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를 개고 있던 어느 날 저녁이었다. 빨랫감을 잔뜩 쌓아놓고 하나씩 접고 있는데, 수지가 자기도 하고 싶다고 했다. 나는 그러라고 했다.
내가 옷이랑 수건을 접는 방식이 있었지만, 수지에게는 그냥 마음대로 해보라고 했다. 수지는 내가 하는 걸 슬쩍 보더니, 나름 비슷한 모양으로 따라 접었다.
수건 하나를 다 접은 수지는 뿌듯해하며 내 앞에 내밀었다. 생각보다 아주 잘 접은 모양이었다. 나는 수지에게 "정말 잘했다! 대단하다!" 고 칭찬해 주었다.
칭찬을 받은 수지는 자신감이 붙은 듯 더 신이 났다. 그러더니 다른 빨랫감들도 하나하나 접기 시작했다. 대충이 아니라, 나름 정성을 다해 예쁘게 접으려는 모습이 참 귀여웠다.
빨래 개는 일은 내가 평소에 늘 하던 일이었다. 그래서 별생각 없이 하곤 했는데, 이 날은 달랐다. 수지가 재밌다며 놀이하듯 빨래를 개니, 나도 덩달아 즐거워졌다.
빨래를 다 개고 나서는 옷장에 정리할 차례가 되었다. 내가 옷가지를 가지고 방으로 가자, 수지가 옷 하나를 들고 내 뒤를 졸졸 따라왔다.
수지가 들고 온 건 옷걸이에 걸어야 하는 옷이었다. 자기가 옷걸이에 걸어보겠다고 하길래, 나는 "수지가 할 수 있어?" 하고 물었다. 그런데 그렇게 말하는 사이, 수지는 이미 옷을 아주 자연스럽게 옷걸이에 걸고 있었다.
그 모습이 새삼 놀라웠다. 그동안 옷정리는 항상 내가 해서, 수지가 옷을 옷걸이에 거는 건 처음 보는 장면이었다.
수지도 충분히 할 수 있었는데, 그동안 내가 다 해버려서 몰랐던 거다. 옷이나 수건을 접을 때도 그랬다. 생각보다 너무 잘해서 놀랐다. 어느새 수지는 빨래를 개고, 자기 옷도 스스로 정리할 줄 아는 어린이가 되어 있었다. 빨래를 정리하며 '언제 이렇게 컸지?' 하고 새삼 수지의 성장을 실감했다.
수지는 바닥에 개어놓은 빨랫감을 나에게 하나씩 건넸다. 내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엄마한테 전달해야지~” 하며 빨랫감을 나에게 전달해 주었다. 그 순간 우리는 한 팀이었다.
나는 수지가 전해주는 빨랫감을 받아 차곡차곡 정리했다. 사실 나 혼자 해도 금방 끝낼 수 있는 일이었지만, 수지가 함께하니 훨씬 빠르고 즐거웠다. 아이의 작은 손길은 생각보다 큰 힘이 되었다.
수지는 빨래 정리를 도와주는 내내 "재밌다"라고 말했다. 빨래를 개고 정리하는 일이 이렇게 즐거울 수 있나 싶었다.
그동안 나는 아무 생각 없이, 그저 해야 하니까 기계처럼 했던 일인데 옆에서 웃으며 "재밌다"라고 말하는 수지를 보니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어느새 나 역시 재미를 느끼며 빨래를 정리하고 있었다. 집안일을 한 게 아니라 수지와 '빨래 정리 놀이'를 한 기분이었다.
생각하기 나름이었다. 놀이처럼 생각하니 집안일도 놀이가 된다. 빨래 개는 일도 귀찮지 않고, 그저 즐거운 시간이었다.
수지가 마법을 부린 것만 같았다.
무엇이든 놀이로 바꾸는 아이만의 마법.
수지 덕분에 빨래를 개고 정리하는 짧은 시간에도 웃을 수 있었다. '귀찮다'가 아닌, '재밌다'는 마음으로 집안일을 즐길 수 있었다.
그날 저녁, 다시 한번 느꼈다.
뭐든 마음먹기 나름이라는 걸.
즐거운 마음으로 하면 뭐든지 즐거워진다는 걸.
매일 하는 집안일도 마음을 바꾸니 '놀이'가 되었다.
이 날의 빨랫감 정리하는 시간은 그저 집안일이 아니었다. 아이와 함께 마음을 나눈 따뜻한 시간이었다.
그리고 마음을 어떻게 두느냐에 따라 일상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이 단순하지만 큰 진리를 다시 한번 배운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