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엄마에게 들려주는 동화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지금 이 순간의 귀여움

by 행복수집가

나는 아이와 잠자리에 들기 전, 침대에 누워 동화책을 읽는다.


예전엔 늘 내가 동화책을 읽어줬는데, 어느 순간부터 수지가 책을 읽어주기 시작했다.

"내가 읽을 거야" 하며 책을 가져가서는,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한 장 한 장 읽어준다.


수지는 아직 글자를 모르기 때문에 책에 적힌 글대로 읽는 건 아니지만 그림을 보고 내용을 상상해서 말해준다. 그러니까 정확히 말하자면 책을 읽는 게 아니라, 수지가 자기만의 동화를 창작해서 들려주는 것이다.


책에 적힌 내용 그 자체도 좋겠지만, 나는 수지가 상상의 나래를 펼쳐서 만들어내는 동화가 더 좋다. 비록 앞뒤 문맥도 안 맞고, 쓰는 단어가 어설프기도 하지만 수지가 들려주는 동화는 언제 들어도 무척 귀엽고 사랑스럽다.


그리고 수지가 동화를 들려주면 나는 그 내용에 집중하기보다는, 쫑알쫑알 말하는 귀여운 모습에 푹 빠져서 보게 된다. 매일 밤마다 이런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게 정말 행복하다.


수지는 자기 전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동화책을 볼 때면 늘 자기가 읽어주겠다고 한다. 책을 읽기 전에는 "동화나라로 출발~"이라 외치며 유치원 선생님 흉내를 내는데, 이 모습이 얼마나 귀여운지 모른다. 수지 선생님과 함께 떠나는 동화나라는 언제나 즐겁다.


책을 많이 읽는 날엔 10권도 거뜬히 읽는다. 중간에 물 한 모금 안 마시고, 한 번도 쉬지 않고 10권을 쭉 이어서 들려준다. 나는 앞에 편하게 앉아 수지가 들려주는 동화를 가만히 듣기만 한다. 이렇게 편해도 되나 싶을 만큼, 참 편안하고 여유로운 시간이다.


수지는 동화를 읽어주는 시간을 통해 꼭 나에게 쉬는 시간을 주는 것 같다. 나는 그저 가만히 앉아 듣기만 하면 되니, 이 시간은 나에게 온전한 휴식이 된다. 이렇게 책을 함께 읽는 시간은 우리 둘 다 참 좋아하는 시간이다.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동화를 들려주는 수지의 모습을 볼 수 있는 날도 많이 남지 않았겠구나.'


이 날이 금방 지나가 버릴 거라 생각하니 이 순간이 더 애틋하고 소중해졌다.


지금은 이런 일상이 너무 익숙하지만, 시간이 조금만 더 흐르면 이 평범한 하루들이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그리운 순간이 될 거란 생각이 든다. 그래서인지 지금 수지와 함께 보내는 모든 시간이 더욱 소중하고, 특별하게 느껴진다. 내 인생에서 단 한 번뿐인 유일한 시간이니까 말이다.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이 순간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자주 느낀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지금의 귀여운 모습을 눈으로 마음으로, 그리고 글로 정성껏 담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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