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는 엄마, 아빠 다음으로 이모를 제일 좋아한다.
할아버지, 할머니, 삼촌도 다 있는데 그중에서도 유독 이모를 좋아한다.
아이가 이모를 좋아하는 만큼, 이모도 조카를 무척 이뻐한다. 이모랑 있을 때는 이모 옆에 꼭 붙어서 떨어질 줄을 모른다. 이모도 수지랑 함께 하는 동안 내내 웃는 얼굴로, 수지가 하자는 대로 다 해준다. 그러니 수지가 이모를 좋아할 수밖에 없다.
나는 친정이 가깝고, 동생이 본가에 살고 있어서 다행히 친정식구들과 자주 볼 수 있다. 그래서 동생도 한 번씩 수지를 보러 놀러 오곤 했었는데, 요즘엔 일이 바빠져서 예전만큼 자주 오진 못했다.
한동안 이모를 못 보니, 수지는 이모가 보고 싶었는지 어느 날 아침에 "이모가 우리 집에 오면 좋겠어"라고 말했다.
마침 나도 동생이 보고 싶던 참이라, 그날 아침 바로 연락을 했다. 그냥 연락을 한 게 아니라, 이모가 보고 싶다는 수지의 목소리를 음성메시지로 녹음해서 보냈다.
"이모 주황색 좋아해? 파란색 좋아해? 이모, 우리 집에 놀러 와."
이 음성메시지를 들으면, 아무리 바빠도 올 수밖에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너무 귀여웠으니까. 그리고 잠시 후 동생에게서 답이 왔다.
'악, 너무 귀여워!!!!!!!! 이모는 주황색 좋아해! 알겠어, 이번 쉬는 날에 보러 갈게!'
수지에게 이모가 온다고 전해주니, 얼굴에 웃음꽃이 피어났다.
그리고 동생이 오기로 한 전날, 수지에게 말했다.
"수지야, 내일 누가 오는지 알아?"
"이모?!"
"응! 이모가 내일 수지 하원할 때 온데!"
수지가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하원할 때 이모가 온다고 하니, 수지가 "엄마는 안 와?"라고 물었다.
나도 당연히 하원하러 가지만, 순간 장난이 치고 싶었다.
"응, 엄마는 안가."
이렇게 말하는 순간, 수지는 1초 만에 뿌엥 하며 울음을 터뜨렸다. 수지의 갑작스러운 울음에 당황한 나는 수지를 안으며 "아니야 엄마도 올 거야, 엄마도 이모랑 같이 있을 거야. 울지 마 수지야, 엄마가 장난친 거야" 하며 수지를 달랬다.
바로 울음을 터뜨리는 수지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면서도, 한편으론 엄마가 안 온다고 이렇게 슬퍼하는 걸 보니, 나를 향한 수지의 큰 마음이 느껴져 괜히 행복하기도 했다.
수지 얼굴은 어느새 눈물범벅이 되었고, 난 눈물을 닦아주면서 이제는 엄마가 장난 안 치겠다고 여러 번 사과했다. 그런데 이 와중에도 '뿌엥' 하고 우는 수지의 모습이 너무 귀여웠다. 나는 진심으로 미안해서 사과를 계속하면서도, 우는 모습이 어찌나 귀여운지 계속 웃음이 새어 나왔다.
한참 달래자, 수지는 겨우 눈물을 그쳤고 나에게 이제 장난치지 말라고 했다. 나는 이런 장난 안 치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수지에게 물어봤다.
"수지야, 이모만 오고 엄마는 안 오면 속상해?"
큰 눈망울에 아직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로 수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난 수지를 꽉 껴안았다.
이모를 너무 좋아하니까, 내가 없이 이모랑 둘만 있어도 좋아할 거라 생각했는데, 그래도 엄마가 없으면 안 되는가 보다. 그런 수지의 모습이 참 사랑스러웠다.
그리고 다시는 아이 마음을 아프게 하는 이런 장난은 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수지가 엄마를 얼마나 좋아하고 의지하는지, 그 깊고 큰 마음을 새삼 느낀 하루였다. 이 소중한 마음이 오래도록 내 마음 한켠에 따뜻하게 남아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