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대체 무슨 일이람. 한숨이 나왔다. 좋아하는 음식이 있으면 자주 먹기 마련인데, 내가 좋아하는 삼겹살은 가격이 원래 그리 착하진 않지만 자주 못 사 먹을 정도의 값도 아니어서 자주 먹는다. 삼겹살 한 근, 육백 그램이 치킨 한 번 시켜먹는 값보다 저렴하다. 닭고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로서는 치킨 한 번 시켜먹을 값이면 삼겹살을 먹는 것이 훨씬 좋으며 가성비도 좋다.
그래도 보통은 집 앞 단골 정육점에서 육백 그램에 만 이천원에서 만 삼천원이면 질 좋은 삼겹살을 살 수 있었는데 그제 삼겹살을 사러 갔다 기겁을 했다. 한 근에 만 팔천원이라 했다. 간만에 주말에 여유 있게 먹어볼까 싶어 장 보러 나선 건데 오른 가격에 놀라고 말았다. 별거 아닌 게 아니라 늘 일정하게 먹던 값이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오천 원 정도를 더 내고 사 먹자하니 조금 부담이 됐다. 괜히 손해 보는 느낌 같았다.
계란도 마찬가지다. 아침으로 삶은 달걀 하나를 먹거나 버터에 토마토를 넣은 에그 스크램블을 잘 챙겨 먹었는데 올해 오른 계란 한 판 가격에 어찌나 속상하던지. 결국 아침으로 매일 먹는 일을 줄였다. 세일할 땐 계란 한 판에 사천 원 정도면 샀는데 같은 걸 두 배 오른 가격에 사서 먹으려니 역시나 손해 보는 느낌 같아서 안 사게 되는 게 아닌가. 좋아하는 거라 안 먹을 수는 없고 결국 어제도 팔천오백 원에 계란 한 판을 사왔다.
아침에 계란 두 개를 간만에 삶아 도시락에 넣었다. 삼겹살은 최근 돼지 값이 뛰었다고 하지만 계란은 벌써 그 값이 오른지 일 년은 다 되어가는 것 같다. 무엇보다 좋아하는 음식, 재료 값이 뛰니 소비를 줄였고 그러다 보니 자주 먹었던 즐거움이 이전보다는 사라져 아쉽다. 계란을 사 먹기가 이리 부담스러웠던 적은 처음이라, 계란은 그 값이 싸니 언제든 먹을 수 있는 것이라고 너무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물론 사 먹자하면 왜 못 사 먹겠는가. 먹는 것 아낀다. 청승맞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정말 먹고 싶은데 안 먹고 참는다가 아니기에. 단지 너무 당연하게 자주 언제든 먹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원래 늘 사 먹던 가격보다 두 세배는 오른 가격으로 사려니 그게 그냥 좀 그래서인 것뿐이다.
주말에 기운도 보충할 겸 삼겹살을 먹으려고 이것저것 장을 봤다. 이왕 먹는 거 먹을 때 아주 맛나게 먹어야 한다 생각하기 때문에, 삼겹살과 곁들여 먹을 재료들을 잔뜩 샀다. 청량고추는 필수고 된장과 고추장, 마늘, 양파를 쫑쫑 썰어 넣고 마지막엔 참기름을 넣어 섞어 양념장을 만들었고 쌈은 꼭 상추와 깻잎을 함께 싸서 먹는다. 거기에 초고추장과 참기름으로 무친 파채까지. 밥 한공기도 꼭 있어야 한다. 내 입맛엔 이 조합이 최고 좋다.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의 당연하지 않음.이었다. 언젠간 분명 그 값이 내리겠지만, 요즈음 마음껏 먹지 못하게 된 게 아쉽다. 그래서인지 주말에 먹은 삼겹살 첫 한 쌈이 얼마나 맛있던지... 귀해서 더 맛있었나보다. 도시락으로 싸간 삶은 계란은 소금도 치지 않았는데 유독 짭짤한 맛이 났고 아주 맛나게 먹었다. 계란 하나 먹으면서 이리 맛을 음미할 일인가. 음미할 만했다. 그래서 뭐든 있을 때 잘하라, 없어봐야 귀한 줄 알 안다.라는 게 괜한 말이 아닌 것 같다.
맛있게 아주 잘 먹었으니 그 순간 먹는 즐거움을 맛보았고 먹고 싶을 때 또 찾으면 된다. 가격보다 이 한 끼가 내게 주는 즐거움과 행복이 크다면 얼마든지 지갑을 열 수 있다. 다행인 건 값이 그리 오르니 그리 자주 먹던 삼겹살도 계란도 굳이 안 찾아지더라는 건데 그러고보니 내 인생에 삼겹살과 계란이 없어도 죽고 못 살 정도는 아니며 먹고 사는데에 크게 지장이 없는 게 확실하다.
예전에 엄마와 둘이 전통시장으로 장을 보러 갔다 엄마는 딸기 두상자를 사셨는데, 네가 제일 좋아하는 과일이니까 주말에 혼자 다 먹고 올라가라고 하셨었다. 그때 난, 엄마 이거 너무 비싼 거 아니야? 그때 당시 한 박스에 이만 오천 원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엄마는, "딸, 네 입에 들어가는 걸 아까워하면 어떡하니?" 하셨던 기억이 난다. 너의 입에, 너의 몸에 들어가는 건 절대 아끼지 말 것. 엄마가 내게 내린 특훈이었다. 그러면서 덧붙여 엄마는, 남에게 줄 음식은 항상 깨끗하고 예쁜 것 그리고 그중에서도 가장 좋아 보이는 걸로만 소중히 골라 줘야 한다는 말씀도 잊지 않으셨다.
내 최애 음식인 삼겹살과 계란을 요즘은 진짜 당길 때만 먹고 있는 걸 아신다면, 엄마는 또 먹는 것 아낀다고 한 소리 하실 것 같다. 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