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감

by miu

반장이 됐다. 성에 반장을 붙여 양반장이라 했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원하던 곳에 취업했다. 연수 첫날 동기들의 추천과 표를 받아 그렇게 됐다. 최종면접에도 들어오셨던 부행장님의 신입사원을 위한 격려 말씀이 있던 날이었다. 들어오시자마자 나를 가리키며 혹시 자네가 반장 된 거 아닌가? 하셨다.


지나고 나서 면접에서 같이 대기했던 지원자들 모두는 내가 100% 떨어질 것이라고 장담했단다. 이유는 너무 튄다. 개성 있다.였다. 그럴 만도 한 게 면접의상도, 헤어도 남달랐다. 난 그들의 예상과는 달리 보기 좋게 최종 합격했다. 벨이 울렸다. 합격 전화였다.


인사부 과장님이 대뜸, "도대체 면접을 어떻게 본 겁니까? “ 알고 보니 면접에서 모든 부행장님들을 웃겼고 면접 후 인사부에서 내 이름이 회자되었다는 내용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 조에서는 나밖에 질문을 받지 않았고 면접 후에 질문을 세보니 무려 18개나 됐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호기로운 당돌함이 좋은 점수를 받았던 것 같다.


내겐 아주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그 시절을 회상해보면 참 밝았다. 아직 세상 물정을 모르던 스물다섯의 나는 거침이 없고 순수했다. 개성도 지금보다는 훨씬 강했다. 두려울 것이 없을 나이였다. 당시 주변에서 생각하는 나란 아이는 한마디로 위풍당당. 자신감 넘치는 아이였다.


나도 그랬다. 어딜 가도 기죽지 않았기에 이런 게 자신감이구나.생각했고 인적성 질문지의 나는 자신감이 있다.라는 항목에는 매우 그렇다.를 체크했다.


자신감.이라는 말은 사실은 너무 광범위한 것이라서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렵다. 각기 생각하는 자신감의 의미는 다를 수 있고 그렇기에 그 의미는 무궁무진할테다. 당시 내가 생각했던 자신감과 지금에서 생각하는 자신감은 아이러니하게도 전혀 다르다.


가장 큰 차이점은, 자신감이 다른 사람에게 보여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출발한다. 당당해 보이거나 기죽지 않음.으로서 보여지는 것이 아니라, 핵심은 내가 나를 어떻게 인식하고 바라보는가.에서 출발한다는 점이다. 내게 있어 자신감은 내 스스로에게 갖는 만족감이다.


최근 읽은 50홍정욱에세이에서 그는, "자신감은 사람들 모두 나를 좋아할 것이라는 착각이 아니다. 누가 나를 안 좋아해도 개의치 않는 믿음."이라 했다. 정말 깊이 공감했다.


무엇보다도 개의치 않음. 이 말의 울림이 컸다. 진짜 그랬다. 내게 개의치 않음.이란 누군가 내가 별로라거나 날 좋아하지 않는다해도 그래? 그러라 그래. 할 수 있는 것. 양희은 선생님의 이 말을 난 참 좋아한다. 크고 작은 일이 생길 때면 그러라 그래. 이 한 마디 내뱉으면 약발이 기가 막히게 든다. 특효약이다 .


덧붙여 자신감은 또, 나 자신에게 먼저 애쓰는 마음, 나를 먼저 들여다볼 줄 아는 마음, 그리고 그 누구의 시선에서도 자유롭다는 얘기도 된다.


내 주위 소중한 사람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에도 부족한데 나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신경 쓰거나 에너지를 소비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 30대 중반(중반의 기준을 몇으로 둬야 할지 몰라)을 향해 가고 있는, 아니 어쩌면 넘은 듯한 내게 시간과 에너지는 귀하다.


내 삶을 포기하지 않고 붙잡고 지탱해가고 있는 내가 대견하고 때론 자랑스런 마음. 어떤 비바람이 몰아쳐도 무너지지 않을 거라는. 또 설령 넘어지면 어때. 다시 일어설 수 있다.라는 나에 대한 무한한 믿음과 신뢰. 이거면 된다. 천하무적은 바로 여기서 출발한다는 것을 이젠 확실히 알게 됐다.

그래? 그러라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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