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에게 자기 생각을 말하는 아이

친구와의 대화 속에서 느낀 아이의 성장

by 행복수집가

내 아이에게는 1살 때부터 6살인 지금까지 친하게 지내는 친구 K가 있다. 이 두 아이는 어린이집에서 처음 만나, 6살인 지금까지 우정을 이어오고 있으니 아이 인생에서 가장 오래된 친구다.


둘이 노는 성향은 분명히 다른데 서로 배려하고 챙기며 잘 놀아서 신기하다. 지금은 서로 다른 유치원이라 자주 보진 못하지만, 한 번씩 만나도 어제 본 것처럼 편안하고 또 반갑게 서로를 맞이하는 아이들을 보면 흐뭇하고 뿌듯하다.


저번 주말에는 이 친구 K랑 만나서 같이 뮤지컬도 보고 밥도 먹고 카페도 갔다. 이 날도 역시 둘은 서로 꽁냥꽁냥 대화하며 잘 놀았다.


나랑 K엄마는 앉아서 아이 둘이 노는 걸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다 둘의 대화를 듣게 되었는데 K가 수지를 부르면서 "야~"라고 했다.


보통은 "수지야~" 하고 이름을 부르는데 이 때는 무슨 상황이었는지 "야"라고 했다. 수지는 자기를 '야'라고 부른 친구에게 이렇게 말했다.


"야라고 하지 말고, 수지라고 해."


수지는 아주 단호하고 야무지게 말했다.

그 말을 들은 K는 바로 "알겠어, 수지야." 하고 말했다.


K가 악의를 가지고 그렇게 부른 건 아닐 거다. 어쩌다 보니 '야'라고 하게 된 것 같은데 이 말의 어감이 썩 좋지 않다는 것을 느낀 수지는 그냥 지나치지 않고, 친구에게 그렇게 부르지 말라고 똑 부러지게 말했다.


그러고 나서 아이들은 다시 웃으며 잘 놀았다.


이 상황을 보면서 우리 아이들이 참 많이 성장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같이 놀다가 자기감정이 상하면 그걸 표현하며 그렇게 하지 말라고 이야기도 한다.

그리고 상대방의 기분을 이해하며 받아들인다.


예전에 더 어렸을 때는 무조건 자기가 먼저고, 자기가 원하는 대로만 해야 했다. 그런데 이제는 누군가와 같이 놀 때 자기 하고 싶은 것만 다 할 수는 없고, 때로는 양보도 해야 하고, 내가 원하지 않는 상황이 생긴다는 것을 알아간다. 그러면서 그 상황을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의 그릇도 조금씩 커지는 것 같다. 이게 성장하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의 성장은 여러 순간에서 느껴지지만, 다른 친구와 지내는 모습을 볼 때 특히 크게 느껴진다. 상대방의 기분을 헤아리기도 하고 같이 어울려 놀지 못할 때 섭섭함을 느끼기도 한다. 이제는 자기감정이 상한 것을 스스로 알아차리고, 그걸 말로 표현하기도 한다. 그리고 친구랑 놀고 싶어도 친구가 자기 방식만 고집하면 무조건 맞추려 하지 않는다. 관계에서도 균형이 중요하다는 걸 조금씩 배워가는 것 같다.


이제는 수지와 친구 사이에서 일어난 어떤 상황에 대해 내가 나서서 아이의 감정을 대변해주지 않아도, 수지가 스스로 자기의 감정을 잘 표현한다.


수지는 친구뿐만이 아닌, 엄마인 나에게도 억울하거나 섭섭했던 일을 조목조목 따져가며 야무지게 말할 때가 있다. 그럴 땐 나도 말문이 막힌다. 이제는 내가 수지를 쉽게 이겨내지 못한다. 무슨 말을 하려고 하면 나 역시 한번 더 깊이 생각하고 답해야 할 정도다.


이 정도로 아이의 생각이 많이 성장했고 깊어졌다.

이런 변화가 내심 반갑고 고맙다.


아이는 점점 더 자라면서 친구 관계 때문에 속앓이도 할 거고, 속상한 상황이 더 자주 생길 것이다. 하지만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아이의 마음은 더 깊어지고 넓어지고 단단해질 것이다.


나는 그저 이렇게 자라나는 아이의 모습을 묵묵히 지켜보며, 고민이 깊을 땐 이야기를 들어주고 내 경험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만으로도 아이에게 작은 지혜가 될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다.


이 날, 친구 K에게 똑 부러지게 할 말하는 수지를 보며 사소한 상황이었지만 수지가 많이 단단해지고 성장했다는 것을 느꼈다. 아이 스스로 가진 힘이 있다고 믿는다. 아이는 내 생각보다 강하다. 나는 아이 안에 있는 힘을 믿는다. 아이를 믿고 지켜봐 주며, 언제나 응원하는 마음으로 곁에서 지지해 주는 것. 그것이 아이이 성장을 위해 내가 해줄 수 있는 가장 좋은 일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빙수 한 그릇으로 자라나는 모녀의 우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