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따라가면 만나게 되는 아름다운 세상

아이를 따라 언덕길을 산책하며 느낀 행복

by 행복수집가

일요일 오후에 아이가 낮잠 자고 일어나더니 나가고 싶다고 해서, 둘이 산책을 나갔다.


오후 5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이었지만, 밖은 한낮의 뜨거운 열기가 다 가시지 않아서 여전히 더웠다. 그래도 조금씩 불어오는 바람이 선선하다고 느끼며 천천히 걸었다. 잠시 주변 풍경을 보면서 걷고 있었는데, 수지가 우리가 산책하던 길 맞은편으로 가자고 했다.


그래서 횡단보도를 건너 맞은편으로 갔다. 그 맞은편 길에서 수지가 가고 싶었던 곳은 산책로가 있는 작은 언덕이었다. 그 언덕엔 목재 데크로 되어있는 계단이 있었고 수지는 그 계단을 올라가자고 했다.


거의 등산길이었다. 오르막길을 계속 올라가야 했는데, 아직 해가 지지 않아 햇빛은 여전히 뜨겁고 더워서 난 가고 싶지 않다고 생각을 했다. 그래서 처음엔 “엄마 힘들어서 못가 수지야”라고 하니, 수지가 꼭 저길 가보고 싶다는 호기심에 가득한 눈빛으로 날 보며 “엄마 괜찮아 한번만 가보자”라고 말했다.


이렇게 간절히 원하는 귀여운 아이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었다. 그래서 아이와 같이 오르막길을 오르기 시작했다. 그 동산 풀숲에는 사슴 모형들이 있었다. 수지는 그 사슴을 보고, 멈춰 서서 보더니 루돌프라고 했다. 그러고 보니 루돌프처럼 생겼다.


그리고 루돌프 사슴 앞에 풀들을 보고 수지가 크리스마스트리라고 했다. 그래서 봤더니, 정말 크리스마스 트리에 쓰는 나무의 모양과 비슷하다.


수지의 표현이 너무 귀여웠다. 처음에 올라갈 땐 아이고 힘들겠다 싶었는데, 어느새 귀여운 아이의 말과 행동에 힘듦을 잊고 흥미를 가지고 나도 오르고 있었다. 수지는 처음 가본 그 길이 너무 신기하고 재밌는지, “여기는 보물 찾기야~” 하며 즐거워했다.


한 손에는 파란색 풍선을 들고 신나게 오르막길 계단을 오르는 작은 아이의 모습을 보니 꼭 동화 속 세상으로 들어온 느낌이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이상한 나라에 수지가 새로운 세상을 모험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수지가 나보다 앞서 가며, 내가 잘 오고 있는지 뒤를 확인한다. “엄마 빨리 와” 하며 나를 이끌었다. 이런 아이를 보니 “수지가 많이 커서 내 앞에서 나를 이끌어주기도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항상 어린 아기 수지와 걸을 땐 내 옆에 손을 꼭 잡고 가거나, 빠른 엄마의 걸음을 따라오지 못해 뒤에서 아장아장 걷곤 했었는데, 어느새 많이 자라서 엄마보다 앞서 가며 나에게 따라오라고 하다니. 괜히 코끝이 찡했다.


아이를 따라가다 보니 내가 생각지 못한 곳으로 가게 되고, 나 혼자였으면 가지 않았을 곳에 가서 생각지 못한 아름다운 풍경을 만나기도 했다. 아이의 호기심이 이끈 곳으로 같이 간 그 언덕에 올라 내려다보는 동네 풍경이 참 아름다웠다.


아이를 따라가다 보면
생각지 못한 좋은 일들을 만난다.
아이가 보여주는 세상은
항상 아름답다.

처음에 수지가 언덕을 올라가자고 할 땐 조금 귀찮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올라와보니 우리 수지 따라오길 잘했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계단을 오르다 보니, 하늘이 가까워진다.


그리고 하늘에 가까워지는 아이의 모습을 보며 우리 수지가 만나게 될 미래도 하늘처럼 푸르고 아름다웠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수지는 더 멀리 정상까지도 갈 수 있었지만, 내가 중간에 말리고 설득해서 다시 내려왔다. 다음에 날이 좀 더 선선해지면 또 와보기로 했다.


내리막길에선 수지의 손을 잡고 내려왔는데, 힘차게 내려오는 수지의 발걸음이 경쾌했다. 다 내려오고 나니, 저기 올라갔다 왔다는 것에 괜히 뿌듯하기도 하고 개운한 느낌이 좋았다.


둘 다 얼굴에 땀이 줄줄 흘렀지만, 우리 둘의 즐거운 추억이 생겨서 기분이 좋았다. 올라갔다 내려온 수지의 표정은 올라가기 전보다 더 밝았다.


새로운 세계를 모험하고 새로운 힘이 생긴듯한 아이다. 올라가면서 힘을 다 쓴 것 같지만, 뭔가 모를 힘이 더 나서 우리는 집까지 다시 즐겁게 산책하며 갔다.


오늘 수지와의 산책은 보통 때와는 다른 산책이어서 더 기억에 남는다. 아이와 함께 새로운 곳에서, 정말 보물찾기 하듯 우리 눈앞에 나타나는 모든 것 하나하나를 신기하고 흥미롭게 바라보았다. 한 여름에 루돌프도 만나고, 크리스마스트리도 만나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나에게 선물 같은 아이가 와서, 매일 선물 같은 시간을 만들어준다. 늘 생각지 못한 선물을 가득 안겨주는 내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정말 소중하고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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