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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랄라 Aug 05. 2020

#12 짝퉁 한국산의 습격

한국말인 듯 한국말 아닌 한국말 같은

앞서 내가 적었던 글 중에서 10번 글에 보면 미스 알렌이 한국 물건에 푹 빠지는 과정이 나와 있다. 저렴하고 좋은 한국 물건이 한국안에서 쓸땐 몰랐지만 외국에 나오고보니 그립고 또 그립다.


아랍에미리트라는 나라 특성상 나라 안에서 직접 생산되는 물건보다는 외국에서 들여오는 물건이 많아서 좋은 물건을 구하려면 얼마든지 구할 수 있는데, 대신 단가가 좀 높다.

발리우드처럼 인도나 파키스탄 등에서 만든 물건들을 모아 파는 가게도 있는데, 가격은 다이소 가격이지만 우리나라 다이소 생각하면 품질은 한참 못 미친다. 주로 단기간에 쓰고 버릴 생각하는 물건만 사는 게 좋다.

그래서 공산품이나 작은 물건들은 한국에서 모아뒀다가 한 번씩 들고 오고는 했는데.


어느 순간 쉬미 보끄, 무무소 같은 생활용품 매장들이 하나둘씩 생겨나더니 늘 사람들이 북적북적 장사진을 이뤘다. 발음도 어려운 Ximivogue는 매장 전면에 한국 사람처럼 보이는 모델 사진을 걸어놓고, 어느 나라 물건이냐고 묻는 외국인들에게 "한국 매장입니다."라고 안내하는 직원들을 보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들은 철저하게도 한국을 베끼기 위해 물건에 한국어를 적어 두었는데, 정말 성의 없게도 번역이 엉터리다.

[바디 크린져 영양보습이다.]


한국말인 듯 한국말 아닌 한국말 같은 외계어로 물건을 잔뜩 치장해 두었다.

단순히 물건이나 디자인만 베끼는 게 아니라 매장의 국적까지 세탁해버리는 그들의 뻔뻔함에 혀를 내두를 정도다.

제품의 질은 딱 중국산 거기까지이다.

물론 저렴하긴 하지만, 몇 번 써보면 차이가 확연히 있다. 한국에서 사던 치실과 똑같은 디자인 똑같은 물건처럼 보여서 샀었는데, 이 사이에 들어가면 뚝 뚝 끊어져서 다신 사지 말아야지 결심할 정도.


버릇없는 샤워젤. jpg


특히나 영악한 무무소라는 회사는 한국 제품이라는 말 대신 한국 디자인이라는 말로 교묘하게 바꿔놓았다.

일이 년 전부터 갑자기 생긴 이 매장은 없는 곳이 없을 정도로 많이 생겼다. 심지어 아랍에미리트의 상징인 두바이몰에도 이 한국 짝퉁 샵이 그대로 들어가 있다.


처음에 한국 브랜드인 척했던 그들은 어느새 글로벌 브랜드인양 물타기를 시도했다.


처음에는 한국인인 나조차도 한국에서 만든 회사인 줄 알고 반가워했었다. 버젓이 이름에 로고에 적힌. KR이나 아래 적힌 무궁생활 무엇으로 봐도 그들은 한국처럼 보이기를 의도했다.

나는 혹시나 짝퉁 샵이 아니라 정식으로 한국 기업과 제휴를 맺고 들어온 회사가 아닐까하고 내심 기대를 했었다. 그러나 매장을 둘러보면서 바로 확신할 수 있었다.


한국인이 한 명이라도 이 회사에 속해있다면 이 물건이 과연 매장에 배치될 수 있었을까..


실리콘 오일 없다.... 한국사람 없다...

영구 없다~ 실리콘 오일 없다~


낯익은 한국어에 나와 같이 반가워했던 미스 알렌은 매장이 통으로 페이크 샵이라는 것에 충격을 받아 나에게 그럼 진짜 한국 물건을 파는 브랜드가 나오면 안 되냐고 물었다.


물론 몇몇 한국 마켓에서 한국 물건들을 가져다 팔기도 하지만, 대부분 한국인들이 찾는 생필품 정도이고, 물 건너온 것을 감안하더라도 가격이 너무 비싸 경쟁력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나도 값싸고 좋은 우리나라의 중소기업 제품들이 이제는 한국 안에서 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판매가 되었으면 좋겠다.

늘 사람들로 북새통인 한국 짝퉁 샵들만 보더라도 정말 우리나라 물건이 나왔을 때 적어도 외면당하진 않을 거라는 확신이 있다. (단, 합리적인 가격일 때)


K-제품의 위상을 깎아먹는 이런 대규모 짝퉁 매장에는 나라 차원에서 뭔가 좀 제재했으면 좋겠다.

매장 앞에 지나갈 때마다 내 얼굴이 다 화끈거리는 무무소, 그냥 당당하게 메이드인 차이나라고 밝히면 안되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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