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서 배우는 슬기로운 입원 생활

병원에서도 즐거움을 만나는 아이

by 행복수집가


며칠 동안 컨디션이 안 좋고 열이 나던 아이는 결국 입원을 했다. 입원하던 날, 남편이 아이를 데리고 병원에 다녀왔는데 입원한다는 연락을 받고 회사에 있던 나는 바로 조퇴를 했다. 그리고 일단 필요한 간단한 짐만 챙겨서 병원으로 갔다.


1인실은 자리가 없어서 대기를 걸어놓고 수지는 4인실에 있었다. 그 4인실도 아픈 아이들로 빈자리 없이 꽉 차 있었다.


내가 병원에 도착했을 때 수지는 소변검사로 인해 힘들어서 울고 있는 상황이었고 아파하는 아이를 꼭 안아주었다. 수지는 내 품에 안겨 울다가 잠시 후에 진정했다.


그리고 야간 근무를 가야 하는 남편과 교대를 했다.


수지 입원 기간에 남편이 계속 야간근무라 병실에서 수지 간호하는 것은 내 몫이 되었다.


이런 날을 대비해서 연차를 아끼고 있었는데, 이렇게 아낀 연차가 이제 2일 남았다. 그리고 2개 연차 중 1개를 이번에 쓰게 되었다. 연말까지 내 연차가 잘 버텨주길. 우리 수지의 올해 입원이 이번이 마지막이길 바라는 마음이다.


스케줄 근무하는 남편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시간을 내기가 어렵지만, 그래도 나는 필요할 때 연차를 쓸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


남편은 출근 준비를 위해 집으로 돌아갔고, 나와 수지 둘이 있게 되었다. 수액을 맞고 컨디션이 좋아진 수지는 조금 불편할 수도 있는 4인실 병실에서도 즐겁게 잘 있었다.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을 배울 수 있는 병원생활


4인실이라 침대마다 커튼 칸막이가 있었다. 수지는 커튼 뒤에 숨었다 나왔다 하면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라고 하며 환하게 웃었는데, 그 웃는 모습이 활짝 핀 꽃 같았다.


몸 상태는 좋지 않지만 그래도 웃는 아이 얼굴을 보니 마음이 좋았다. 몸이 아픈 이 상황에서도 웃는 아이를 보며 ‘우리 수지 금방 잘 이겨내겠구나’ 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수지 심심할까 봐 핑크퐁 사운드북을 가져왔다. 처음에 병실에서 사운드북을 틀었더니 그 소리가 혹시 다른 아픈 아이들에게 방해가 될까 싶어서 수지에게 “수지야 다른 친구들 쉬는데 시끄러울 수도 있으니까 우리 나가서 할까?”라고 하니까 수지는 고개를 끄덕이며 나가서 한다고 했다.


다른 아이들과 같이 쓰는 공간에서 타인을 배려할 수 있는 마음을 이곳에서 배울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 맘대로 사용하기 좋은 1인실을 쓰는 게 물론 더 편하고 좋겠지만, 4인실에 있는 동안엔 다른 사람들과 함께하며 배려하는 법을 배울 수 있는 경험이 될 것 같다.


아파도 웃음을 잃지 않는 아이


수지는 병동 거실에서 핑크퐁 사운드북을 틀어놓고 음악에 맞춰 신나게 리듬을 타며 즐거워했다. 병원에서 그렇게 신나고 즐거워하는 아이를 보니, 그 즐거움이 건강하게 집에 있을 때보다 더 선명하게 느껴졌다.


입원해서 아프다고 축 처져 있는 게 아니라 이곳에서도 재미를 찾아서 즐거워하고, 집보다 훨씬 제한적이고 놀 거리도 별로 없는 병원에서도 아이는 자기에게 주어진 것으로 최대한 잘 놀았다.


이런 아이를 보며 또 하나 배운다.


‘병원에는 이것도 없어, 저것도 없어’ 하고
없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가진 것에 집중하며
몇 안 되는 장난감으로도,
아니 장난감이라고 할 수 없는 것들로도
아이는 재밌어한다.


침대 커튼으로도 정말 재밌게 잘 놀았고, 침대 위에서 이불과 베개만으로 숨바꼭질도 하며 재밌어한다. 그리 크지 않은 병동 거실을 산책한다며 왔다 갔다 하기도 한다. 어항에 물고기를 보며 물고기의 모습과 움직임 하나하나를 자세히 보며 물고기에 대한 얘기를 조잘거리며 즐거워하기도 한다.


병원의 모든 것이 아이의 장난감이 되고, 즐길 거리가 된다. 겉으로 보면 이 병원에서 아이랑 둘이 뭘 하지 싶지만, 막상 여기서도 이것저것 놀 거리를 찾는 아이는 그리 지루하지 않다. 오히려 엄마와 하루 종일 있을 기회를 얻은 아이는 엄마가 곁에 있는 것만으로 편안해하고 좋아한다.


나도 이런 아이를 따라 놀다 보니, 병원생활에 나름 잘 적응하며 아이와 즐겁게 보내고 있다. (그래도 퇴원은 너무 간절하다.)


이렇게 잘 놀다 보면, 어느새 바이러스도 이겨내겠지 하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오늘 오전에 1인실로 옮겼다. 4인실에 있다가 1인실에 오니 정말 호텔이 따로 없다. 4인실에서 잤던 입원 첫날엔 코 고는 소리, 안 자는 아이 소리 때문에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새벽 4시가 넘도록 잠을 못 이루다가, 잠깐 잠이 들었던 것 같다.


그래도 수지는 나와 달리 잘 잤다. 나는 좀 못 자도 수지가 잘 잤으니 그것만으로 충분히 감사했다.


지금 입원 2일 차인 수지는 오늘 저녁 외래 진료에서 상태가 훨씬 좋아졌다는 진단을 받았다. 아직 열이 완전히 떨어지지 않았고, 치료가 좀 더 필요해서 앞으로 이틀 정도 더 입원해 있을 것 같지만 슬기롭게 자기 방식대로 병원생활을 하고 있는 수지는 씩씩하게 잘 이겨내고 퇴원할 거라 믿는다.


즐겁게 지내는 아이, 웃음을 잃지 않는 아이를 바이러스가 어찌하랴.


오히려 감사한 시간


이왕 이렇게 입원하게 된 거, 즐겁게 잘 지내고 건강하게 퇴원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그리고 병원생활하면서 오히려 집에서보다 자유시간이 더 많이 생긴 것 같다. 일단 집안일에서 벗어났고, 나는 수지 하나만 신경 쓰면 된다.


청소도, 밥도 병원에서 다 알아서 해준다. 나도 이 시간 수지와 같이 회복하고 충전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하고 병원생활을 슬기롭게 잘 해봐야겠다.


이번 병원생활을 하고 퇴원하면 수지도, 나도 좀 더 성장해 있을 것 같다. 무사히 건강하게 잘 퇴원하길 바라며 지금 주어진 이 시간도 충실히 잘 보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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