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타 닮았어요!" "치타?" "동물 치타요!!" 아이들이 잇몸 만개하며 웃는다. 근래 가장 많이 듣고 있는 말 중 하나다. 어디가 닮았냐고 되물으면, "설명할 수 없어요.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그래요!^^" 학생들의 대답은 한결같다. 확실한 건 선생님이 치타 닮았다는 거엔 모두가 완전하게 동의한다는 사실.
날렵하고 그런 모양새에 얼굴 생김새와 전체적 분위기가 치타같다니. 닮은 것 같기도 하다. 중고등 아이들의 눈엔 치타란, 긍정적인 이미지인 것 같아서, 기분좋게 하하하 호호호 늘 웃고 만다. 그림에 소질있는 한 학생이 수업 중간에 "선생님 이거요!" 하고 건네는 게 아닌가. 펼쳐보니 크로키처럼 그린 내 얼굴이었다.
다음번엔 아이패드로 색까지 칠해 선생님을 다시 그려주고 싶다고 했다. 그 마음이 얼마나 예쁘던지 어제 유독 몸과 마음이 힘들었는데 그 순수한 마음 하나에 잇몸 만개했었다.
호피무늬를 좋아하는 취향을 가졌긴 한데, 그러고보니 호피무늬와 치타, 호랑이 무언가 비슷한 결이 아닌가. 치타 닮은 것도 어쩌면 필연이던가.싶다. 필통도 호랑이 한마리가 그려져 있다. 여름엔 깔끔한 흰 티셔츠 하나에 호피무늬 롱스커트를 즐겨 입고 파리 살던 시절 내 생일에 샀던 이만원 짜리 지갑도 호피무늬였다.
무튼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에게서 한결같이 동물 치타를 닮았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내 얼굴 내 생김새 내 이목구비 내 분위기에 대한 고찰을 다시 한 번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를 딱 보면 "치타"가 떠오른다니 정말 그런 이미지임에는 틀림없는 모양이다. 수업시간에 선생님이 치타 닮았다는 이유로 껄껄거리고 웃는게 참 순수하고 귀엽기도 하다. 말미엔 "치타 닮은 건 좋은 말이에요."라는 말도 잊지 않는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화려함 보다는 소박함과 단출함과 심플함과 차분함에 대한 애정이 더욱 짙어지는데 또 그런 분위기를 가진 사람으로 나이들어가고 싶다는 소망이 있는데, 혹시나 내 얼굴이 강해보이지는 않은지, 좀 쎄보이지는 않은지 아주 잠깐 생각하게 되었다.
도시적이거나 깐깐해보이기보다는 편안한 인상이 되었으면 하는 내 바람이 잘 돼가고 있는지도 상기했다. 아이들이 치타 닮은 선생님을 밝고 재밌고 웃긴 선생님으로 생각하는 것 같아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있다. 아이들을 가르칠 때면 외려 많은 걸 깨닫고 배우게 된다.
순수한 아이들의 마음에 생각에 나도 모르게 깜짝 놀라기도, 감동받기도 한다. 내 일상에서 어느 것 하나 내게 깨달음과 배움을 주지 않는 것이 없다는 생각이다.
치타 닮았다.는 말 한마디에도 나는 나를 돌아본다. 지금 내 얼굴이 어떠한지. 어떤 분위기를 가졌는지. 어떤 아우라를 가졌는지. 내 말투는 괜찮은지. 안녕한지. 내 마음과 가치관과 태도와 내 삶과는 다르게 내 모습이 과하지 않은지. 화려하지 않은지.
다행히도 아이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치타 닮았다는 건. 과하거나 화려한 분위기는 아닌 것 같다. 아이들 말에 의하면, 긍정적인 의미라고 하니 믿어보기로 한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더욱, 부디 편안하고 따뜻하고 친절한 사람이길. 그 마음가짐과 함께 내 얼굴도 그와 같기를. 내 지리한 노력은 현재 진행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