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우리 가족 첫 봄나들이
이번 겨울 추위는 유독 길었던 것 같은데, 어느새 봄이 다가와 날씨가 따뜻해졌다. 봄의 시작을 맞아 꽃구경이 가고 싶어 근처 지역 여기저기 찾아봤다. 그리고 한 번도 가본 적 없었던 '김해 용당나루 매화공원' 에 가기로 했다.
오전에 출발해서 그리 늦지 않게 도착했는데도 이미 차들이 굉장히 많았다. 우리는 겨우 주차를 하고 매화공원 안으로 들어갔다. 공원에 들어서자 넓게 펼쳐진 낙동강이 눈에 먼저 들어왔다. 그리고 강을 바라보며 나란히 줄지어 있는 매화나무가 무척 아름다웠다.
공원 곳곳에는 돗자리와 텐트, 캠핑의자를 놓고 피크닉을 즐기고 있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이 풍경을 보니 ‘봄축제’에 온 기분이 들었다. 이 공원에서 특별히 축제를 하고 있는 건 아니었지만 파란 하늘, 푸른 강, 강 뒤에 병풍처럼 펼쳐진 산과 흐드러지게 핀 매화꽃, 그리고 이 자연 속에서 웃고 있는 사람들의 풍경은 그야말로 '봄' 이었다. 봄을 형상화한다면 딱 이런 모습이겠구나 싶은 느낌이었다.
나와 남편은 ‘우와 이쁘다’는 말을 연발하며 천천히 산책을 하려고 했다. 그러나 이런 봄 풍경보다는 공원 안에서 파는 아이스크림에 더 관심이 많은 수지 때문에 여유로운 산책은 못하고 얼른 아이스크림 파는 부스 앞에 줄을 섰다.
아이스크림 부스 앞에 줄이 길었는데 드디어 우리 차례가 돼서 보니 이제 남은 아이스크림이 5개밖에 없다고 했다. 5개 남았을 때 마침 우리가 살 수 있어서 운이 좋았다. 조금만 더 뒤에 섰어도 아이스크림을 못 살뻔 했다.
우리는 행운의 아이스크림을 들고 나무 그늘 밑에 돗자리를 깔고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돗자리 위에 앉아 눈앞에 펼쳐진 봄풍경을 감상하며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눈에는 봄을 담고 입에는 달콤한 아이스크림을 담았다.
아이스크림을 다 먹고 나서 나는 산책이 하고 싶었다. 그래서 남편과 수지에게 "산책 갈래?" 라고 물어봤는데 둘 다 돗자리에서 꿈쩍도 하지 않으려 했다. 걷지 않고 가만히 앉아 있고 싶어 하는 두 사람을 보며 ‘아빠랑 딸 둘이 참 닮았네 닮았어’라고 생각하며 피식 웃었다.
그래서 난 혼자 산책하기로 했다.
혼자 여유롭게 천천히, 발길 닿는 대로 걸어가며 풍경을 음미할 수 있어서 혼자 하는 산책도 좋았다.
매화공원은 강변이 다 공원이었고 꽤 넓었다.
공원 안에는 매화나무만 가득 심어놓은 곳이 있어서 그쪽에 산책을 하려고 갔다. 그리고 매화나무 사이사이를 걸었다. 매화를 가까이서 보며 천천히 걷는 그 순간이 참 좋았다. 개화한 지 얼마 안 된 매화들은 싱그러우면서 은은하고 화사했다.
꽃은 그저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은데 꽃이 가득 핀 풍경을 겨울 지나고 오랜만에 봐서인지 더 반가웠다.
그리고 꽃구경도 즐거웠지만 꽃을 보러 온 다양한 사람들을 구경하는 것도 또 하나의 즐거움이었다.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들, 연인들, 장년의 부부들, 동창모임처럼 보이는 어른들 등 다양한 사람들이 이 봄을 즐기고 있었다.
아이들은 하나같이 신나게 뛰어다녔고 킥보드를 타거나 비눗방울을 불고 있었다. 남자아이들은 막대기 하나만 들고도 여기저기 휘젓고 다니며 즐거워했다. 활발하게 노는 남자 아이들 뒤에서 그렇게 하지 말라며 잔소리 하며 따라다니는 엄마들의 모습도 왠지 즐거워 보였다.
그리고 이 공원의 포토존인 이쁜 매화나무 앞에서 나이 든 노모와 따님처럼 보이는 아주머니가 활짝 웃으며 사진 찍는 모습은 보는 나까지 행복하게 만들었다.
봄나들이 온 사람들의 얼굴에도 봄꽃이 활짝 핀 것 같았다. 그리고 이들 사이에 우리 가족도 있었다. 이렇게 봄의 에너지로 가득한 곳에 함께 있을 수 있음에 행복했다.
나는 산책 한 바퀴 하고 남편과 수지가 있는 자리로 다시 돌아갔다. 걸어가는 길에 멀리서도 눈에 띄는 두 사람의 모습이 사랑스러웠다.
수지는 아빠 앞에 앉아 있었고 두 사람은 앞의 풍경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꽤 가까이 가도 내가 온 줄 모를 정도로 두 사람은 풍경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 모습이 꼭 명상하는 것 같아 내가 가까이 다가가서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뭐야, 명상하고 있는 거야? 하하하하~"
명상하듯 풍경을 바라보고 있는 남편과 수지 옆에 나도 앉았다. 그리고 편안하게 봄 풍경을 음미했다.
보는 것만으로도 봄의 기운으로 충만해지는 것 같았다.
김해 매화공원은 매화가 가득한 곳이라 봄에 오면 무조건 좋고, 사계절 중에 언제 오더라도 참 좋을 것 같은 곳이었다. 그리고 피크닉 하기에도 너무 좋은 곳이라 다음엔 꼭 도시락을 챙겨 와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날 도시락을 챙기지 않은 우리는 점심을 먹으러 나가야 했다.수지는 매화공원을 떠나는 걸 무척 아쉬워했다. 계속 안 가고 싶다고, 더 있고 싶다고 하는데 겨우 설득해서 데리고 나왔다. 수지도 매화공원이 마음에 들었나보다.
이렇게 우리 가족의 올해 첫 봄나들이를 즐겁게 마쳤다. 봄기운이 가득한 곳에서 봄이 주는 에너지를 듬뿍 받았던 행복한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