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지쳐도 힘을 낼 수밖에 없는 이유
내가 출근하는 길에 아이도 같이 등원하는데, 가끔 남편이 쉬는 날이나 오후 출근하는 날에는 남편과 등원하기도 한다.
수지는 자고 일어나면 거실에 나와서 항상 아빠 방에 가서 아빠가 있는지부터 확인한다. 아빠가 자고 있으면 방문을 닫아주고 아빠가 없으면, ‘아빠 없네’ 하고 수지 소파에 앉는다.
어제 아침엔 아빠가 방에서 자고 있는 걸 보고는, 아빠랑 등원하겠다고 생각을 한 건지, 평소보다 등원 준비에 비협조적이었다.
아침에 나랑 둘만 있을 때는 그래도 시간 안에 차례차례 준비를 다하고, 엄마 말을 따라주는데 아빠랑 등원하는 날엔 아침에 좀 늦게 나가도 된다는 걸 수지가 아는 것 같다.
그래서 더 늑장을 부리고, 치카 하자해도 안 한다고 하고 조금 말을 안 듣는다.
수지는 역시나 아빠랑 등원할 거라고 했다. 그래서 나는 수지 세수시키고 양치하고 옷 입히고 머리 묶어주고 등원 준비는 일단 다 했다.
그리고 출근하려고 수지에게 “엄마 회사 다녀올게, 수지는 아빠랑 잘 갔다 와” 하고 인사를 했는데 갑자기 “엄마아아아아아아! 가지 마!!” 하고 울음을 터뜨렸다.
가지 말라고, 자기랑 같이 가자고, 나 이거만 보고 가자고(유튜브 만화 영상 보고 있었음) 했다.
그래서 내가 엄마는 지금 시간이 다 돼서 회사 가야 한다고 말하며 "엄마랑 지금 같이 나갈 거면 티브이 꺼주세요"라고 하니, 울먹이며 티브이를 끄고 나를 따라나섰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아빠랑 갈 거라고 하더니, 또 금세 마음이 바뀌어서 엄마랑 같이 가고 싶었나 보다. 3살 수지는 요즘 자주 변덕을 부린다.
이거 한다고 했다가 저거 한다고 하고, 저거 한다고 했다가 이거 하기도 하는 3살이다. 바쁜 아침에는 수지가 이럴 때 마음이 좀 급해지기도 한다.
수지는 지금 한참 그런 시기인가 보다. 감정과 생각이 요동치는 질풍노도의 3살이다.
이렇게 아침에 수지는 눈물을 한번 쏟고 나와 같이 나왔다. 눈에 눈물이 아직 그렁그렁 한 아이를 안아주며 눈물을 닦아주고 손을 잡고 같이 나오니 아침의 선선한 공기가 우리를 맞아준다. 선선한 가을 아침 같은 느낌에 기분이 좋아졌다.
수지는 어린이집으로 잘 들어갔고, 인사하고 헤어졌다.
그리고 이 날 하원도 내가 하러 갔는데, 수지가 날 보자마자 끌어안으며 엄마가 온 것을 반겨주었다. 하원할 때 수지가 날 안아주며 좋아하는 걸 보면 오늘 하루도 잘 놀아주고 엄마를 기다려준 아이에게 늘 고마운 마음이다.
하원하고 어린이집 친구랑 놀이터에서 놀고, 근처 산책도 하다가 하원한 지 1시간 40분 만에 집으로 왔다. 하원하고 나면 기본으로 1시간 반은 밖에서 놀다 온다.
아이는 에너지가 넘치는데, 나는 시간이 갈수록 에너지가 떨어지고, 집에 와서는 거의 파김치가 된 상태였다. 어제는 내 체력이 더 빨리 바닥난 느낌이었다.
어떤 날은 나도 컨디션이 좋아서, 같이 놀아도 힘이 부치지 않는 날이 있지만 회사에서 일하고 퇴근하자마자 쉴 틈 없이 아이를 하원시키고 밖에서 놀다 보면 체력적으로 많이 지치기도 한다. 어제가 좀 그랬다.
집에 와서도 이런저런 집안일이 계속 있다. 어제저녁엔 남편도 없어서 혼자서 오롯이 육아와 집안일을 했다. 배터리가 꺼져가는 느낌이 너무 들었다.
아이는 놀면서도 나를 찾고 먹으면서도 나를 찾고 이거 주라 저거 주라 이거 해줘 저거 해줘 하는 것도 많다. 설거지를 하다가도, 밥을 먹다가도 항상 중간에 수지가 불러서 수지를 챙겨야 하는 상황이 많다.
어제도 하얗게 불태웠다. 내가 매일 저녁마다 자주 쓰는 말이 “오늘도 불태웠다” 다.
아이가 잠들기 전까지 정말 많은 상황들이 생긴다. 체력을 짜내고 짜내서 버틴다. 이렇게 나의 모든 힘을 쏟아붓고 나면 수지는 잠이 든다.
어제는 수지 키즈노트 알림장이 아이가 잠들고 늦게 올라왔다. 키즈노트에 선생님이 적어주신 내용 중에 이런 글이 있었다.
「늘 씩씩하게 오는 수지가 오늘은 아침에 표정이 슬프고 눈물이 그렁그렁해서 왜 슬프냐고 물어보니 엄마가 보고 싶다고 했어요. 그래서 수지를 꼭 안아주며 엄마 일찍 오시라고 전화해 준다고 했더니 고개를 끄덕이더니 괜찮아졌어요.」
수지가 어제 아침에 집에서 한번 울고 나가서, 어린이집에 들어가서도 한동안 눈물의 여운이 있었나 보다. 그리고 내가 하원하러 갔을 때 날 보자마자 나를 작은 팔로 껴안던 수지가 생각났다.
수지가 어린이집에서 지내는 동안 보고 싶은 엄마가 자기를 데리러 올 거라 희망을 품고 엄마를 기다리며 하루 종일 잘 놀았나 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아무리 지치고 피곤해도,
힘을 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엄마와 같이 있는 게 제일 좋은 내 아이.
아이 세상에 아직은 엄마의 자리가 너무 크다.
우리는 서로에게 큰 힘이고 사랑이다.
엄마를 바라고 엄마를 찾는 내 아이에게 좀 더 많이 웃고, 좀 더 많이 안아주고, 좀 더 사랑 표현을 많이 하며 곁에 있어주고 싶다.
내가 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듯이, 내 아이도 매일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건강히 잘 지내주고, 어린이집에서 엄마 올 때까지 기다리며 잘 놀아주는 것도 얼마나 대단하고 고마운 일인가. 항상 내 아이에게 정말 고맙다.
오늘도 퇴근하고 우리 수지를 만나면 오늘도 잘 놀아줘서 고맙다고 꼭 안아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