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miu

오스트리아 빈에서 중요한 면접을 하루 앞둔 날이었다. 내일 함께할 친구들에게, 내가 어제 꿈을 꿨는데 면접관은 금발의 머리가 긴 여성이었고 본인이 마이 네임 이즈 캐서린.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고 얘기했었다. 그 장소까지, 장면까지 그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냥 무심코 정말 아무 생각 없이 던 진 말이었는데 다음 날 오전 면접장에서 어제 내 얘기를 들었던 몇몇 친구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긴장이 흐르던 면접장. 수많은 지원자들 앞에 면접관이 나타났는데, 첫마디가 헬로, 마이 네임 이즈 캐서린이었다.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았고 그녀가 나타나서 본인 이름을 떼자마자 친구들은 일제히 날 바라보며 다들 눈이 휘둥그레졌다. 내 차례가 왔다. 내게 굉장히 호의적이었다. 스몰 톡부터 하나하나 모든 게 자연스러웠고 희한하게 느낌이 좋았다. 붙을 것 같았는데 역시나 다음 2차 시험을 치르게 되었다. 동양인, 한국인 중에 합격자는 내가 유일했고 난 온통 서양 친구들 사이에서 토론면접까지 합격하고 마지막 최종 면접 전까지 올라갔다. 그러고 보니 캐서린을 만난 건 그리고 그 예지몽은 분명 행운의 징조.였다.


원래 촉이나 느낌이 아주 잘 맞는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완벽하게 장면과 장소, 인물 생김새와 말이 일치했던 적은 처음이었다. 그것도 바로 전날 꾼 꿈이라니 나도 많이 놀랐다. 정확한 예지몽이었다. 개인적으로는 놀라운 경험이었고 종교는 없지만 이 세상엔 분명 기운이랄까. 에너지랄까. 보이지 않는 신비로운 무언가가 있는 걸 또 한 번 경험한 순간이었다.


지난여름, 제주 엄마 댁에 놀러 가기로 한 날 새벽에 꿈을 꿨다. 아주 짙은 새카만 검은색 개 꿈을 꿨다. 살다 살다 이렇게 새카만 검은 개 꿈은 처음이라 일어나서도 기분이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꿈에 검은 개가 보였다. 무슨 꿈이지. 평소 검은색은 그 의미가 내겐 그리 긍정적이지 않아서 한참을 곱씹어 봤었다. 엄마가 내 도착시간보다 조금 늦을 것 같다시며 마당에 강아지가 있으니 놀라지 말라고 하셨다. 아침에 검은 개꿈에 대해 생각하긴 했지만 그 꿈이 오후까지 이어질 거라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무슨 강아지지? 알고 보니 엄마 친구분이 육지에 잠시 다녀오신다며 오늘 하루 잠깐 엄마에게 맡아달라고 부탁하셨던 거였는데. 난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내가 꿈에서 봤던 그 새카만 강아지라는 걸 직감했다. 조금 무서웠다. 얼굴 생김새와 체형은 조금 달랐어도 실루엣과 까만색 개라는 건 완벽하게 일치했다. 이런 꿈을 진짜 꿀 수도 있구나. 조금 무서웠다. 꿈속에서 본 검은 강아지와 다음 날 내가 보게 될 실제 검은 강아지가 같을 확률이 얼마나 되겠는가.


두 꿈 모두 단순히 내일 일어날 일의 순간 장면을 완벽하게 맞춘 꿈이었지만 어떤 불길한 일이 일어나지는 않았으니 이 꿈들에 대한 기억이 나쁘지 않다. 그냥 신기하다. 참 별일이네. 정도다. 꿈.이 인간의 내면의식과 무의식을 보여 준다고 하는데 진짜 꿈이라는 무의식의 세계가 우주만큼이나 깊고 무한하지 않을까.싶다.


두 달 전쯤, 꿈속에서 나는 너무도 서럽게 울고 있었다. 내 앞에 누군가가 있었고 난 그 마주한 사람에게 서운했던 마음, 감정을 폭풍적으로 쏟아내고 었었다. 내가 울면서 했던 말과 목소리까지 아직도 그 장면이 생생하다. 오열했다. 지금 생각해도 가슴 아프다. 신기했던 건 그 꿈속에서 난 나 자신을 제3자처럼 바라보고 있었고 어, 나 지금 눈물이 흐르고 있네.를 동시에 느꼈다는 건데... 정말로 눈을 떠 보니 내 배겟잎이 축축이 젖어 있었고 내 오른쪽 눈가엔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눈물을 훔치고 멍하니 침대에 앉아있었다. 그때 처음 했던 일은 내 이름을 부르며, 무엇이 널 그렇게 속상하게 했니. 무엇이 널 그토록 서럽게 울게 했니. 안아주고 다독여줬다. 괜찮다 괜찮다. 꿈속에서마저 그랬던 내 안의 자아가 너무 가엾고 불쌍했다. 내가 지켜주지 않으면 안 된다. 다시 한번 다짐하고 침대를 나왔었다.


실제로 근래에 내가 마음 아플 일이 있었고 그 일에 대한 내 감정이 내 안의 어딘가에 깊숙이 숨어있었던 거 같다. 아니 외면하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꿈속에서 펑펑 울던 나, 일어나 보니 현실에서도 똑같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던 나. 그 꿈은 개운했고 그날 날, 다시 일으켜 준 꿈이었다. 내 안의 나에게 손 내 밀 수 있었던 기회였다. 한편으로는 꿈속에서 서럽게 울만큼 네가 참 많이 힘들었구나. 내가 안아주지 못해서 미안해. 내면의 자아와 화해할 수 있었고 너를 지켜주겠다고 약속할 수 있었다.


꿈. 나는 꿈이란 우리의 내면세계를 보여준다고 믿는다. 나는 운이 좋은 케이스다. 선명하게 기억에 남았던 꿈들은 어김없이 내게 무언가를 남겨주고 갔기 때문이다. 울창한 숲 속을 지나던 아빠가 큰 새가 다리가 부러져 있는 것을 보고 치료해줬는데 그 큰 새가 갑자기 큰 호랑이로 변해 아빠 품에 안겼다.는 것. 내 태몽인데 호랑이 꿈처럼. 아직까지 꿈은 내게 설명할 수 없는 신비로운 세계이자 내면세계로 남아있다.


이런 꿈이라면 언제든 만나고 싶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삼겹살과 계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