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하는 성장의 여정
며칠 전 비 오는 아침, 아이와 함께 등원하던 길이었다.
비가 내려서 수지도 자기 우산을 손에 들었다. 그날, 수지가 스스로 우산을 펴서 쓰고 가는 모습을 보는데, 문득 '언제 이렇게 컸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는 우산을 드는 것도 힘들어서 낑낑거렸는데, 어느새 이만큼 자라서 스스로 우산을 혼자 척척 펴고, 씩씩하게 혼자 잘 쓰고 나면 스스로 우산도 잘 접는 모습이 새삼 신기하고 기특하게 느껴졌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내 도움 없이는 우산 하나 펴고 접는 것도 잘 못했는데, 어느새 지금은 혼자 다 할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또 아이의 성장을 실감한다.
나는 아직도 아이가 태어나던 그날이 생생하고, 갓 태어났을 때 그 모습이 눈에 선하다. 이제 여섯 살이 된 수지의 처음 모습을 기억하고 있다 보니, 이렇게 작은 순간에서도 아이의 성장이 느껴질 때면 괜히 더 뭉클해진다. 그렇게 작고 작았던 아기가, 이만큼 자랐다니. 놀라움과 동시에 감사함도 울컥 올라온다.
지금 잘 걷고, 잘 뛰고, 놀이터에 모든 기구도 잘 올라타고, 매달리는 것도 잘하고, 스스로 밥을 먹고, 물병을 혼자 열고 닫으며 엄마 아빠에게 하고 싶은 말도 야무지게 잘한다. 그리고 오랫동안 떼지 못했던 기저귀를 떼고 변기에 쉬를 하는 것도 무척 놀랍다. 이런 아이를 보며, 한 생명이 자라나는 일이 얼마나 경이로운 일인지 새삼 느낀다. 이보다 더 경이로운 일이 있을까 싶다.
씨앗을 심고 거기서 싹이 트는 것만 봐도 신기하고 경이로운데, 내 뱃속에서 나온 아이가 점점 자라고 성장하는 걸 가까이서 보는 건 매일 기적을 보는 것처럼 놀랍다.
그리고 나도 한 때 이렇게 작은 아기였는데, 이렇게 자라 지금의 내가 되었다는 생각을 하면 나 자신에 대해서도 왠지 고맙고 놀라운 마음이 든다. 이 마음은 곧 우리 부모님에 대한 감사로 이어진다.
내가 이만큼 건강하게 잘 자랄 수 있었던 건 부모님의 사랑과 보살핌 덕분이다. 한 생명을 키운다는 건 정말 많은 정성과 마음이 들어가는 일이다. 그걸 알기에, 내 아이를 키우면 키울수록 부모님에 대한 감사한 마음도 자연스럽게 커진다.
이렇게 내가 엄마가 되고 보니, 예전에는 미처 다 알지 못했던 부모님의 사랑과 노력을 이제야 조금씩 더 알아가는 것 같다.
비 오는 날, 스스로 우산을 펴서 가는 아이를 보며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아이가 하나씩 넘어온 단계들, 조금씩 성장해 온 모습들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간다. 이렇게 아이가 자라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생생하게 지켜볼 수 있다는 것에 대한 감사와 감동이 내 마음을 따뜻하게 적신다.
아마 수지가 성인이 돼도, 이만큼 자라줘서 고맙다며 나 혼자 감동받아 주책맞게 눈물을 찔끔 흘릴지도 모르겠다. 비록 주책맞은 엄마가 되더라도, 내 아이의 성장을 보며 느끼는 이 감동은 마음 가는 대로, 있는 그대로 충분히 느끼고 싶다.
만약 아이가 없었다면,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한 살씩 나이를 먹어가는 내 모습을 보며 조금은 서글펐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지금은 아이의 성장을 지켜보는 일이 너무 행복해서, 오히려 이 순간이 아쉬울 정도로 소중하고 감사하다.
내 아이의 내년이 어떨지, 학교를 들어가면 어떨지, 청소년기는 어떨지, 어떤 사람으로 자랄지 궁금해서 다가오는 시간이 더 기다려진다. 아이가 자라는 만큼 나도 함께 자라고 있다. 나와 아이가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성장해 갈지 무척 궁금하다. 학부모가 된 나, 성인 자녀를 둔 나, 그리고 계속 글을 쓰는 사람으로 사는 나는 나중에 어떤 모습일지 기대가 된다.
앞으로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든, 지금 이 순간의 소중함과 감사함을 잊지 않고 살아가고 싶다. 그렇게 소중한 지금을 놓치지 않고 감사한 마음으로 살다 보면, 내가 맞이하게 될 미래는 생각보다 훨씬 더 아름다운 모습일 거라는 소망을 살포시 품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