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더 교감하고 소통하는 시간
몸이 안 좋은 수지는 집에서 요양했다. 건강할 때는 늘 집보단 밖에 나가는 걸 좋아하는 아이다. 그런데 오늘은 수지가 산책을 나가자고 해서 준비를 했다가, 다시 안나가겠다고 해서 나가지 않았다.
밖에 안 나가겠다고 하는 건 정말 드문 일이다. 그정도로 지금 수지 몸이 좋지 않구나 하고 느낄 수 있었다.
놀고 싶어도 몸이 따라주지 않으니 평소처럼 놀 수가 없다. 잠시 쌩쌩한거 같다가도 어느새 힘없이 소파에 누워 있거나 바닥에 누워 있는 수지가 안쓰러웠다. 목도 많이 붓고 기침도 하고, 열도 났다가 내렸다를 반복하니 작은 아이 몸이 얼마나 지칠까.
그래도 애써 밥도 잘 먹고, 아프다고 울거나 보채지도 않는다. 대견하고 고마운 우리 수지.
오늘은 하루 종일 수지와 집에 있으면서 실내에서 이것저것 놀이를 같이 했다. 그 놀이 중에 하나가 그림 그리기였는데, 수지와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리다 보니 웃음이 난다.
언젠가부터 사람 형태 얼굴을 그리는데 이제 조금 컸다고 도형도 그릴 줄 알고, 동그라미 안에 눈과 입 모양을 그려서 사람이라고 한다. 자기가 생각한 것을 그리고 ‘이거는 oo야’라고 얘기하기도 하는데, 그림을 꽤 형태를 알아볼 수 있게 그리는 수지가 너무 신기하고 귀엽다.
수지가 얼굴을 그릴 때마다 신기하고 기특해서 “우와 대단하다, 잘 그렸다” 하며 칭찬을 해준다. 수지는 그 칭찬을 매우 좋아한다. 기분이 좋은 아이는 그림을 더 그린다.
그리고 수지가 얼굴을 그리면 항상 눈과 입만 그려서 오늘은 내가 “수지야 코는?”이라고 물었더니 코를 그려주고, “수지야 귀가 없는데?”라고 하니 귀도 그려주고, 머리카락 없다고 하니 머리카락도 그려주고 머리핀도 하나 꽂아주었다.
이렇게 수지와 같이 그림을 그리는 게 즐거웠다. 내가 뭐가 없는데?라고 말할 때마다 없다고 말한 그것을 그리는 아이가 너무 귀여웠다. 그렇게 완성된 그림이 내 눈엔 정말 대단한 작품처럼 보였다. 우리 수지가 그린 이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작품.
그림 그리기 하나로 아이와 웃고, 소통할 수 있었다. 수지가 3살쯤 되고 나서는 같이 보내는 휴일엔 밖으로 나가서 시간을 자주 보냈다. 수지가 에너지를 분출해야 하니 나가서 노는 걸 좋아하기도 하고, 이 시기의 아이가 밖에서 노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기도 하다.
그런데 오늘 실내에서 하루 종일 같이 시간을 보내보니, 좋은 점이 있었다.
밖에 나가면 다른 것을 구경하거나
외부의 것들에 눈을 돌리고 관심을 두는데,
집에만 있으니 다른 것에 관심을 두지 않고
오로지 아이와 우리 둘이
가까이서 소통할 수 있었다.
그림을 그리면서 그림에 대해서 아이와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아이스크림 가게놀이 같은 이런 소꿉놀이를 하면서 아이의 눈을 보며 놀이하는 내내 대화할 수 있었다.
그리고 놀이하는 내 아이를 눈앞에서 보며 아이의 행동을 집중해서 볼 수 있었다. 아이의 행동 하나하나를 자세히 보면, 너무 귀여우면서 재밌기도 하다.
아이스크림을 만들어주고 토핑도 해주느라 이리저리 바쁜 손을 보면 그저 웃음이 나고, 진지한 표정으로 장인이 아이스크림을 만드는듯한 얼굴을 하고 있는 아이를 바라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게 그 모습에 빠져든다. 보고 있는데도 계속 보고 싶은 모습이라고 할까.
놀이를 하다가 어떤 포인트에 수지가 웃으면 반달눈이 돼서 까르르 소리 내며 웃는데, 그런 수지를 보며 너무 행복했다. 정말 무해하고 해맑은 내 아이의 웃음은 나도 따라 웃게 하며 기분이 좋아지게 만드는 엄청난 힘이 있다. 웃어서 행복하다는 말을 이렇게 매일 실감하게 해준다.
아픈 아이가 밖에 잘나가지 못하고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질 텐데, 아이와 더 가까이서 친밀하게 교감하고 소통하는 소중한 시간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