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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태어나고 온전한 하나가 된 우리 가족

by 행복수집가

하루는 수지가 엄마 아빠 옛날 사진이 보고 싶다고 했다. 마침 남편과 내가 수지 낳기 전 제주도 여행 갔을 때 찍은 사진을 앨범으로 만들어 놓은 게 있어서 그 앨범을 꺼내서 보여줬다.


"수지야 이거 봐봐. 엄마 아빠 사진이야."


수지는 흥미로운 표정으로 앨범을 열어서 한 장 한 장 보더니 고개를 갸우뚱하며 이렇게 말했다.


"엄마 수지는 어디 있어?"


"아, 그 사진에 수지는 없어."


"왜 없어?"


"수지는 아직 안 태어났어."


(수지는 안 태어났다는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수지는 엄마 뱃속에 있었어?"


"아니. 그때는 엄마 뱃속에도 없었어."


(그냥 뱃속에 있다고 하면 될걸, 있는 사실 그대로 말했다가 수지는 살짝 삐쳤다.)


"힝. 너무해. 왜 수지는 없어?"


수지는 똑같은 질문을 여러 번 반복했다.

엄마 아빠 사진에 자기가 없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고 '태어났다'는 의미를 알지 못했다. 아무리 설명해 줘도 태어나기 전과 태어난 후를 수지는 이해하지 못했다.


수지는 이 세상에 태어나고 나서 엄마 아빠와 항상 함께였다. 혼자였던 적이 없다. 수지 세상에 엄마 아빠가 없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고, 엄마 아빠 수지 이렇게 세 식구가 함께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그러니 사진 속에 엄마 아빠는 있는데 수지가 없는 그 사진이 수지 입장에서는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거였다. 그리고 '수지는 아직 안태어났다. 수지는 그 때 없었다' 라는 말은 더더욱 이해가 안 되는 거였다.


그래서 이 사진에 수지는 왜 없냐는 질문은 결국 "수지는 엄마 뱃속에 있었어" 란 답으로 겨우 마무리 됐다.


이 대화를 나누고 나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수지에겐 우리 세 식구가 완전한 하나구나.'


서로 각자 개별이 아니라, 수지에게는 엄마 아빠 수지 이렇게 세명은 하나인 것이었다. 우리 세 식구는 언제나 함께이고, 수지가 엄마 아빠 없는 세계를 상상할 수 없듯이 우리 부부도 수지 없는 삶을 상상할 수 없다.


'우리 가족이 하나인 것'에 뭉클한 행복을 느꼈다.

수지가 태어남으로 우리 세 식구는 정말 온전히 '하나'가 된 것 같다. 언제나 함께하고 어디서나 내편이 돼줄 든든한 울타리가 확실하게 생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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