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1글

by miu

어쩐 일인지 요즘 1일1글 하고 있다. 20-30분 정도 글쓰기에 집중하며 완전한 몰입감을 맛보는 일이 내겐 에너지이지기도 하고 내 기운을 강화시키는 일이기도 하고 글 한 편 썼다는 지극히 개인적인 사적인 작은 성취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글을 통해 내 마음을 다스리는 편이라, 요즘 내 마음이 조금은 숭숭하다는 방증일 수도 있겠다. 오전에 목소리를 녹음할 일이 있어 목을 촉촉하게 적신 후 녹음을 마쳤고 오전에 이메일도 보내고 나름 분주하게 보냈다. 녹음한 내 목소리를 듣고 있자니, 대학시절 치열하게 준비했던 언론사 시험, 앵커 준비하던 시절이 떠올랐다.


어맛. 그때가 언제였던가. 그땐 그랬지. 학교 끝나고 스터디 하러 총총걸음 하던 일, 매일같이 토론하고 논술과 작문 쓰던 일, 시사상식 책을 들여다보던 일, 매일 아침 신문을 정독하던 일... 데스크 면접을 보던 일...등등 주마등처럼 꿈 많던 소녀시절의 내.가 스쳐지나갔다.


씨티은행에 입사한지 몇 개월 지나서도 TV앵커에 대한 아쉬움이 조금 남아 서류, 필기 합격하고 연차를 써가며 YTN카메라 테스트를 받으러 가기도 했었는데... 이제는 아주 오래 전 일이 돼버렸다. 대학시절 치열하게 열렬하게 열정적으로 효율적인 방법론을 찾아가며 노력하자 어느 순간 물리가 트이게 됐고 필기도 지원하는 곳마다 붙게 됐다. 실무 면접, 최종 면접에 가게 되었음에도 결국 최종합격은 하지 못하게 되자 나는 미련 없이 금융권을 선택해 지원했고 운좋게 붙게 되었던 스토리가 있다.


그땐 왜 그리도 열정적이었던지. 불안감은 일도 없이 사는 게 왜 그리 신났었는지...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의 열정을 다시 찾을 수 있을까.싶을 정도로 그때의 난 가히 적극적이고 열정적인 소녀였다. 그런 경험이 있었기에 내 20대의 일부이기도 한 그 시절이 아름다웠다고 알찼다고 옹골찼다고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윤주언니와 통화할때면 우린, "우리 그때 그랬었는데... 므훗. 그때 우리 정말 어렸었지... 그때로 다시 돌아가고 싶을 만큼 좋은 추억이 많아..." 그 시절의 우리를 떠올리곤 한다. 이 아침 목소리 녹음을 하다 나는 또 다시 20대 초반의 나로 기어코 돌아가고야 말았다. 아무렴 어떤가. 인생이란 추억을 곱씹으며 사는 게 아니던가. 끌리셰하지만 기억할 게 있고 추억할 게 있다는 건 참 행복한 거라고. 고로 난 참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아무 것도 하지 않으니 정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걸 실감하는 부분이 있는 차제에 이제 나는 그게 무엇이든지 간에 내 마음이 동하고 내 마음이 이끌리는 것에 일단 시작하고 보자.라고 굳게 마음 먹게 됐다.


나이가 뭐 그리 대수인가.싶기도 하다. 수치회된 나이에 집착할 필요가 있을까. 나이는 서른 중반이나 내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다스리고 가꾸다 보면 어쩌면 이십대의 젊음보다도 훨씬 더 아름다워 보일 수 있으며 더 젊어 보일 수 있다는 생각엔 변함이 없다. 결국 생각과 마음이 젊어야 한다. 생각과 마음이 젋지 않은데 내 몸과 마음이 젊을 수 있을까.


피부관리를 따로 하지는 않지만, 그저 건강한 음식을 먹고 적당한 체중을 유지해가며 보습제 하나만 충분히 발라줘도 피부과 시술을 받는 것만큼 윤기는 없을지라도 개인적으로는 충분히 만족스러운 피부결을 유지할 수 있다. 부티나보이는 것에는 관심이 없어서 그보다는 내 마음을 더 살뜰히 보살펴 내면에서 나오는 아름다움이 외면으로 뿜뿜 뿜어져 나오는 아우라 있는, 분위기 있는, 귀티 나는 사람이 되는 것.에 관심이 있다.


그러려면 말의 내용, 말투, 목소리, 목소리의 여유 또한 중요할진대, 목소리가 빠른 사람을 경계하는 편이다. 차분하고 듣기 좋으면서도 자신만의 생각을 세련되게 말하는 사람들을 만날 때 내 마음도 덩달아 편안해진다. 1일1글 하며 이와 함께 하기로 마음 먹었던 일을 도장 깨기 하듯 하나씩 하나씩 시작하고 있는 내게 오늘 선물을 하나 하기로 했다. 거창하거나 별 거는 아니고 나를 위한 요리다.


일하러 가기 전, 꼬꼬뱅을 만들어 놓았다. 오늘은 과하지 않게 1번 먹을 양만 하기로 한다. 혼자 먹을 땐 그래야 더 맛있게, 귀하게 보인달까. 미리 돌려깎기로 손질해 놓은 당근과 감자, 닭 반 마리, 버터, 와인, 치킨 스톡으로 뚝딱뚝딱 사부작사부작 나를 위한 꼬꼬뱅 요리를 완성했다. 조금 식힌 후 냉장고에 넣어뒀다. 저녁으로 한 상 차려 맛깔나게 먹어볼 참이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요리란, 설명할 수 없는 어메이징한 행복감을 가져다준다. 깨닫게 된 건, 나를 위한 정성스런 요리는 내가 나를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내가 나를 대하는 태도가 고스란히 반영된다는 것. 그러므로, 나는 나를 그 누구보다 깜찍하게 사랑하므로, 나를 위한 내 요리는 언제나 정성스러운 것은 물론 예쁠 수 밖에 없다.


오늘 저녁, 꼬꼬뱅과 함께 와인도 한 잔 해야겠다. 므흣. 이렇듯 삶의 낭만은 늘 내 곁에 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관찰하는 인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