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의 풍경을 즐기는 일상의 여행

아이와 함께 즐긴 여정

by 행복수집가

며칠 전 휴일, 남편은 출근하고 나와 아이 둘만 있었다. 이 날 특별한 계획은 없었는데, 아이가 카페에 가고 싶다고 해서 집 앞 카페에 갔다. 카페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나오니, 수지가 어디 놀러 가고 싶다고 말했다.


수지는 유모차를 타고 나왔고 (아직도 걷는 것보단 유모차를 즐겨 탄다) 나는 운전을 못하는 뚜벅이다 보니 어디 멀리 갈 수는 없어, 동네에서 시간을 보내야 했다. 그래서 동네에서 아이랑 갈만한 곳을 찾아보다가 '익룡발자국전시관'에 가기로 했다.


전시관까지는 걸어서 약 30분 정도가 걸리는 거리였다. 그냥 어른 걸음으로 갔을 때 이 정도니, 아이 유모차를 밀고 가면 시간이 더 걸릴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난 평소에 걷는 걸 좋아해서 딱히 힘들 거란 걱정 없이 힘차게 발걸음을 옮겼다.




전시관으로 가는 길은 내가 걸어본 적이 없는 길이었다. 새로운 길을 걷다 보니 꼭 여행온 기분이 들었다. 처음 걷는 길과 낯선 풍경들을 보니 설레기도 하고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걸으며 좀 더 힘을 낼 수 있도록 신나는 음악도 틀었다. 음악을 들으면서 걸으니 즐거운 에너지가 더 솟아났다.


가는 길의 모든 풍경이 정말 아름다웠다. 여름날의 싱그럽고 청량한 풍경이 눈앞에 계속 펼쳐졌다.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 앞에서 걸음을 멈추고, 사진도 찍으며 그 풍경을 천천히 음미했다. 그렇게 내 곁에 스쳐 지나가는 풍경들 하나하나를 오감으로 충만하게 느꼈다.


그리고 유모차에 앉아 있던 수지는 챙겨 온 거북이 장난감으로 혼자 역할극 놀이를 하면서 조잘조잘 떠들며 잘 놀았다. 수지의 귀여운 목소리를 들으니 왠지 더 힘이 났다. 전시관으로 가는 길 위에서 우리는 각자 나름의 즐거움을 충분히 누리고 있었다.




때로는 내가 길을 헤매기도 했다. 그래서 예상보다 시간이 더 걸렸다. 땡볕아래 오래 걷다 보니 더워서 땀도 났는데, 이상하게 마음은 뽀송하고 전혀 짜증이 나지 않았다. 길을 헤매는 순간조차도 마치 처음 와보는 여행지처럼 느껴져, 괜히 여행 온 기분이 들었다.


목적지만 바라보고 가는 게 아니라, 가는 길에 있는 아름다운 풍경을 즐기다 보니 전혀 힘들지 않았던 것 같다.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음에 감사한 마음으로 가득했다.


그렇게 한참 걷다 보니 어느새 목적지인 '익룡발자국전시관'에 도착했다. 땡볕 아래에서 꽤 오래 걷고, 중간에 길도 헤매서 찾아가는 길이 쉽지 않았다. 그래서 전시관이 눈앞에 나타났을 때 정말 반갑고 뿌듯했다.


내가 만약 그냥 차를 타고 편하게 왔으면 이런 반가움과 뿌듯함을 느낄 수 있었을까. 아마 아무 감흥이 없었을 것 같다. 길에서 조금 고생하긴 했지만 그 과정이 헛되진 않았다. 쉽지 않은 여정을 지나 무사히 도착하니, 감사와 기쁨도 더 크게 느껴졌다.


익룡발자국전시관에 무사히 도착하고 나서 내가 수지에게 이렇게 말했다.


"수지야! 엄마가 열심히 걸어서 잘 찾아왔지?! 엄마 박수 쳐줘!"


수지는 정말 박수를 쳐줬다. 그리고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엄마, 나도 유모차에서 혼자 잘 놀았지?! 수지도 박수 쳐줘!"


나도 수지에게 박수를 쳐줬다. 수지에게 혼자 잘 놀아줘서 정말 고맙다고, 수지가 유모차에서 잘 놀아준 덕분에 엄마가 잘 찾아서 왔다고 말하면서.


우리는 서로에게 박수를 쳐주며, 무사히 이곳에 도착한 기쁨을 누렸다. 정말 행복했다.


이 날 수지와 같이 걸어간 길의 여정에서 느낀 행복의 기운이 지금도 마음에 남아 있다. 목적지만 바라보지 않고, 길 위에서 마주한 아름다움을 하나하나 느끼고 즐기다 보니 도착하기도 전에 마음은 행복으로 충만했다. 그리고 이 여정에 사랑하는 아이와 함께 할 수 있어서 더 행복했다.


내가 가는 인생길에서도, 어떤 목표만 쫓으며 가는 게 아니라 지금 보내는 하루에 있는 아름다움과 기쁨을 즐겨야겠다는 마음이 든다. 하루하루 감사하며 즐겁게 지내다 보면, 목적지에 도착하기도 전에 이미 내 삶은 행복으로 가득 차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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