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저녁이었다.
아이랑 같이 거실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수지가 갑자기 나에게 자기 심장 소리를 들어보라고 했다.
심장이 쿵쿵한다며.
그래서 별생각 없이 수지 가슴에 귀를 대봤다.
그런데 세상에! 심장 소리가 너무 크게 들려서 깜짝 놀랐다. 꼭 심장이 몸밖에 나와 있는 것처럼(?) 너무 생생하게 들렸다. 빠르게 쿵쾅거리는 심장소리가 내 귀에 선명하게 들렸다.
수지의 심장소리를 듣는 순간 수지가 내 뱃속에 있을 적 초음파로 들었던 심장소리가 생각났다. 태아의 심장은 굉장히 빠르게 뛰는데, 초음파 검사하러 갈 때마다 빠르게 뛰는 심장소리에 놀라기도 하고 안도하기도 했던 기억이 났다.
그리고 그 작고 작았던 뱃속의 수지가 6살이 된 지금도 심장은 매우 빠르고 힘차게 뛰고 있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쉬지 않고 뛰고 있는 아이의 심장 소리를 듣는데 경이로우면서 감동스러웠다.
지금까지 멈추지 않고 잘 뛰어줘서 무척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뱃속에서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멈추지 않고 뛰고 있는 심장을 생각하며 '기적'이란 단어가 떠올랐다.
'기적'이라고 하면 꼭 말도 안 되는 엄청난 행운이 나에게 와야만 쓸 수 있는 단어 같은데, 사실 내 심장이 멈추지 않고 뛰고 있다는 것, 내가 지금 살아있다는 것 자체가 '기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보다 놀라운 기적이 있을까.
우연히 들은 수지의 심장소리를 통해 '지금 이 순간 살아 있는 것이 기적'이란 것을 깊이 생각해본다.
수지는 나에게 갑자기 자기 심장소리를 왜 들어보라고 한 걸까. 때로는 정말 아이가 나에게 '삶의 기적'을 알려주기 위해 온 천사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 후로도 자주 수지의 심장소리를 일부러 들어본다.
'쿵쿵' 하며 힘차게 뛰고 있는 심장소리를 들으며 지금 이 순간 살아있음에 감사함을 온전히 느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