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함께한 밥상 위의 사랑

동생의 생일, 가족과 나눈 한끼의 행복

by 행복수집가

남동생의 생일이었다. 마침 생일이 있던 주에 타지에 사는 동생이 본가에 내려왔고, 나도 아이를 데리고 친정에 가서 가족들과 함께 소소한 생일 파티를 했다.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고 기념사진도 하나 찍고, 함께 케이크를 나눠 먹었다.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생일 파티였지만, 그 소소한 순간이 참 행복하게 느껴졌다.


우리 가족들은 누군가의 생일이면 조촐하지만 꼭 이렇게 축하자리를 마련한다. 각자 바쁘게 지내가다도 이날만큼은 시간을 내어 한자리에 모여 앉아 케이크를 나누고 사진을 남긴다. 가족이 함께 모여 이런 시간을 보내는 것 자체가 생일날 가장 큰 선물이다.


이번 생일에는 수지가 삼촌을 위해 직접 카드를 준비했다. 내가 밑글자를 연하게 써주고, 그 위에 자기 글씨로 또박또박 '삼촌 생일 축하해요'라고 적었다. 카드에는 스티커를 붙이고 하트도 그리며 정성껏 꾸몄다. 조카가 처음으로 건넨 생일 카드를 받은 삼촌의 얼굴에는 환한 웃음꽃이 피어났다.




이날 저녁은 생선구이 집에서 외식을 했다.

노릇노릇 잘 익은 생선은 무척 맛있었다.


생선이 나오자 친정엄마는 자연스럽게 생선 살을 발라 손녀 먼저 챙겨주고, 이어서 아빠와 우리 남매 앞접시에도 생선살을 나눠주셨다.


이제 우리는 다 어엿한 성인이 되어 알아서 잘 먹을 수 있는데도, 엄마는 항상 우리부터 먼저 챙겨주신다.

나는 엄마도 드시라고 말은 했지만, 사실 마음속으론 엄마의 챙김이 좋아서 굳이 직접 생선살을 바르지 않고 엄마가 발라줄 때까지 기다렸다가 먹었다.


그러다 문득, 어릴 때 엄마가 내 밥 위에 생선살을 발라 올려주시던 기억이 떠올랐다. 이상하게 그 장면은 또렷하게 남아있다. 어린 내가 밥을 숟가락에 올려놓고 기다리고 있으면, 엄마는 삼 남매 밥 위에 차례차례 생선 살을 얹어주셨다. 내 차례가 오면, 나는 엄마가 올려준 생선을 밥과 함께 맛있게 '앙' 하고 먹었다.


그때로부터 시간이 한참 지난 지금도 엄마는 여전히 생선살을 발라 챙겨주신다. 괜히 뭉클했다. '내가 이렇게 컸어도 엄마에게는 여전히 먼저 챙겨주고 싶은 딸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지금 내 곁에 엄마가 있다는 사실이 새삼 든든하고 행복했다.




우리 식구들은 밥을 먹으면서 특별한 말을 주고받지 않았다. 그저 맛있게 먹었다. 중간중간 '맛있다', '수지 많이 먹어' 같은 몇 마디만 하고, 각자 음식을 즐겼다.

별말하지 않아도 전혀 어색하거나 불편하지 않았다. 서로 맛있게 먹는 모습을 바라보며 그저 흐뭇한 마음만 들었다.


문득, 아무 말하지 않아도 이렇게 편안할 수 있는 사이라는 게 참 좋았다. 침묵마저 편안하게 느껴지는 게 바로 가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깝지 않은 사이일수록 어색함을 없애려 애써 말을 많이 하게 되는 것 같다. 반대로 진정으로 가깝고 편한 관계에서는 침묵이 주는 부담이 없다. 그래서 이 날, 침묵마저 편안하게 느껴지는 이 순간이 새삼 참 좋았다.


밥을 다 먹고 나서는 근처에 있던 유명한 팥빙수 가게에 들러 후식을 먹었다. 빙수를 먹으면서도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고, 맛있다는 말만 하며 그저 즐겁게 먹었다.


빙수를 다 먹고 나서는 아빠가 우리 집까지 태워주셨는데, 차 안에서 남동생이 이렇게 말했다.


"다 같이 저녁 먹으니까 좋네."


그 말에 내가 이어 말했다.


"그래, 참 좋다. 이게 행복이지."


내가 이 말을 할 때 남동생도 동시에 '이게 행복이지' 라고 말했다.


이 날 차 안에서, 우리 가족 모두 같은 마음이었다.


조용히 운전을 하고 있던 아빠도, 평소 먹는 양보다 많이 먹어 계속 배가 부르다던 엄마도, 내 옆에서 졸리다며 눈을 비비는 수지까지. 우리 모두 행복을 느끼고 있었다.


차 안에는 행복한 기운이 가득했고, 그 기운에 마음이 한결 나른해졌다. 행복으로 든든해진 마음을 안고 집으로 돌아가던 이 날 저녁은 그 어느 때보다 편안하고 따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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