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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터에서 실감하는 아이의 성장

성장하는 아이를 보는 감격

by 행복수집가

아이 하원하고 마트에서 장을 봤다.

장보고 나니 내 손에 짐이 3개나 생겼다.

수지 유치원 가방, 마트에서 장 본 것을 담은 봉투, 내가 회사에서 챙겨 온 가방.


짐이 많아서 "수지야 오늘 엄마 짐이 너무 많네~"라고 말하며 난 얼른 집에 가고 싶은 마음을 내비쳤다.

하지만 수지가 그냥 집에 가줄 리가 없다.


유치원에서 다 못 쓴 에너지를 어떻게든 밖에서 다 쓰려고 하는 에너자이저 6살 수지는 놀이터에서 더 놀다 갈 거라고 했다.


그리고 마트 옆에 있는 놀이터에 갔다.

수지는 놀이터에 있는 미끄럼틀을 타기 전에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엄마는 힘드니까 저기 앉아 있어."


내 손에 짐이 많아서 힘들어 보인건지 수지는 나에게 앉아 있으라고 했다. 그러고는 마트에서 산 젤리 봉지를 한 손에 들고 씩씩하게 미끄럼틀 위로 올라갔다.


자기는 놀 테니 엄마는 힘드니까 앉아 있으라니.

이런 말을 듣는 날이 오다니.


엄마 없이 혼자 노는 것만 봐도 많이 컸구나 싶은데 엄마를 챙겨주는 마음에 더 울컥한 감동을 받았다.


행여나 넘어지고 부딪힐까 봐 놀이터에서 내내 수지 뒤꽁무니만 쫓아다니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이만큼 컸다. 내가 잡아주지 않아도 잘 올라가고, 잘 뛰어다닌다. 모든 기구를 엄마 도움 없이 이제 혼자 마음껏 논다. 참 많이 컸다.


수지의 성장변화를 놀이터에서 실감하는 것 같다.




정말 아이가 자라는 건 순식간이란 생각이 든다.


클수록 아이 혼자 잘하는 게 점점 많아진다.

그리고 엄마 손을 점점 벗어난다.


6살인 지금은 아직 엄마 도움이 필요할 때가 그래도 많지만 이 시기도 곧 지나갈 거라는 생각이 든다.


가끔 나도 혼자 편하게 있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는데, 이렇게 금방 자라는 아이를 보면 '수지가 나를 찾는 이 시기도 눈 깜짝할 새 지나가버리겠구나'라는 생각이 번쩍 든다. 이 생각을 하며 '지금의 소중함'을 놓치지 않으려고 한다.


수지가 자라는 과정을 이렇게 가까이서 지켜볼 수 있다는 게 무척 감사하다.


식물의 씨앗이 땅에 심겨 싹이 트고 열매 맺는 걸 보는 것도 경이로운데, 한 사람이 자라는 과정을 보는 건 정말 말로 다하지 못할 정도로 경이롭고 감격스럽다.


이렇게 행복하고 아름다운 여정에 함께 할 수 있어 감사하다. 수지의 성장을 가까이서 지켜보며 나 자신도 성장해 갈 앞으로의 시간들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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