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닝커피 한 잔과 함께하는 히사이시 조.의 피아노 선율은 무척이나 아름답다. 깊이 빠져든다.
그러면서 이런 생각을 한다.
여느 일상에서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도돌이표처럼 어김없이 찾아오는 아침. 그리고 일상. 나는 어떤 방식으로 내 하루를 내 일상을 내 삶을 소중하게 가꿔나가야 할까.
마음이 흔들리지 않기 위해,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을 듣는다. 맛있는 아침을 차린다. 커피 한 잔의 여유를 갖는다. 몇 장이라도 책을 읽어내려간다. 설거지를 한다. 빨래를 탈탈 털어 넌다. 바삭바삭하게 마른 수건을 개면서 까슬까슬한 수건을 내 볼에 내 뺨에 살포시 댄다. 집 앞 공원으로 산책한다. 20-30분정도 몰입한 상태로 글쓰기를 마친다. 샤워한다. 쓰레기 분리수거를 한다. 일하러 간다.
평범한 일상이지만 이건 내 일상의 요약본일뿐 이 과정속에도 무수히 예측하지 못한 변수들이 등장한다. 어김없다. 그 속에서 재미를 찾기도 슬픔을 발견하기도 기쁨을 발견하기도 한다. 그런게 사는 맛.아니겠는 여유도 갖췄다.
진심으로 지금의 내 삶이 아름다워 보인다. 왜일까. 무엇이 달라진걸까. 이런 사유를 놀이처럼 하게 된 내가 어떨땐 대견스럽다. 내 스스로 만족할 줄 알고 감사할 줄 알고 내 삶이 아름답다고 말 할 수 있게 되어서.
일상이란 건, 내 하루란 건, 내 순간순간의 즉흥적인 선택들의 합이라는 생각이 든다. 고로 내 하루를 만드는 건 결국 나.인셈이다.
저녁도 별반 다르지 않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와인 한 병을 산다. 치즈도 2-3개 담는다. 챙긴 장바구니를 가방에서 꺼내 장본 것들을 투닥투닥 담는다. 장바구니를 달랑달랑 들고 오는 길에 좋아하는 노래를 허밍한다. 가로등 빛 사이를 잠시 멍하니 바라본다. 걸으면서 내 다리 근육과 뼈 사이의 움직임을 고스란히 느껴본다. 문을 연다. 곧장 저녁부터 준비한다. 가스레인지와 오븐을 켠다. 레시피도 나와 같이 하나같이 자유롭다. 테이블위에 예쁘게 담아낸다. 포크와 나이프도 잊지 않았다.
다 먹은 직후 설거지 해야 가뿐하다. 설거지를 마친다. 배부른 상태를 더 즐겨본다. 소파위의 내 몸을 완전한 상태로 눕힌다. 눈을 감고 오늘 하루를 잠시 돌이켜본다. 샤워를 한다. 잠자기 전 스트레칭으로 내 몸을 관찰하고 있는 그대로 느낀다. 긴장을 이완한다. 내 호흡의 날숨과 들숨을 온전하게 느낀 상태로 명상을 시작한다.
오늘 하루도 무사한 나에게, 내 삶에게 감사함으로 마무리한다. 감사일기를 적어내려간다.
요즘의 내게 이처럼 평범한 그러나 이 평범함이 주는 안락함과 안정감과 평화와 편안함이 이토록 소중할 수가 없다.
나이가 들수록 더욱 자연상태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자연과 더욱 가까이 갈 때 내 자신이 더 깊고 완전하게 자유로운 상태가 된다. 숨쉬는 것, 호흡하는 것. 자세히 관찰해보면 그 어느 것 하나 당연한 것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이토록 감사한 일이 없다. 온통 감사한 일로 내 삶이 가득해졌다는 건, 내가 더욱 자유로워지고 있다는 것과 같다. 어김없이 반복되는 삶 속에서, 나는 끊임없이 나만의 의미와 해석으로 그 의미를 부여해 나간다. 그 가치를 알아차리고 맘껏 향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