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슬렁어슬렁 집을 나섰다. 어제도 다녀간 투썸에 들러 설연휴 동안 먹을 케이크라는 식량을 비축하기 위해, 사러 가기 위함이다. 이왕 카페에 간 김에 그곳에서 글 한편도 쓰고 이것저것 좀 검색하다 일하러 가면 시간이 딱 맞겠다는 계산까지 야물게 했다.
오늘 산 건, 떠먹는 티라미수 1개, 떠먹는 스토로베리초콜릿 1개, 뉴욕치즈 케이크 2개 총 4개를 주문했고 결제를 마쳤다. 나갈때 맞춰 받기로 하고 코지한 소파 자리에 앉았다. 과한 것은 경계하므로 이 케이크 4조각으로 연휴동안 아주 조금씩 조금씩 먹으며 행복해 할 날 생각하니, 냉동실에 차곡 차곡 넣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기분이 째진다.
이런 작고 사소하고 단순한, 군더더기 없는 나의 행위는 철저히 내 마음이 가는대로 하는 것이며 내가 내 스스로를 소중히 여기는 내 마음과 영혼의 발로가 아닐까.싶다. 별 거 아닌 것에도 내가 얼마든지 의미를 붙이고 그것의 가치를 향유하면 된다는 생각이다.
나를 위한 케이크 4조각. 오늘 결제 아주 성공적이다. 케이크를 구매하다 문득 이 문장이 내 머리를 스쳤다. "나를 소중히 여기는 기쁨"...
결코 의식하는 것은 아니고 그러고보면 나는 평소에도 하루에도 몇 번을 나를 소중히 여기는 기쁨을 느낀다는 생각인데, 정말 사소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나는 나.를 확실하게 귀하게 여길 줄 아는 사람이 되어있었다. 이 얼마나 다행인가. 늘 감사해한다. 나 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는 이따금씩 찾아오는, 불현듯 찾아오는 우울과 무기력이라는 녀석과 고군분투하며 살아가지 않나. 때론 생존을 위한 사수.라 칭할만큼 그런 부정적인 감정들은 어떨땐 너무 치명적이어서 내가 나를 보호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생각을 한다. 나에 대한 확실한 보호의식이 생긴 탓이 크다.
누가 나를 보호할 수 있을까.를 자주 곱씹어 보곤 하는데. 삶은 원래 다 그런 것. 외롭고 고독하고... 지리한 방황과 우울과 무기력을 밑바닥까지 경험하고 나서야 깨닫게 된, 지금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선물이 된, 나의 경험이 지금의 나를 있게 했고,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는 사실이다.
소소하지만 잠시 나의 일상을 공유해보자면, 자칭 "나를 소중히 여기는 기쁨"에 대해 말하자면 이렇다. 집을 나오기 전에도 저녁으로 먹을 치즈가 듬뿍 들어간 두툼하다 못해 통통하게 오른 계란말이를 정갈하게 썰어 담아놓았고, 좋아하는 케이크 4조각을 25,000원을 들여 쌈빡하게 구매했으며, 앙칼지게 잘도 찍혀지는 일제 스테인리스 포크도 1,000원 주고 하나 더 구매했고, 주변 공원을 30분 정도 걸으며 사색했고, 오늘은 기분 대로 머리에 볼륨도 한 껏 넣어보았고... 정말 사소하지만, 정말 별 거 아닌 일상 같지만 내게는 전부 내 취향에, 내 삶의 태도가 담긴, 기분좋은 일상들이다.
심심할 것 같지만 전혀 심심하지 않으며, 그렇다고 엄청 재밌거나 다이내믹하진 않지만 그저 평화롭고 여유롭고 안정적이다. 그런 상태가 내겐 기분좋음, 그리고 소소한 행복을 가져다준다.
새해가 되면 하는 것 중 하나는 수건을 바꾸는 일이다. 아, 수건도 빳빳하게 바짝 말려진, 건조돼 겉이 까슬까슬한 것을 좋아하며 그 까슬함위에 내 볼을 비비고 향을 맡는 것도 곧잘 즐긴다. 무튼 지난해 잘 썼던 수건과 이별하고 내가 좋아하는 패턴의, 내 취향 저격의 수건으로 3-4개 정도 수건갈이를 한다. 이 수건갈이 하나에도 나는 나를 참 소중히 여기는 구나. 귀하게 여길 줄 아는구나.하고 흡족해 한다.
속옷 역시 그때그때 내가 좋아하는 색과 취향의 것들로 재정비 한다. 갑자기 생뚱맞게 개연성 없이 머리가 자르고 싶은 날이 있듯 속옷도 갑자기 바꾸고 싶어질 때가 있다. 그럴 때 고민없이 곧장 속옷매장으로 향한다. 나를 위해 이 정도도 못할까. 나를 위한 것에는 소홀히 하지 말자.고 다짐한지 꽤 되었다.
이런 작은 마음쓰임과 정성이 모여 나와 내 삶을 아름답게 한다는 생각이다. 뭐든 넘치는 것보다 조금 부족한 게 낫다고 생각하는 편이지만, 사랑에 있어서만큼 예외다. 사랑은 넘치면 넘칠수록 좋다.
오늘 역시 20분 정도 완전한 몰입감으로 글 한편을 마무리 하게 됐다. 내 의식의 흐름대로 내 호흡대로 글이 채워지는 게 신기할 때가 있는데, 나는 이렇게도 할 말이 많은 사람인 건가.싶다.
잠시 다른 세계를 다녀온 듯한 기분이 드는 완벽한 몰입감으로, 그 몰입감이 주는 엔돌핀으로 나는 나를 소중히 여기는 기쁨을 맛깔나게 맛보았다. 오늘도 성공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