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유치원 갈 때 장난감을 챙기는 이유

작은 것으로 누리는 큰 기쁨

by 행복수집가

내 아이는 유치원 등원 할 때 작은 장난감이나 피규어, 책 등을 챙긴다. 유치원에는 개인 물건은 되도록 가져오지 말라는 규칙이 있다. 그래서 나는 챙겨주지 않으려고 하지만 수지가 너무나 간절히 가져가고 싶어 해서 유치원 가서는 꺼내면 안 된다는 당부를 하며 가방에 넣어준다.


나는 챙겨주면서 '어차피 유치원 가면 꺼내지도 못할 텐데 왜 꼭 하나씩 가져가는 걸까. 자기가 좋아하는 물건이 가방 안에 있는 것만 해도 마음이 허하지 않고 든든한가'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어느 날 아침엔 시나모롤 피규어를 챙겼다. 그 피규어는 수지의 작은 손에도 쏙 들어오는 앙증맞은 은크기라 겉옷 주머니에 넣어갔다.


시나모롤 피규어랑 같이 등원하는 게 기분이 좋은지 수지는 싱글벙글 웃으며 버스를 탔고, 어떤 친구 옆자리에 앉았다.


수지는 버스를 타면 버스가 출발할 때까지 계속 나에게 손을 흔들어준다. 버스가 신호를 기다리느라 대기 시간이 조금 길어져도 항상 나에게 끝까지 손을 흔들어준다. 그러면 나도 같이 손을 흔들어준다.

우리는 매일 아침 이렇게 서로 손을 흔들며 애틋한 인사를 나눈다.


그런데 수지가 시나모롤 피규어를 챙겨갔던 이 날은 나를 보지 않고 옆에 앉은 친구랑 이야기를 나누었다. 난 버스 밖에 있었기 때문에 버스 안에서 아이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들리진 않았지만 엄마에게 인사하는 것도 잊고 친구와 웃으며 수다를 떠는 걸 보니 무척 즐거운 상태라는 게 느껴졌다.


이 어린아이들이 웃으며 대화하는 모습이 정말 귀여웠다. 그리고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너무 궁금했다. 그래서 난 아이들을 계속 관찰했다.


한참 이야기를 나누던 중에 옆자리 친구가 자기 손에 낀 반지를 수지에게 보여젔다. 그리고 수지는 호주머니에서 시나모롤 피규어를 꺼내 친구에게 보여줬다.

서로의 물건을 보며 아이들은 활짝 웃으며 좋아했다.


수지는 친구에게 "이거 봐봐, 시나모롤이야." 하고 자랑하듯 말하는 것 같았다. 시나모롤을 본 친구는 눈을 반짝이며 관심을 보였다. 그런 친구를 보고 수지는 뿌듯한 표정을 지으며 좋아했다.


이 모습을 보고 알았다.

수지가 왜 매일 작은 장난감들을 가져가는지.


아이들은 아주 소소하지만 나름 자기가 좋아하는 물건을 하나씩 챙겨와서 친구에게 보여주며 자랑을 하기도 하고 다른 친구의 물건을 보고 칭찬을 하기도 했다. 이렇게 서로 칭찬하고 칭찬받는게 아이들의 즐거움인 것 같았다.


유치원에 가면 자유롭게 꺼내서 놀지는 못하지만 자기가 좋아하는 물건을 다른 친구에게 보여주고, 친구가 '우와 이쁘다 귀엽다'라고 반응해주면 그게 큰 기쁨이 되는 것 것 같다.


수지는 버스에서 친구에게 피규어 자랑을 하느라 버스가 출발할 때까지 나에게 인사를 해주지 않았다.

친구와의 대화에만 온통 정신을 집중하고 있었다.


평소엔 잠시 딴짓을 하다가도 버스가 출발하면 창밖으로 나를 보며 열심히 손을 흔들어주던 수지였는데, 이 날은 엄마애게 인사하는 걸 완전히 잊었다.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웃음만 나왔다. 나는 수지가 친구랑 수다떠는 뒷모습을 보며 버스를 보냈다.


매일 자신을 기쁘게 하는 소소한 것을 챙기는 아이가 참 귀엽다. 이것도 아이가 즐거운 유치원 생활을 할 수 있는 한 부분인 것 같다.


이런 아이를 보니 작은 것으로도 큰 기쁨을 누리는 마음이 하루를 행복으로 물들인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가 유치원에 갈 때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하나씩 챙기는 것처럼 나도 회사에 나를 기쁘게 해주는 것들을 항상 챙겨둔다. 내 마음을 풍요롭게 해주는 책, 좋은 마음을 되새기는 필사노트가 늘 내 곁에 있다.

이것만 있으면 어딜 가도 마음이 든든하고 평온하다.


내가 좋아하고, 나를 기쁘게 하는 것들을 곁에 두고 살아간다면 하루하루가 조금 더 포근하고 따뜻해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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