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 만든 소중한 여름날의 추억
지난 주말, 2박 3일 일정으로 부산 해운대를 다녀왔다. 부산은 가깝기도 하고, 놀거리와 볼거리가 많아서 우리 가족이 자주 가는 여행지다.
그리고 특히 여름에 가는 부산은 더 좋다. 부산 특유의 에너지 넘치고 활기찬 분위기가 여름과 참 잘 어울린다.
여행 첫날은 부산국립과학관에서 알차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이 날 비가 왔는데, 과학관은 아이와 실내에서 보내기에 너무 좋은 곳이었다. 아이부터 어른까지 다양한 체험을 하고 배울 수 있는 것들이 많았다.
다음날엔 해운대 바다에서 하루 종일 보내기로 했지만, 남편은 갑작스러운 폭우에 피해를 입은 시댁에 일을 도우러 급하게 내려갔다. 그래서 이 날은 나와 수지, 단둘이 해운대에서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우리 숙소에서 해운대까지는 조금만 걸으면 되는 거리였다. 해운대 근처는 이른 오전부터 많은 관광객들로 활기찬 분위기였다. 아침부터 문을 연 가게들,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 이른 아침 카페에서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 곳곳에서 사진을 찍으며 추억을 만들고 있는 사람들이 한데 모여 있었다. 각자의 방식으로 이 순간을 즐기고 있는 사람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즐거워졌다.
그리고 내가 사는 진주는 조용하고 사람도 그리 많지 않은 동네라, 이렇게 북적이는 해운대에 오니까 괜히 좀 색다르게 느껴졌다. 해운대에는 한국인보다 외국인이 훨씬 많았는데 이런 풍경이 이색적이기도 했고 세계적인 관광지에 왔다는 실감이 들어서 괜히 기분이 들뜨기도 했다.
수지도 사람이 진짜 많다며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런 수지가 귀여웠다. 30여 년을 살며 해운대에 여러 번 와본 나도 지금 이곳이 새삼 신기한데, 아직 많은 세상을 경험하지 못한 수지에게는 이 풍경이 얼마나 신기하고 놀라울까 싶었다. 지금 눈앞에 펼쳐진 모든 장면이 수지의 세상을 조금씩 넓혀주는 한 조각이 되겠지라는 생각을 하니 괜히 마음이 더 따뜻해졌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사람들을 구경하고 걷다 보니, 어느새 드넓은 해운대 바다가 눈앞에 펼쳐졌다.
해마다 와서 봤던 해운대 바다지만, 마치 처음 보는 것처럼 마음이 설렜다.
바다를 본 나와 수지는 조금 더 들뜨고 신났다. 수지는 모래사장에 들어서자마자 신발을 벗고 맨발로 걸었다. 모래의 촉감을 느끼며 걷는 수지가 귀여웠다.
그리고 바다 가까운 곳에 자리를 잡고 모래놀이 도구를 꺼냈다. 작년에 수지가 해운대 바닷가에서 모래놀이를 재밌게 해서, 이번에도 실컷 모래놀이를 할 거라 생각하고 도구를 가져갔는데 수지는 모래놀이 도구는 뒤로하고 바닷물에 발을 담그고 놀았다.
작년까지만 해도 수지는 바닷물에 가까이 가는 걸 무서워했고, 바닷물 근처에서 모래놀이만 했다. 발에 물이 닿는 것도 싫어했던 아이가, 불과 1년 만에 스스로 먼저 바닷물에 발을 담그고 신나게 노는 모습을 보니 아이의 성장이 느껴져서 놀랍고 뭉클했다.
바다에는 수영을 하거나 파도를 타고, 해변에 앉아 그저 바다를 바라보는 등 각자만의 방식으로 바다를 즐기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그 다양한 모습들이 어우러진 풍경은 밝고 평화로웠고, 그 속에서 느껴지는 활기찬 에너지가 참 좋았다.
이 사람들 중에는 나와 내 아이도 있었다. 우리도 나름 우리의 방식대로 이 청량한 바다를 즐기고 있었다.
나는 수지 옆에 나란히 서서 발을 담그고 바닷물의 시원함을 느꼈다. 파도가 저 멀리서 밀려는 게 보이면 "온다 온다!" 하며 장난스럽게 호들갑을 떨고는 수지를 번쩍 안았다가 다시 내려놓곤 했다. 수지는 까르르 웃으며 무척 즐거워했다.
수지랑 이렇게 소중한 추억을 쌓을 수 있다는 게 정말 행복했다.
수지는 지칠 줄 모르고 계속 바닷물에서 계속 놀았고, 나는 조금 지친 몸을 쉬려고 잠시 앉아 수지를 바라보고, 또 멀리 바다를 바라봤다. 하늘과 바다가 경계 없이 맞닿아 하나가 된 듯한 풍경에 마음이 절로 젖어들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바다와 그 안에서 즐거워하는 내 아이의 모습을 바라보니,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행복함이 차올랐다.
이 순간에는 핸드폰도 보지 않았고, 다른 어떤 것에도 내 시선과 정신을 빼앗기지 않았다. 오직 내 눈앞에 있는 것들에만 집중하면서 마음이 단순해지는 걸 느꼈다.
이런저런 생각에 빠지지 않고 복잡하지도 않고, 그저 지금 이 순간에 온전히 존재하는 나를 느꼈다.
'아, 이게 내가 원하던 휴식이구나'
저절로 이런 마음이 들었다.
하염없이 같은 풍경만 바라보는데도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서 불안하거나 조급하지도 않았다. 있는 그대로의 지금을 조용히 음미하며 편안함을 느꼈다.
우리는 이 날 하루 종일 바다에서 놀았다.
점심 먹으러 잠시 숙소에 들어갔다가 나와서, 저녁까지 바다에서 놀았다. 시댁에 일을 도우러 갔던 남편도 저녁 6시 조금 넘어서 도착했고 바다에서 함께 시간을 보냈다. 참 행복했다.
딱히 특별한 일을 한 것도 아니었고, 그저 하루 종일 바다에 있었던 것뿐인데도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았다.
무엇보다 수지가 정말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니 더할 나위 없이 행복했다.
이번 여름, 우리 가족의 짧은 휴가는 이렇게 따뜻한 기억과 함께 마무리되었다.
우리 가족이 함께한 이 시간들은 오래도록 마음 한편에 남아 앞으로의 일상을 살아가는 또 다른 힘이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