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밤 한바탕의 소동이 있었다. 자려고 누웠는데, 갑자기 며칠전 벗어놓은 반지가 문득 생각나는 것!
이층집에 살게되면서부터, 계단 오르내리기가 힘들어서 계단 오를 일을 미룰 수 있을 때까지 미루는데
갑자기 반지를 찾기위해 자려던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1층으로 내려갔다.
근데, 없다
반지가!
에이 설마~ 어디 있겠지, 아닐거야
그러나 잠은 이미 다 달아나 버린 나는,
반지가 있을 법한 장소를 찾아 도둑고양이처럼 살금살금 뒤지고 돌아다녔다.
예상했던 장소들을 쭉 한바퀴 돌았음에도 반지를 발견하지 못했을 때
설마 했던 마음이 점점 "어라?? 진짜 없네!"로 바뀌면서
등골에 식은땀이 주륵 흐르며 소름이 쫙 돋으면서 오싹해졌다.
혹시라도 못찾으면 어쩌지?
마지막으로 반지를 벗은 날을 복기해보면, 손에 장갑을 끼다가 걸리적거려서 잘 벗어서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기억이 분명한데 아무리 찾아도 그 자리에 없고...
미스 알렌이 청소하다 보고 안전한 장소에 잘 옮겨놨을까?
바로 밑에 있던 쓰레기통에 굴러 떨어져 쓰레기에 섞여버리지는 않겠지?
이미 반지에 꽂힌 내 머릿속은 별별 생각으로 가득차버렸고 지금 당장 찾아야겠다는 마음만 앞서 미스알렌의 방문을 두드려 혹시 내 반지 봤냐고 묻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자고 있을 미스알렌에게 정말 매너가 아닌 행동이기 때문에 꾸욱 꾹 눌러참고, 제발 내일 반지를 무사히 되찾게 해달라며 간절히 기도하면서 잤다.
아침에 알렌과 얼굴을 마주하자마자 내 반지 봤냐고 물어봤는데 못봤다고 한다.
"내가 금반지를 작업실 테이블 위에 올려놨는데 못찾겠어 혹시 찾게되면 알려줄 수 있어?" 라고 부탁하며
아이들 학교에 등교시키고 돌아와보니 내 작업실에서 한창 반지를 찾고 있었다.
반지를 벗을때의 행동을 재연하며
"내가 분명히 여기에 벗어뒀는데...혹시 쓰레기에 섞여 버려진건 아닐까??"
걱정하는 나에게 쓰레기통에 버린건 절대 아니라고 아마 내가 가지고 올라갔을지도 모른다고 나를 안심시키며 말하는 그녀와 찾으면 나한테 꼭 알려달라고 얘기하고 돌아서려는 순간
내가 가리킨 쪽에 있던 물건을 치우는 미스알렌
그리고 빼꼼히 얼굴을 드러낸 금반지!!!!!!!!!!
엄마랑 커플링이라서 정말 중요한 반지였는데 진짜 순간 너무 기뻐서 눈물날 뻔했다.
알렌이랑 얼싸안고 얼마나 행복해 했는지 모른다.
그토록 찾아헤매온 반지는 하필 금색 트레이 밑에 보호색처럼 깔려있었다.
기뻐서 당장 손에 끼고 방으로 갔다가, 금반지는 아니지만 나름 이번에 한국에 다녀오면서
아울렛에서 사온 디자인반지 중 내가 가장 아끼는 반지를 꺼내와 고맙다고 말하며 그녀의 손에 끼워주었다.
오~ 나이스~ 하면서 행복해 하는 미스알렌 고맙고 또 고마워
메이드를 고용하면서 가장 난감할 때가 바로 물건을 고장내거나 잃어버렸을 때인데.
사실 미스알렌과 함께하는 3년동안 4개의 청소기를 바꿔야했고(최근에는 본인이 아예 청소기 말고 빗자루를 사달라고 했다.ㅋㅋㅋ) 큰 맘먹고 새로 산 세라믹 칼의 칼날이 부러지고, 처방받아 온 몇 달치 약을 통채로 버려버리는 등의 실수들도 있었지만 청소하며 찾은 동전 몇 개도 고스란히 모아둘 정도로 정직하게 일해주는 알렌에게 늘 감사하다.
반지를 찾아서 정말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