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 하나에 담긴 사랑

밴드 하나로 아이와 주고받은 마음

by 행복수집가

얼마 전에 내가 손가락을 살짝 베었다. 그래서 밴드를 붙이고 있었고 이걸 본 아이가 물었다.


"엄마 손 다쳤어?"


나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수지가 잠시 나를 보더니 이렇게 말했다.

"근데 왜 말 안 했어?"


그 말에 나는 순간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

'내가 다친걸 꼭 수지에게 이야기해야 하나..?'

이런 생각이 스쳤다.


수지는 내가 다친 걸 말하지 않은 사실이 섭섭했던 것 같다. 또 한편으론, 내가 다치면 밴드를 붙여주는 건 자기 몫이라 생각했는데 해야 할 일을 못한 게 속상했던 것 같기도 했다.


생각해 보니, 그동안 손가락이 살짝 베이거나 상처가 났을 때 수지가 곁에 있는 경우가 많았다. 그럴 때마다 나는 수지에게 다쳤다고 말했고, 수지는 얼른 밴드를 가져와 내 손에 붙여주었다. 다친 손가락에 밴드를 붙이는 일은 어느새 수지의 역할이 되어 있었다.


수지는 그 일을 마치 자신의 중요한 임무처럼 성실히 수행했다. 그건 나에 대한 수지의 관심이자 사랑이었다.


그런데 이번엔 내가 다쳤는데도 수지에게 말하지 않고, 혼자 밴드를 붙였으니 수지 입장에서는 조급 섭섭했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래서 나는 말했다.

"엄마가 다쳤을 때 수지가 옆에 없었어."


그제야 수지는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살짝 미소 지었다.


그리고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어떻게 다쳤어?"


사실 어떻게 손가락이 다쳤는지도 잘 기억나지 않았다.

그래서 어디 긁혀서 다친 것 같다고 말해주었다. 손가락에 밴드 하나 붙인 걸로, 우리는 여러 대화를 주고받았다.


엄마가 다친 것을 몰랐다는 속상함,

엄마가 다쳤는데 자신에게 말하지 않았다는 섭섭함,

그리고 엄마의 상처에 밴드를 붙여주지 못한 미안함.


수지와 이야기하는 동안, 나는 이 마음들을 하나씩 느낄 수 있었다.

이 마음은 결국 하나를 향하고 있었다.

바로 '사랑'이었다.


사랑은 부모만 아이에게 주는 것이 아니다.

아이도 부모를 깊이, 그리고 진심으로 사랑한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이, 훨씬 더 깊이.

그 사랑을 느낄 때마다 놀랍고, 감사하다.


수지가 나에게 사랑을 표현해 줄 때면,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사랑이라는 걸 느낀다. 그래서 더 소중하다.


아이 곁에 있으면, 나는 '사랑받기에 충분한 사람'이 되는 것 같다. 어떤 조건을 갖춰서가 아니라, 그저 '나 자체'로 사랑받기에 충분한 사람.


아이를 키우며 자연스레 알게 되었다.

이 세상에 사랑받을 자격이 없는 사람은 없다는 것을. 모두가 사랑받기에 충분하고,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그 사실을 깨달을수록 내 마음은 사랑으로 조금씩 더 깊어진다.


아이를 키우며, 부모로 살면서, 사랑이 가득한 세상 속에서 살고 있음을 느낀다. 이 삶이 그저 감사하고, 참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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