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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u Apr 07. 2023

반지가 맨날 바껴요

학생들이 묻는다.

"선생님, 반지가 맨날 바껴요! 반지 좋아하세요?"


"응! 샘 반지 좋아해!"

내 반지가 확실히 눈에 띄는 모양이다.


반지에 진심이다.

어릴적엔 엄마가 중고등학교 때 의미있는 날에 금반지 금목걸이 선물을 해주셨다.

첫 반지는 아직도 기억남는데 잊어버린건 두고두고 아쉽다.

검은색 하트. 오닉스 금반지 였는데.

내 나이에 딱 알맞는 느낌에다 내 취향의 것이었다.


의미를 담아 선물해주셨던 엄마에게 고마운 마음이다.


대학교 입학 선물로 엄마는 금반지, 금목걸이, 금귀걸이를 선물해주셨다.


그러고보니 내가 직접 내 돈을 주고 산 금귀걸이는 지금껏 한 번도 없었다.


내가 반지에 진심.이라는 건 금, 혹은 화려한 쥬얼리에 진심이라는 말은 아니다.

그런 것들보다 빈티지 반지. 흔히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반지. 개성있는 반지.를 좋아한다.


그래서 종종 황학동 빈티지 마켓에 어슬렁 출몰하곤 한다.

빈티지 반지 득템엔 도가 텄다. 별다른 게 아니라 내 마음에 들었다 하면 냅다 집어든다.


빈티지 반지라 보통은 가격과 상관없이 모양이 고급스럽고 화려한 것이 많다.

다들 내 반지를 보고 출처와 가격을 물어보는데.


사실 내 빈티지 반지 중 비싼 건 하나 없다.

다들 엄청 비싼 반지일거라 생각한다.


고백하자면,

3천원에서 5천원이 대부분이다.

내가 아끼는 반지 중엔 황학동 빈티지 쥬얼리 가게 사장님이 기분이라며 천원만 받겠다해서 냅다 산 반지다.


빈티지 반지에 진심인 나라서 가장 아쉬운 건,

파리 살 때 정말 마음에 들었던 반지들이 많았던 길거리 빈티지 트럭 가게에서 당시엔 가격이 부담스러 사지 못한 진짜 내 취향의 빈티지 반지들이었다.


다음에 파리 가게 되면 한 번 들릴 예정이다.

사장님 명함 받아두길 잘했다.


천 원 짜리 빈티지 반지를 주변에선 굉장히 고급스럽게 혹은 비싼 반지로 오해할 때면,

"정말 보이는 게 다일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서 든 생각은,

아무리 비싼 반지, 비싼 가방, 비싼 옷, 비싼 신발을 입는다 하더라도 그것을 입은 사람과의 밸런스가 맞아야 한다는 생각이 있다.


내 내면이 아름답지 못한데, 내면이 갖춰지지 않았는데, 채워지지 않았는데 비싼 명품을 입으면 무엇할까. 가장 중요한 건, 내 내면의 아름다움이다.


나.에 집중하면 할수록 나만의 분위기, 아우라가 외면으로 확연히 드러나게 된다.

어느 순간, 천원 짜리 반지도, 몇 천원 짜리 티셔츠도 옷도 신발도 가방도 초라하기는 커녕 멋스럽게 더 우아하고 더 개성있게 보일 수 있다고 믿는다.


오늘도 굵은 반지 하나를 차고 나왔다.

기분에 따라 내 옷에 따라 반지는 달라지는데,

빈티지라서, 그리고 또 그리 값비싸지 않은 몇 천원짜리 반지라서 집착 또한 없다.

흠집날까 혹은 잃어버릴까 아쉬울 일이 전혀 없다.

자유로워진다.


반지.가 없으면 허전하게 됐다.

내 개성을 한 껏 사려주는 반지.

이 또한 나의 아이덴티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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