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살 내 아이가 내 단짝입니다

내 아이와 하는 데이트는 언제나 행복해

by 행복수집가

이번 일요일 오전엔 아이와 둘이 동네 산책을 나갔다. 나가자마자 가을날의 선선함이 느껴져서 기분이 좋았다. 햇볕이 아직 뜨겁긴 하지만, 그래도 많이 선선해져서 가을로 접어들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나무의 풍경과 하늘의 풍경도 가을스러워지고 있는 듯했다.


수지가 산책 가자고 하면 막상 나갈 때는 챙겨서 나가는 게 조금 귀찮다 싶다가도, 나가면 언제나 좋았다.


아름다운 하늘을 보고, 싱그러운 나무만 봐도 이걸 보고 아름답다고 느끼는 마음으로 행복이 충만해진다.


수지는 유모차를 타고 있었고, 나는 유모차를 밀고 가며 주변 풍경을 충분히 만끽하면서 산책을 즐기고 있었다.


산책의 첫 코스는 카페였다. 달달한 아이스바닐라라테를 테이크아웃 하고 오늘 하루도 수지와 불태우기 위한 당을 충전했다.


그리고 집 근처에 있는 내 회사 건물 앞에 속담을 주제로 한 조형물 전시를 하고 있었다. 진주시에 개천예술제가 곧 시작이 돼서 아마 시에서 홍보용으로 이곳에 전시해 놓은 건가 싶다.


나는 수지에게 이 조형물을 보여주려고 데려갔다. 아이가 흥미를 가질만한 동물 조형물이 많았는데 역시 수지는 이 조형물에도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였다. 가까이 가서 보며 만져보기도 했다. 살살 만지라고 하니, 손끝으로 살짝 만지는 아이가 귀여웠다.


“이건 뭐야? 저건 뭐야? 엄마도 만져봐, 너무 귀여워”라고 말하며 조형물 구경을 즐기는 아이와 함께 나도 아주 재밌게 잘 즐겼다. 구경을 다 하고 나서 수지가 앞에 있던 카페에 가자고 해서 들어갔다.


오전 이른 시간이라 카페에는 아직 사람이 많이 없었다. 그래서 아이와 잠시 쉬어가기 좋았다.


수지는 치즈빵을 먹을 거라고 했다. 수지는 치즈케이크를 제일 좋아해서 카페만 가면 치즈빵을 먹을 거라고 한다. 난 이미 커피를 마셨기 때문에, 치즈 케이크 하나 시키고 수지와 자리에 앉았다.


수지가 치즈케이크를 얼마나 잘 먹는지, 혼자서 거의 다 먹었다. 잘 먹는 수지를 보면 마음이 든든하고 뿌듯하다.


난 케이크는 두 입만 먹고, 수지를 챙겨주면서 카페 안 조명을 멍하게 보기도 하고,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을 가만히 바라보기도 했다.


멍하게 있을 수 있는 시간을 수지가 여유 있게 허락해 주진 않았지만, 그래도 틈틈이 나도 내 나름대로 카페에서 휴식하며 잘 쉬었다.


치즈케이크를 거의 다 먹고 배가 부른 수지는, 카페 안에 있던 기린 인형에게 가서 기린의 털을 만져주며 머리를 묶어준다고 놀았다.


혼자 역할극을 하듯이 기린에게 말을 걸고, 기린이 이렇게 말했다고 하며 나에게 말해주는 아이가 너무 귀여웠다. 기린과 같이 있는 아이는 사랑스러움 그 자체였다.


그렇게 기린 인형과 재밌게 놀고, 우리는 카페에서 나와서 강변 산책을 했다. 카페 건물 바로 옆이 강변이다. 오랜만에 강변을 걸으며, 풍경을 보니 너무 아름다운 모습에 황홀하고 행복했다.


마침 오늘 날씨도 너무 좋아서, 파란 하늘과 구름이 멋있게 그려진 배경에 유유히 흐르는 강과 울창하고 푸른 숲의 조화가 정말 아름다웠다.


유모차를 밀면서 이 아름다운 풍경을 사진에 담기도 하고, 걷는 내내 ‘너무 좋다, 정말 행복하다’ 하는 생각을 계속하며 수지에게도 하늘이 너무 이쁘다고, 너무 좋다고 말했다.


이런 아름다운 자연을 보고 아름답다고 느낄 수 있다는 것. 그 어떤 것을 특별히 하지 않아도, 그냥 가만히 바라만 봐도 이런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자연이 주는 최고의 선물 같다.


이렇게 산책하다가 만난 모래 놀이터에서 수지는 놀기도 했다. 그늘이 없는 땡볕이었지만 수지는 아랑곳하지 않고 처음 보는 놀이터에 흥미를 느끼며 혼자서도 잘 놀았다.



그리고 점심은 식당에서 수지는 돈가스, 나는 돈코츠 라멘으로 맛있게 먹었다.


아이와 둘이 밖에서 식사를 가끔 하게 되는데, 이때마다 ‘내 아이가 많이 자랐구나’ 하는 걸 새삼 실감한다. 어느새 이만큼 커서 식당에서 한자리 차지하고 나랑 마주 앉아 밥을 먹는다는 것이 감격스럽다.


내 앞에서 돈가스를 먹는 아이를 빤히 바라봤다. 눈을 떼고 싶지 않은 우리 수지의 모습을 눈에 가득 담았다.


오늘 오전 시간을 이렇게 알차게 보냈다. 가벼운 동네 산책으로 나온 거였지만, 점심을 먹을 때까지 여러 곳에서 여러 경험을 하고 추억을 만들었다.


3살 아이와 이렇게 둘이 하는 데이트도 즐거운데, 나중에 더 커서 데이트하면 또 어떤 느낌일지 궁금하다.


나중에 많이 커서 엄마랑 안 놀고 친구랑만 노는 날도 오겠지만, 어쨌든 지금 아이와 둘이 함께할 수 있는 동안 최대한 최선을 다해 아이와 함께하는 추억을 많이 만들고 싶다.


내 아이가 점점 클수록, 내 딸이지만 때로는 친구 같고 나의 단짝 같은 느낌도 든다.


아이와 같이 보내는 시간 속에 즐거움을 공유하고, 서로 챙기기도 하고, 대화하고, 같이 맛있는 걸 먹고. 이렇게 함께 나누는 시간 속에 사랑이 항상 깃들어 있어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늘 행복하다.


내 단짝 내 아이와 앞으로 함께할 날들이 기대가 된다. 그리고 늘 함께하는 지금 이 순간을 감사히 여기며 소중하게 잘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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