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처럼' 하고 싶다는 아이의 말
나는 평소에 훌라후프를 자주 돌린다. 그래서 아이도 내가 훌라후프를 하고 있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됐다. 한 번은 내가 훌라후프 하는 걸 보고, 자기도 해보고 싶다며 자기 거도 사달라고 해서 작은 훌라후프 하나를 사줬다.
훌라후프를 받자마자 신이 난 아이는 작은 몸으로 열심히 돌려보려 했지만, 생각처럼 잘 되지 않았다. 엄마가 하는 걸 볼 땐 쉬워 보였는데, 막상 해보니 잘 안 돼서 짜증을 내며 울기도 했다. 그때 아이 나이가 5살이었다.
5살 아이가 훌라후프를 아무리 잘하려고 노력해도, 잘 안 되는 게 당연하다. 나는 우는 아이를 다독이며 수지도 연습 많이 하면 할 수 있다고, 조금 더 커서 언니가 되면 더 잘할 수 있을 거라고 말해줬다.
그 이후로도 수지는 자주 훌라후프를 돌렸다. 자꾸 하다 보니 신기하게 점점 더 잘하게 되었다. 완전히 떨어뜨리지 않는 건 아니지만, 처음 했을 때보다 몇 번은 더 돌리고 떨어졌다. 수지도 자기가 조금 더 발전한 걸 느끼는지 훌라후프 많이 돌렸다며 나에게 자랑하듯 말하기도 했다. 그때 활짝 웃는 모습이 참 이뻤다. 나는 잘했다고 칭찬도 많이 해주었다.
어제 낮에도 내가 집 거실 한가운데서 훌라후프를 돌리고 있었다. 이 모습을 본 수지도 자기 훌라후프를 들고 와서 하기 시작했다.
수지는 내 허리에서 훌라후프가 떨어지지 않고 계속 도는 게 신기한 듯 바라봤다. 아직 수지는 훌라후프를 하면 자꾸 밑으로 떨어지지만, 이제는 5살 때처럼 화를 내거나 울진 않았다.
겨우 1년 더 자랐는데, 그새 성장해서 자기는 지금 엄마처럼 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마음이 조금 더 여유로워진 것 같다.
그래도 이전보다 좀 더 나아진 자신의 훌라후프 실력에 만족하는 듯했다. 훌라후프를 하다가 몇 번 잘 돌아간다 싶으면 "엄마 나 봐봐! 많이 했어!" 하고 날 부르며 뿌듯해했다. 그 모습이 무척 사랑스러웠다.
그래서 나도 수지가 훌라후프를 돌릴 때마다 적극적으로 크게 반응해 주었다.
"수지 잘한다! 잘한다!"
그렇게 오후에 한 차례 즐거운 훌라후프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이날 저녁, 자려고 침대에 누웠는데 수지가 갑자기 낮에 했던 훌라후프 얘기를 꺼냈다.
"엄마, 어떻게 하면 엄마처럼 훌라후프 잘할 수 있어?"
"수지도 매일 연습하면 잘할 수 있어."
"엄마, 나 아까 훌라후프가 계속 허리에 있었어."
"그래, 맞아. 수지 지금도 정말 잘하는 거야. 엄마는 6살 때 훌라후프 못했어. 엄마도 초등학생 언니 되고 잘하게 된 거야. 수지 지금 정말 잘하는 거야."
수지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에는 '아, 나 지금 잘하고 있구나' 하는 마음이 묻어 있는 듯했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나 계속 훌라후프 연습할 거야."
이렇게 말하는 수지가 너무 기특했다. 그래서 수지는 지금도 잘하고 있고 잘하게 될 거라고 응원해 주었다.
이 대화를 나누는 동안, 내 마음 한편에서 뭔가 뭉클한 감정이 올라왔다. 이 뭉클함은 뭘까 하고 가만히 생각해 봤더니, '엄마처럼 잘하고 싶어.' 란 수지의 말에서 온 뭉클함이었다.
'엄마처럼.'
수지가 나를 바라보고, 닮고 싶어 하고, 따라 하려는 그 마음 자체가 내게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수지가 볼 때 부끄럽지 않은 엄마, 닮고 싶은 사람이 돼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물론 나와 수지는 각자의 인생을 사는 독립적인 존재지만, 그래도 아이가 어릴 때부터 가까이서 지켜본 엄마를 닮고 싶어 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하며 좋은 말들로 가르치는 것보다, 내 삶 자체가 아이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고,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 수지가 가장 가까이서 많이 보는 것은 바로 엄마, 아빠다. 엄마, 아빠의 영향을 받으며 자라고 있는 수지가 엄마, 아빠의 좋은 것만 보고 자랐으면 하는 마음이 든다.
그러기 위해서 먼저 나 스스로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고,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는 부모가 행복한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다고 믿는다. 그것만큼 좋은 교육이 없다고 생각한다.
엄마의 좋은 점을 보고 자연스럽게 '엄마처럼'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 수 있도록, 아이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다시 한번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