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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쓴 책을 아이가 처음 본 날

by 행복수집가

부크크에서 POD로 출간한 내 책 '아이의 이쁜 말'을 주문해서 실물로 받았다. 화면으로만 보던 내 글을 실물로 받으니 기분이 묘하고 신기했다.


그리고 이 책을 수지에게 보여주며 말했다.


"수지야 이것 봐~ 이거 엄마가 쓴 책이야."


"우와! 엄마 책이야?"


"응. 엄마가 쓴 책이야. 이것 봐. 안에 수지 사진도 있어."


"우와 내 사진이다!"


수지는 자기 사진이 책에 있는 걸 신기해하며 책을 들여다봤다. 수지가 소파에 자리 잡고 앉아 진지한 표정으로 책을 읽는데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큭큭 웃음이 나왔다.


내가 큰 소리로 웃으면 수지의 독서에 방해가 될까 봐 웃음을 애써 참았다. 그리고 내가 쓴 책을 조용히 집중해서 읽는 수지의 모습을 눈에 담았다.


수지가 나에게 준 선물같은 말을 담은 책이라, 사실 이 책의 주인은 수지다. 이 책의 주인인 수지가 이 책을 읽고 있는 모습을 보니 뭔가 흐뭇하고 뭉클했다.



한참 책을 들여다보던 수지가 갑자기 나를 불렀다.

가서 보니 책 종이가 조금 찢어져 있었다.

아마 책장을 넘기다가 실수로 종이를 찢은 것 같았다.


수지는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엄마 책이 찢어졌어."라고 말했다. 난 대수롭지 않다는 듯 "아 괜찮아 수지야." 하고 말했다.


수지는 테이프로 붙이면 된다며, 자기도 유치원에서 책이 찢어졌을 때 선생님이랑 같이 테이프로 붙였다고 말했다. 나는 웃으며 "그래, 테이프로 붙이면 되지" 하고 넘어갔다.


그렇게 이 날 밤은 지나갔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수지가 자고 일어나서 눈을 뜨자마자 이렇게 말했다.


"엄마, 내가 엄마 책 찢어서 속상했어?"


아이가 일어나자마자 하는 이 말을 듣고 조금 놀랐다.

어젯밤에 책을 찢은 게 내내 마음에 걸렸던 건가 싶어서.


난 아무렇지 않다고 괜찮다고 했는데, 수지는 엄마 책을 찢은 게 미안했나 보다. 이 작은 아이가 마음에 미안함을 품고 잠들었을 생각을 하니 괜히 내가 더 미안했다.


그리고 이렇게 세심하게 엄마를 살펴주는 수지를 보며 뭉클한 감동이 밀려왔다.


아이를 키우면서 자주 하는 생각 중에 하나가 '아이는 내 생각보다 더 나를 많이 사랑한다는 것'이다.


아이 세상에 엄마는 너무나 큰 존재이다. 아이는 엄마가 소중하다는 것을 평소 모든 행동과 말에서 드러낸다.


특별한 행동, 특별한 말을 하지 않아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마음과 행동에서 '사랑'이 숨김없이 드러난다.


내가 늘 사랑받고 있음을, 존재 자체로 소중하다는 것을 아이를 통해 항상 잊지 않고 기억하게 되는 것 같다.

아이는 나에게 사랑을 알려주려고 온 존재인 것 같다.


받는 사랑과 주는 사랑으로 채우는 일상의 행복을 온전히 누리는 지금의 삶이 무척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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