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작은 행복

by miu

자라홈이나 H&M홈에 들러 침구류, 쿠션, 식기류를 종종 둘러보는 편이다. 스페인 바로셀로나에 있는 대형 자라홈 매장과는 종류나 가짓수가 현저히 적고 가격도 비싼데다 접근성이나 내가 쉽게 갈만한 곳도 여의도ifc 매장 뿐이어서 아쉽긴 하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쓰윽 구경하거나 사고 싶었던 걸 봐두었다가 우연히 세일이라도 하면 덥석 사오곤 한다.


린넨천이나 빈티지스러운, 포크 스타일의 인테리어 소품에 관심이 많은 나는, 살림에도 관심이 많은 편이다. 날 처음 보는 사람들은 으레 결코 그러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는 경향이 있는 듯하지만, 얼굴과는 이미지와는 상관없이 요리, 살림, 인테리어에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다. 어찌보면 너무 당연하다는 생각인 게, 나를 둘러싼 모든 환경이란 곧 내 취향의 살림살이로 맞춤하는 일, 또 먹고사는 문제 아니던가.


오늘 아침을 먹고선 설거지를 하다 애정하던 작은 도자기 접시가 깨져 일부분이 떨어져 나간걸 발견했다. 순간 으악. 아쉽다.생각했지만 이내 이미 깨진 일. 이미 벌어진 결과에 너무 마음 쓰지 말자. 집착하지 말자. 이내 훌훌 털어버렸다. 요즘엔 그릇도 직접 빚고 구운 도자기에 흠뻑 빠졌는데 조만간 도자기 공방에 일일 클래스를 신청해 손수 도자기 접시나 그릇 하나를 들고 와야겠다. 하고 싶은 일 혹은 배우고 싶은 일이 생겼다면 주저 없이 일단 해보자. 도전해보기로 한다.


무튼 원래도 관심이 많았지만 코지한 소재의 천이나 블랭킷, 침구류 등을 구경하고 보는 일은 내겐 기분전환이자 설렘이다. 과일 바구니에 바나나와 사과를 채워 놓는 일, 테이블에 Aynsley kitchen board를 깔고 그 위에 나를 위한 밥상을 차려 오물조물 천천히 맛을 음미하며 식사하는 일, 갓 배송된 책 두권을 꺼내 가지런히 켭켭이 쌓아두는 일, 물은 조금만 넣어 진하게 탄 믹스 커피 한 잔 마시는 일, 아침 일찍 일어나 잠시나마 고요한 나만의 시간을 갖는 일, 인간극장을 보는 일... 오전 10시가 조금 넘은 지금, 이 모든 걸 급하지 않게 서두르지 않고 요목조목 살살 했다는 건, 날 뿌듯하게 할 뿐만아니라 내 하루를 더욱 단출하게 찬란하게 만든다.


무엇이든 서두를 거 없다.는 생각이 커졌다. 게다가 인생... 그렇게 심각할 거 없었다.는 생각에 어떻게 하면 내 인생을 놀이처럼 즐길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됐다. 지금이라도 알았으니 이 얼마나 다행인지...싶다. 이런 깨달음이 많아지자 뭐랄까. 정말 새로 태어난 기분, 꼭 제2의 인생이 시작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인생이라는 걸 심각하게 받아들였던 생각했던 이전의 나와 인생 그리 심각할 거 없다. 없었다.라고 생각하게 된 지금의 나. 내 삶은 그 이전과 이후로 나누게 됐다는 것도 맞겠다.


내가 말하는 인생 그리 심각할 거 없었다.는 생각은, 인생 그리 힘주지 않아도 됐었다. 힘빼고 자연스레 무심하게 툭 내려놓듯 그러나 진중하게 앙칼지게 재밌게 신나게 여행처럼 놀이처럼 소풍처럼 대했더라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일 것이다. 이미 지나간 건 지나간 것. Jay Shetty왈, "Don't look back. Your life isn't there anymore." 자주 들어봤던, 다소 끌리셰한 말이지만 다시 한 번 상기시키는 것만으로도 내겐 큰 자극이 된다.


일하러 가기 전 다이소에 잠시 들러 크로쉐 재질의 테이블 웨어 하나 구매할 참인데, 생각보다 쌈빡하게 쓸 수 있을 것 같아 찜했다. 몇 천원의 행복이랄까. 나는 비싸지 않아도 잘 쓸수 있는, 그러나 예쁜, 내 마음에 쏙드는 물건을 발견하면 쾌재하고 행복해한다. 오늘도 취향저격의 레이스 테이블 하나에 분명 행복해할테다. 내 삶의 태도는 확실히 수수해졌고 단출해졌고 촘촘해졌다. 사소한 것에 감사해하니, 정말 어느 것 하나 감사하지 않은 것이 없다. 감사함이란 내 삶의 태도이자 마음습관으로 자리잡았다.


외곽으로, 전혀 가보지 않은 시골길로, 한적한 곳으로 자연을 만나는 드라이브를 참 좋아하는데, 차가 없는 지금은 그런 낭만이 없어져 아쉽긴 하지만 차가 없는 대신 직접 내 발로 땅을 밟아 한적한 공원과 숲길을 쉼없이 걷는 것으로 자연을 만난다. 어떤 날은 Earthing을 하며 자연과 더 가깝게 다가간다.


자연의 숨소리를 느끼며 함께 호흡하며 걷는 것. 멀리 내다보는 연습. 그저 삶이라는 무대에 날 내맡겨보는 것, 집착하지 않기, 남과 비교하지 않기, 나에게 가장 친한 친구가 되기... 사소하지만 결코 사소하지 않은 크고 작은 일들에서 행복감을 느끼다보면 내 하루는, 내 일상은, 내 삶의 깊이는 더욱 깊어지고 그 농도는 더욱 짙어진다.


그 맛을 아는 자. 알게 된 이상, 일상의 수고로움이 때로는 불편함이 외려 더 큰 행복으로 다가올 때가 있다는 것도 깨닫게 된다. 살면서 느낀 점은 인간이 살면서 그리 많은 것들이, 물건들이 필요하지 않다.는 점이다. 지금의 살림살이도 전혀 부족하지 않다고 느껴서인지 불필요한 물건을 사는 일이 없게 됐고 필요하기도 했는데 마침 너무 예쁘고 내 마음에 쏙 드는 것이라면, 그걸 아주 가끔 귀하게 드물게 하나 사는 일이 엄청난 기쁨과 행복을 가져다 준다.


원래부터 이런 사람은 아니었을텐데... 지금의 이런 내가, 삶의 멋과 낭만과 기쁨과 즐거움과 기쁨을 아는 내가 되어서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다. 앞으로도 나의 이런 삶의 태도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임이 분명한데, 나는 이렇게 조금씩 어른이 되어가고 있나보다.


인생... 힘 좀 빼고 무심하게 툭 날 내맡겨보자! 지금까지 경험으론 힘 준다고 뭐 크게 달라진 게 있었나. 돌이켜보면 외려 힘을 좀 뺐을 때, 집착하지 않았을 때 훨씬 더 일이 잘 풀리지 않았던가. 한 번 뿐인 인생. 까짓 거 용기 내보지 뭐...^^


난 진심으로 내 인생이 아름답다고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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