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기분을 스스로 선택하는 아이
아이랑 함께 하원하던 길에, 수지가 갑자기 이런 이야기를 꺼냈다.
"엄마, 오늘 유치원 성악 시간에 노래 잘하면 비타민 준다고 했는데, 나도 받고 싶었는데 선생님이 안 줬어. 힝."
유치원 성악시간에 선생님이 아이들의 참여를 높이려고, 아마 큰 소리로 노래한 몇몇 아이들에게 비타민 캔디를 나눠주신 것 같았다.
그런데 이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조금 속상했다.
'아이들이 다들 비타민 캔디를 먹고 싶어 할 텐데, 잘하는 아이한테만 주지 말고 그냥 다 주지, 아니면 아예 주지 말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어린아이들인데 벌써부터 '잘하면 보상받는 구조' 속에 놓이는 건 아닐까 걱정스러웠다. 잘하면 얻고, 못하면 못 얻는 그 기준은 결국 선생님의 판단일 테고, 비타민을 받지 못한 아이들 중에도 분명 열심히 큰 소리로 노래하며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 아이들이 있었을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니, 잘하는 아이한테만 비타민을 주는 방식이 썩 마음에 들진 않았다.
하지만 그 마음을 수지에게 굳이 말하지 않았다. 유치원에 있는 동안만큼은 선생님의 지도와 보호 아래 있는 시간이고, 믿을 건 선생님뿐이니까.
선생님의 교육방식이 내 생각과 조금 다르다고 해서, 아이에게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주고 싶지는 않았다.
어쨌든 여러모로 아이들을 위해 애쓰고 계신 걸 아니까.
비타민을 못 받아서 속상하다고 말하는 수지에게, 나는 내가 챙겨 온 간식을 가방에서 꺼내며 말했다.
"우리 수지도 노래 잘했는데, 비타민 못 받아서 속상했겠다. 아마 목소리 큰 친구들한테 주는 건가 봐. 그래도 엄마가 수지 주려고 간식 챙겨 왔어, 봐봐! 엄마가 가져온 게 더 맛있겠지?"
간식을 본 수지는 환하게 웃었다.
"응 맞아! 유치원 간식보다 엄마가 들고 온 게 더 맛있어!"
수지는 내가 들고 간 간식꾸러미를 뒤적이더니, 마음에 드는 과자를 하나 골라 먹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비타민을 못 받았다며 입을 쑥 내밀고 있었는데, 금세 그 오리입이 들어가고 싱글싱글 웃는 수지로 돌아왔다. 그 모습이 정말 사랑스러웠다.
아이는 생각의 전환이 빠르다.
속상한 일에 오래 마음을 두지 않는다.
조금 전까지 속상했다가도, 새로운 일 하나에 금세 좋아한다.
아이에게 중요한 건 언제나 바로 눈앞의 지금 이 순간이다.
나도 처음엔 수지가 비타민을 못 받아 속상해하는 모습을 보며, 괜히 마음이 무거웠다. 그런데 내가 챙겨 온 간식 하나에 금세 웃음을 되찾는 수지를 보니, 내 마음도 함께 환해졌다.
중요한 건 비타민을 못 받은 그 순간이 아니라, 눈앞에 맛있는 간식이 있는 지금 이 순간이었다.
안 좋은 기분에 오래 머무를 필요는 없다.
오늘의 기분은 내가 선택할 수 있다.
아이를 보며, 단순하지만 가장 중요한 삶의 진리를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