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도 여의도 아니면 광화문, 서촌, 북촌일대에서만 한다. 별일 아니고선 어김없다. 좋아하는 카페들, 식당들도 적으라면 과장해 한트럭일테다. 서점도 꼭 광화문 교보문고로만 간다.
참 남대문 시장 지하수입상가 화장품 코너 가게 단골이다. 3천원 짜리 분홍립스틱을 쓴다. 직장인 일땐, 점심 후 꼭 정동길 아니면 청계천을 걸었다. 그 후 케이터링을 운영하던 시절엔 광화문, 을지로 페럼타워, 시그니쳐 타워 등에서 행사 케이터링을 할 때면, 직장인 시절의 나.와 그때 당시의 날 대비하며 미소지은 적도 많다.
지금도 가장 자주 가는 곳이 광화문, 을지로, 종로 일대다. 내 성미상 내 정서상 꼭 알맞다. 서울파이낸스 빌딩 지하엔 맛집들이 많다. 지난 번 먹은 자루우동에 푹 빠졌다. 말차색이 어쩜 그리 영롱한지 맛도 어쩜 그리 영롱한지. 비오는 날의 카페를 좋아하는데, 이 동네엔 작고 감성적인 카페들도 곳곳에 숨어있다.
그런 감성, 취향 저격이다.
벌써 2월이 지나고 3월이 돌아왔다는 게 도무지 믿기지 않을 정도로 무어라 설명할 수 없는 속도감이 밀려왔다. 분명 새해가 밝았다.고 한지가 엊그제 같은데. 서운하다기 보다는 아쉽다기 보다는, 3월엔 무언가.를 시작하고 싶다.는 내 계획이 코 앞으로 바짝 아니 이미 다가와서일까.
조급함이 순간 밀려왔다. 내 마음이 조금이라도 이전과 같지 않고 조급해 지기 시작한다고 판단되면, 나는 곧바로 알아차리게 되었는데 그럴때면, 숨을 고르고 내 안의 나에게 말한다. "초아야, 괜찮아? 천천히. 급할 것 없어. 서두를 것 없어. 모든 일은 다 되게 돼있어. 마음 다스리자."
오늘 내게 이렇게 말해 주었다. "천천히, 하나씩... 일단 해나가다보면 어떤 방향으로든 어떤 방식으로든 길이 열릴거야! 쫄지마!"
봄과 여름이 찾아오면 난 또 그 거리를 활발히 신나게 활보할 것임이 분명하다. 겨울은 내겐 쉼의 시간이자 힘을 기르는 시간이랄까. 겨울엔 조용히 그러면서도 아주 천천히 나.를 돌보고 내 안의 힘을 기르고 날 대비하는 시간이다. 정말이지 내공을 쌓고 있는 중.이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
마치 봄과 여름을 위한 준비 단계랄까. 내겐 꼭 그러하다. 혼자만의 시간이 얼마나 중요한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혼자여야지만이 고독이 있어야 날 더 잘 만나게 된다. 글도 철저히 혼자일 때 더 나은 글이 나온다고 믿는다.
3월은 이미 내게 왔다. 4,5,6,7,8월은 내가 에너지적으로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게 되는 달이기도 한데. 3월 한 달 내 에너지와 역량과 힘을 잘 길러보자. 나만의 내공.을 잘 쌓아보자. 그러곤 봄, 여름이 찾아오면 있는 힘껏 씩씩하게 내 이야기를 만들어가보자.
나는 내 삶의 이야기꾼.이란 걸. 다시 한 번 상기했다.
립스틱이 거의 다 떨어져가는지라 다음 번 광화문 나들이땐 가장 먼저 남대문 시장을 찾아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