣는일 역시 내게는 굉장히 심플하면서도 내 삶을 좀 더 의도적이게 하는 분명하게 해주는 일임에 틀림없다.


의도적인 삶을 산다는 게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의도적인 삶이 얼마나 우리의 삶을 더 영민하게 더 소중하게 보낼 수 있게 하는지를 절실하게 느끼고 있는 요즘이다.


솔직히 말하면 외적으로 멋쟁이로 보이거나 부티나 보이려는 것들에 관심이 없어진지 꽤 되었다. 지금의 나는, 화이트나 아이보리, 베이지, 연한 브라운, 연한 그레이톤 계열의 심플한 색감을 입고 가방도 손이 자유로울 수 있는 크로스백이나 조금은 낡아보이는(뭐든 새것 같이보이는 것보다 조금 낡은 것이 좋아졌다. 초라해보이는 것과는 별개다)에코백을 맨다.


옷매장에 가서 아무리 옷을 들여다봐도 사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 새 옷을 사지 않은지 꽤 됐다. 이십대 시절의 내가 보면 놀랄일이다. 힐도 정리한 지 꽤 되었고 내 취향의 운동화 2-3컬레만 있어도 전혀 부족함이 없다. 여름엔 주로 보헤미안 풍이나 히피스러운 샌들을 신는 편이라 여름 샌들 2컬레 정도 있는 게 전부다.


예쁘다고 필요하지 않은데 미리 덥석 사버리는 일은 없다. 운동화도 잘 신다 헤졌다 싶을 때, 내가 잘 신은 운동화의 쓸모와 용도가 이만하면 되었다 싶을 때, 다른 디자인의 내 취향의 운동화로 새로이 하나 고르는 일이 주는 소소한 기쁨이 있다. 내가 이리도 알뜰하고 살뜰한 사람이었던가.하는 마음이 일게 한다. 이미 넘치는데 하나 채우고 또 하나를 채우는 일보다 하나를 비우고 하나를 채우는 일이 내겐 훨씬 기쁘고 만족스럽고 안정감을 준다.


지금은 가방도 커리어우먼 느낌이 물씬 나던 것들도 다 정리해서 없고 에코백, 크로스백 포함하면 4개 정도 남았다. 같은 또래 여자들보다 정말 없는 편일텐데, 나는 누가 뭐래든 이마저도 충분하다고 느낀다. 옷도 정리한지 오래돼서 특히 블라우스류.는 내 스타일이 아니라 모조리 정리했고 나다운 옷들만 남게 되었는데, 이마저도 단출해서 내게 남은 옷가지수들이 한 눈에 들어올 정도다.


옷이나 가방, 신발 등... 외적으로 날 화려하게 혹은 멋쟁이로 만들어 줄 수 있는 것들에 집착하게 되지 않게 된 데에는 내면에 집중하면서 부터다. 어느순간 어느시점에서부터인가 나는 내안의 나.에게 끊임없이 질문했고 스스로 답을 찾아가기 위해 노력했고 내 안의 나를 만나는 일이 옷과 신발과 가방을 사고 멋있어 보이고 예뻐보이고 섹시해보이고 있어보이고 인기있는 일보다 훨씬 더 가치있고 의미있고 흥미롭고 재미있는 일이란 걸 깨닫게 됐다.


그러려면 몸과 마음의 건강한 밸런스도 필수라는 생각인데, 특히나 꼭 비싸지 않은 옷이여도, 내 몸이 가볍고 내 체형이 올바르고 곧으면, 자기관리로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면 얼마든지 몇 천원짜리 몇 만원짜리 옷도 몇 십만원 몇 백만원 짜리 옷보다 훨씬 더 빛나게 하는 마법을 부릴 수 있다. 나는 곧잘 특히나 해외에 나갈 때 삼청동 골목 길거리에서 파는 5천원 짜리 끈으로된 민소매 2개 정도 사서 나가는데 목선은 목선대로 드러나면서 날씬한 체형과 어울리면 전혀 5천원 짜리 옷으로 보이지 않는다.


결국 내 마음과 몸이 명품이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몇 천원 짜리 몇 만원짜리 옷과 신발과 가방도 그 가치는 그걸 입는 사람에게 달렸다는 생각이다. 이런 것도 사실 지극히 개인적인 지극히 사적인 취향과 삶의 가치관과 태도일 것이다. 개인적으론 내게는 이런 것들이 훨씬 가치있고 의미있게 다가온다는 것과 이런게 나답다는 걸 깨닫게 된 탓이 크다.


어떨땐 몇 천원짜리 옷을 입었는데 친구들이 예쁘다거나 혹은 어디서 샀는지 물어라도 보면 그 쌈빡함에 쾌재할 때가 있다. 살뜰하고 알뜰한 소비를 할 때 즐겁고 기뻐하고 감사해한다. 그러다보니 집에 채워진 내 살림살이나 물건들이 이렇게 단출할 수가 없는데 아무렴 어떤가. 나는 이만해도 부족하지 느끼질 않는 걸. 남을 의식하느라 보이는 것에 집중하느라 소중한 내 취향과 내면의 가치들을 놓치고 싶지 않다. 가끔 생각한다. "초아야, 너 원래 이런 애였니? 갖고 싶지 않은게 사고 싶지 않은게 이리도 없어서야...^^"


심플하게 살면, 내 생각도 심플해진다. 고로 쉽게 부정적인 생각들로 날 잠식하게 내버려두는 일이 줄어들게 된다. 사특한 생각에서 멀어지니 주변엔 온통 감사한 일들로 내 삶이 가득 채워진다. 내면을 살찌우는 일은 해도해도 부족하지 않다는 생각이다. 내게 내면을 살찌우는 일은 곧 내공을 쌓는 일이며 그 내공은 결국 앞으로 남은 내 인생에 빛과 소금이 돼 줄거라 확신한다.


"네 멋대로 해!"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고독이 주는 기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