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되고 나서 나의 세계가 확장된다
아이가 콧물이 난다. 그래서 어제는 병원진료를 받고, 내가 집에 데리고 있기로 했다.
병원 진료 예약을 간신히 하고, 진료 보기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서 편의점에서 필요한 것도 살 겸 잠시 수지랑 같이 나갔다. 아이랑 둘이서 집에만 있으면 시간이 천천히 가는 것 같은데, 그나마 밖에서 좀 놀고 들어오면 시간이 금방 지나가는 느낌이다.
그렇게 잘 놀고 나서 병원진료도 잘 받고 왔다. 수지는 단순 코감기였다. 다행히 코감기 외에 다른 증상은 없었다. 병원에 혼자 아이를 데리고 다녀오니, 너무 챙기고 신경 써야 할 게 많아서, 진료받고 집에 가는 길에는 힘이 쭉 빠진 느낌이었다.
병원 가서 기다리는 대기시간이 지루한 아이는 가만히 있지 않기 때문에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구경한다. 더위에 유모차를 끌고 간 엄마는 힘들어서 얌전히 앉아서 기다리고 싶지만, 그럴 수만은 없다.
아이가 원하는 대로 해주면서 진료받고 처방받고 이것저것 필요한 일들을 하다 보면, 진이 다 빠진다. 수지가 똘똘하고 이쁘지만, 그렇다고 쉬운 육아 상대는 아니다. 매운맛도 단단히 보여주는 아이다.
진료 보고 집에 오니 오전동안 이미 하루에 쓸 체력을 다 써버린 느낌이었다.
오늘 하루종일 수지를 혼자 보느라, 긴 시간이었고 체력소모가 많기도 했다. 그래서 남편이 퇴근하고 집에 와서는 남편에게 수지를 맡기고 잠시 누워있기도 했다. 그러나 계속 누워 있을 순 없다. 육아를 하다 보면 몸이 지치고 힘들 때가 있는데 그때는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있고 싶을 때도 있다.
그러나 엄마가 된 이상, 아이가 활동하는 동안에는 내 맘대로, 나 편한 대로만 할 수 없다. 아이를 챙겨야 하고, 같이 놀아달라는 아이를 외면할 수 없다. 애써 힘을 내서 같이 놀아준다.
이렇게 아이를 챙기고 돌보는 나를 보며, 아이를 낳기 전엔 나만 생각하고, 내가 필요한 것 내가 하고 싶은 것만 생각하며 살았는데 엄마가 되니 나의 영역을 이렇게 넓혀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전에는 나만 챙기고 살아도 별 문제가 없었는데, 엄마가 된 지금은 나만 생각할 순 없다. 아이에게 정성과 마음을 들이고, 많은걸 신경 쓰고 챙긴다.
엄마가 되어서 나의 세계를 확장해 간다.
확장하는 과정에는 희생도 있고 고통도 있다. 쉽지만은 않다. 나름 여러 힘듦과 수고와 희생이 있다. 이 것들을 부딪히고 겪으면서 내 세계가 조금씩 더 넓어지는 것을 느낀다.
그리고 어제 수지는 원래 어린이집에서 물놀이를 하기로 한 날이었는데, 감기로 가지 못했다. 우리 집에서 수지 어린이집이 바로 보이는데, 거실 창문으로 밖을 보니 어린이집 앞에 물놀이터를 만들어 놓은 게 보이고, 거기서 친구들이 놀고 있었다.
수지가 그걸 봐버렸다. 난 수지가 그걸 보고 자기도 가고 싶다고 떼쓰면 어쩌나 했는데, 의외로 반응은 차분했다. 친구들 물놀이한다고 말해주기도 하고 선생님 저기 있다며 찾기도 하고, 나에게 “엄마랑 같이 가볼까?” 해서 내가 “수지 콧물이 나와서 병원에 가야 해. 그래서 물놀이를 못 가.”라고 얘기해 주니 수지가 알아듣는다.
그리고 내가 “수지야 엄마랑 집에서 놀자, 엄마랑 노는 게 더 좋지?”라고 말하니, 수지가 그렇다고 했다. 엄마랑 놀 거라고.
그 말에 감동이었다. 사실 아이가 물놀이가 더 하고 싶다고 말했어도 섭섭하지 않았을 거다. 아이가 물놀이를 좋아하는 건 당연하니까. 그런데 엄마랑 노는 게 더 좋다고 말해주는 아이가 너무 고맙고, 감동이었다. 날 이렇게 좋아하고 소중히 생각하는 내 아이라니. 아이가 주는 사랑에 감동받았다.
하루종일 육아를 하다 보면 힘들고, 지치는 순간들이 자주 찾아온다. 하지만 아무리 힘들어도, 아이가 주는 기쁨과 사랑이 그 힘듦을 가볍게 이겨버린다. 육아를 하며 찾아오는 힘듦은 잠시 왔다가 지나간다. 지나갔다가도 다시 찾아오지만, 그래도 지나간다.
육아를 하며 느끼는 사랑과 행복은 계속 쌓여간다. 그냥 지나가지 않고, 사라지지 않고, 내 마음에 그 사랑이 더 크게 탄탄하게 쌓여간다.
이렇게 쌓여가는 사랑이 힘든 육아도 행복한 마음으로 할 수 있는 힘의 원천이 되는 것 같다. 사랑하며 사는 삶이 정말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