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원길, 아이의 이야기로 가득한 시간

하루하루 의미로 가득한 날들

by 행복수집가

내 아이는 하원시간에 유치원 버스를 타고 내리면, 내리자마자 바로 가방부터 열어 그날 만든 것들을 꺼내 보여준다.


"엄마 오늘 이거 만들었어." "이거 엄마 선물이야." 하면서 줄 때마다, 유치원에서부터 엄마에게 보여줄 생각을 하고 있었을 수지의 모습이 그려져 참 사랑스럽다.


작품을 보여주는 시간이 끝나면, 이어서 내가 챙겨 온 간식을 달라고 한다. 나는 매일 수지가 먹을 간식 꾸러미를 가방에 넣어 다니는데, 수지는 하원하고 나면 이 간식을 먹는다. 간식을 먹으며 집으로 가는 그 시간이 수지에게 소소한 즐거움이다.


하원 장소에서 집까지는 걸어서 3분이면 된다. 그 짧은 길을 걸어가는 동안 수지는 오물오물 간식을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다. 그날 유치원에서 있었던 일을 생각나는 대로, 두서없이 마음껏 쏟아내는데, 그 이야기를 듣는 게 참 좋다.


오늘 어떤 친구가 이랬고 저랬고, 선생님이 어떻게 했고, 오늘 영어 시간에는 너무 졸려서 눈을 비볐다는 이런 이야기들이다. 별별 얘기들을 쏟아내는 수지의 목소리를 들으며 집으로 가는 그 시간이 참 좋다. 수지랑 집으로 가는 길은 늘 이야기 꽃밭이 된다.


아침에 잠시 헤어졌다가 다시 만나, 몇 시간 동안 있었던 일들을 듣는 이 시간. 내가 곁에 없는 동안 수지가 어떻게 지냈는지 이야기를 듣는 이 순간이 무척 소중하고 행복하다.


수지는 집으로 가는 길의 풍경을 보면서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다.


주차된 차를 보고 '우와 빨간색 차다!', '엄마, 이 차는 엄청 크다. 이 차랑 저 차랑 대결하면 이 차가 이기겠다!' '엄마, 여기 지렁이가 있어' '엄마, 저기는 토끼집인가?' 하는 이야기들.


나라면 아무 생각 하지 않고 지나쳤을 것들인데, 수지는 하나하나 그냥 지나치지 않고 관심을 가지고 얘기한다. 그런 수지가 정말 사랑스럽다.


이런 수지 덕분에 나도 내 눈앞의 것들을 더 관심 있게 바라보게 된다. 그리고 내가 어떤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느냐에 따라, 이 세상이 얼마나 더 아름답고 흥미로울 수 있는지 새삼 느낀다.


수지와 함께하다 보니, 관심을 가지고 바라보면 세상에 의미 없는 것은 없다는 걸 알게 된다. 길에 떨어진 나뭇잎도, 작은 개미와 벌레도, 그냥 서 있는 자동차들도 아이의 눈으로 보면 모두 흥미롭고 재미있는 의미를 가진다.


아이와 함께하는 매일이 새롭고 의미로 가득하다. 덕분에 내 일상의 작은 조각들까지도 소중한 의미로 가득해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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