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있는 순간에 가장 순수해진다

놀이터에서 만나는 순수한 세계

by 행복수집가

아이 하원하고 오랜만에 놀이터에서 시간을 보냈다. 요즘 날이 계속 더워서 놀이터에서 낮에 시간을 잘 보내지 않았는데, 오후 5시 넘어가니 그래도 해가 아주 뜨겁진 않아서 괜찮았다.


놀이터에 갔더니 같은 어린이집 친구가 있었다. 친구를 보자마자 수지는 반가워하며 “ㅇㅇ 야!” 하며 뛰어갔다. 그리고 놀이터를 뛰어다니며 땀으로 머리를 다 적시고, 얼굴이 빨개졌다.


수지 친구가 괴물이 되어서 수지와 나를 쫓아온다. 수지는 내 손을 잡고 “엄마 도망가자” 하며 같이 놀이터를 몇 바퀴 뛰었다. 괴물이 되어 뛰어오는 친구는 나뭇가지 하나 들고 “우왕!” 하며 괴물 소리 내며 뛰어오고, 수지는 나와 같이 도망가며 “아아아!” 소리 지르며 신이 났다.


뛰고 또 뛰는 이 술래잡기가 아이들에게 그저 재밌다. 나도 오랜만에 이렇게 뛰어봤다. 내가 아이가 아니었으면 평소에 놀이터에서 뛰는 일은 거의 없었을 텐데, 수지로 인해 나도 어린아이처럼 놀이터를 뛰어다닌다.


수지와 친구가 둘 다 괴물이 되어 나를 잡으러 오기도 하고, 친구가 괴물이 되어 나와 수지가 도망가기도 하고, 내가 괴물이 돼서 아이들을 쫓아가기도 했다. 누가 술래여도 상관없고 술래에게 잡혀도 상관없다. 뛰는 놀이는 계속된다.


오랜만에 아이와 같이 뛰어놀다 보니 “ 아, 정말 좋다” 하는 마음이 들었다.


집에서 가만히 앉아 아이와 노는 것 말고, 키즈카페 가서 노는 아이를 따라다니거나 지켜보는 것 말고, 이렇게 나도 아이와 같이 뛰어다니며 아이와 하나 되어 노는 것 같은 이 느낌.


뭔가 엄마가 아이와 놀아준다는 개념이 아니라, 나도 아이처럼 그냥 뛰어다니다 보니 내 마음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기쁨, 즐거움이 있었다. 순간 ‘아 그래 이거지, 아이와 같이 노는 즐거움이란!’ 이런 마음이 들었다.


뛰면서 땀이 나고 더웠지만, 그래도 즐겁고 좋았다. 아이들이 환하게 웃는 얼굴로 날 따라오는 그 순간이 행복했다. 아이들이 웃는 모습을 보면 정말 행복해진다.


그런데 이렇게 신나게 놀다가, 수지 친구가 손에 들고 있던 나뭇가지가 부러져서 울었다. 친구 엄마가 아이를 안아주고 달래줘도 울음이 잘 그치지 않았다.


친구의 우는 모습을 보고 수지가 나에게 물었다. “엄마, ㅇㅇ가 왜 울어?” 그래서 내가 “ㅇㅇ가 들고 있던 나뭇가지가 부러져서 속상해서 운데.”라고 하니까 수지가 바로 나무와 풀이 있는 곳으로 가서 나뭇잎과 나뭇가지를 찾기 시작했다.


어떤 나뭇잎을 들고서는 “어, 이거는 ㅇㅇ가 좋아하는 게 아닌데? ” 하더니 내려놓고, 다시 친구가 좋아할 만한 나뭇잎을 하나 찾고, 그다음엔 친구가 좋아할 만한 나뭇가지를 찾았다. 수지가 아무거나 땅에 떨어진 나뭇가지를 찾은 게 아니라, 크기와 모양을 자세히 비교하며 골랐다.


그리고 울고 있는 친구에게 나뭇가지와 나뭇잎을 주었다. 친구는 울면서 그걸 받아 들고 잠시 보더니 울음을 그쳤다. 옆에 같이 있었던 다른 언니도 울고 있던 아이에게 나뭇잎을 주었다. 한 아이가 우니까 다른 두 명의 아이가 그 아이를 달래려고 직접 나뭇가지와 나뭇잎을 주워서 주는 그 모습이 너무 순수하고 아름다웠다.


아이들이 친구가 왜 우는지를 파악하고 그 아이가 원하는 것을 찾아주며 ‘괜찮아 울지 마’ 하는 마음을 건넨 것이다.


그 모습이 감동이었다. 울던 아이는 울음을 그치고 다시 웃었다. 양손에 나뭇가지와 나뭇잎을 들고 웃는 아이의 모습에서 ‘나 이제 괜찮아’ 하는 게 보였다.


그리고 아이들은 다시 놀았다.


놀이터에서 아이들의 세계를 보며 삶을 배운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순수한 아이들을 보고 있으면 나에게도 원래 있었던 본연의 순수한 마음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고, 아무것도 꾸며지지 않은 있는 그대로의 순수한 마음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자주 느꼈다.


오늘 놀이터에서도 아이들의 순수한 세계를 보며 마음이 따뜻해지고 미소가 지어졌다. 아, 오늘도 이런 아름다운 순간을 선물 받았구나 하는 느낌.


그리고 내 아이가 다른 친구의 슬픈 마음을 헤아리고, 챙겨주고, 직접 나뭇가지를 고르고 찾는 모습이 나에게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


이 날도 또 한 번 ‘우리 수지 많이 컸구나, 이쁘게 잘 자라고 있구나’ 하는 마음에 아이에게 고맙고 행복했다.


내가 아이에게서 참 많은 걸 배운다.


나이를 먹어가고 세상을 경험하며
어른의 때가 낀 내 마음을
아이를 키우면서
때를 하나하나 벗겨내고
원래 있던 순수의 마음을
찾아가는 것 같다.


아이와 있는 순간에 내가 제일 순수하고 해맑은 것 같다. 보석 같은 내 아이가 나에게 아름다운 마음을 만나게 해주는 것 같다. 매일 참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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