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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랑 떨어져 자는게 싫은 아이가 한 말

by 행복수집가

얼마 전에 내 동생이 조카를 보려고 집에 왔다.


이모가 와서 수지는 무척 신났다. 이모는 쉬지 않고 수지랑 계속 놀아주니 수지가 좋아할 수밖에 없다. 나도 동생이 오는 날이 참 좋다. 동생이 수지랑 잘 놀아주니 나는 그 시간에 편하게 내 할 일을 하고 쉴 수도 있다.


그래서 동생이 집에 온다고 하면 두 팔 벌려 환영한다. 이날도 수지는 이모랑 신나게 잘 놀았다. 수지 체력도 보통이 아닌데 이모 체력도 보통이 아니다. 수지랑 노는 내내 얼굴에 웃음을 잃지 않고 수지가 시키는 건 다해준다. 힘든 자세를 취하는 것도 다 해주고 좀 귀찮은 것도 다 해준다.


그렇게 한참 잘 놀다가 저녁이 되어 이모는 집에 갈 시간이 되었다. 내 동생은 집에 가기 아쉬워했고 수지도 이모를 보내기 아쉬워했다.


그래서 동생이 수지에게 이렇게 말했다.


"수지야 이모 집에 가서 이모랑 같이 잘래?"


나도 이 말에 거들었다.


"그래, 수지야 이모 집에 가서 하루 잘래? 수지 이모 좋잖아"


그런데 나의 이 말에 수지는 단호하게 이렇게 대답했다.


"아니. 나 엄마 없으면 큰일 나."


수지의 대답에 나랑 동생은 둘 다 웃음이 빵 터졌다.

엄마랑 떨어져서 자는 건 싫다는 수지의 마음이 담긴 말인데 표현이 너무 귀여웠다. 그리고 감동이었다. 엄마 없으면 큰일 난다니.


수지의 이 대답을 듣고 뭉클한 감동을 받은 나는 수지를 꽉 끌어안았다.


"수지, 엄마 없으면 큰일 나? 힝."


그렇게 이모를 좋아하고, 나보다 이모가 훨씬 더 잘 놀아주지만 그래도 역시 엄마가 최고인가 보다. 수지가 나를 의지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너무 크게 느껴졌다.

그 마음이 어찌나 감동적인지 이 날 저녁에 감동의 여운이 잘 가시지 않았다.


이모는 결국 수지를 데려가지 못하고 혼자 집으로 돌아갔다. 이 날, 이모가 넘치는 에너지로 열심히 놀아준 덕분인지 수지는 눕자마자 잠이 들었다. 내 옆에 곤히 잠든 수지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봤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나와 떨어진 적이 없는 우리 수지. 늘 엄마 곁에서 편안하게 단잠을 자는 수지. 이 날따라 수지의 자는 모습이 유난히 천사처럼 보였다.


새근새근 자고 있는 수지를 가만히 들여다보며 속으로 조용히 고백했다.


'나도 수지 없으면 큰일 나. 사랑해 내 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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