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하루의 마지막에, 그날을 돌아보며 일기를 쓴다. 손으로 쓰는 것보다 키보드로 두드리며 쓰는 걸 좋아한다.
타자 속도가 빠르다 보니, 내 생각의 속도를 키보드가 따라온다. 그래서 머릿속 생각을 거침없이 꺼내놓기에 키보드가 더 잘 맞는다.
일기를 쓴 지는 꽤 오래됐다. 예전에는 수첩 다이어리에 그날의 간단한 일들을 적는 정도였다.
그런데 브런치와 블로그를 통해 본격적인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내 일기는 단순히 그날 있었던 일을 기록하는 것에서 벗어나, 그날의 감정과 생각을 함께 담는 글이 되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분량도 길어지고, 나 자신에 대해서도 조금 더 깊이 알게 되었다.
일기를 쓰는 일은 내 마음에 거울을 비춰보는 일 같다.
일기에는 지극히 사적인 마음들을 편하게 적는다.
남들에게 굳이 알리지 않아도 되고, 남들이 몰라도 아무 상관없는, 오직 나만 알고 있는 마음들이다. 그래서인지 일기는 나를 정확하고 적나라하게 드러내주는 가장 솔직한 내 모습인 것 같다.
그런 나를 마주하면서, 예전보다 무의식적으로 흘러 보내는 생각과 감정들을 조금 더 의식하게 되었다.
일기를 쓰고, 나 자신을 매일 마주하며 '무심코', '무의식으로'라는 말과는 조금 멀어지게 된 것 같다.
나는 내가 어디서 뭘 하고 있는지, 지금 이 순간에 무엇을 느끼고 생각하는지를 늘 의식하게 된다.
일기를 쓰며 아침에 눈을 뜬 순간부터 잠들기 전까지, 내가 어떤 일을 하고 어떤 생각을 했는지 그 흐름을 따라간다.
그 순간순간의 마음을 기록하다 보면, 매일 마주하는 작은 것들에서 얼마나 큰 기쁨을 느끼는지, 그리고 그 반복되는 하루들이 내 삶을 얼마나 단단히 지탱하고 있는지를 또렷하게 깨닫게 된다.
당연한 듯 매일 보고 겪는 일들, 소소한 순간들 속에도 아름다움이 들어 있다. 나는 그 작은 아름다움을 매일 마음 깊이 느낀다.
그리고 특별히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일기에는 감사와 행복을 느꼈던 순간들을 많이 쓰게 된다. 불만이나 불평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글을 쓰다 보니 어느새 나도 모르게 일상 속에서 '감사'와 '행복'에 초점을 맞추는 마음으로 세팅된 것 같다.
그래서 어떤 상황에서도, 그 안에서 감사와 행복을 찾아낸다. '감사와 행복'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감사하지 않을 일이 없다는 걸, 모든 것에 행복이 스며있다는 걸 알아간다.
매일 아침 눈을 뜨면 옆에 곤히 자고 있는 아이를 볼 수 있는 행복, 수지가 무사히 등원하고 내가 무사히 출근할 수 있는 행복, 매일의 독서, 글쓰기, 음악 듣기, 산책, 필사, 운동 같은 내가 사랑하고 좋아하는 일들로 채워진 하루. 그런 하루를 돌아보면 저절로 감사한 마음이 올라온다.
이런 감사와 행복의 이야기들이 내 일기를 가득 채운 것을 볼 때면 자연스레 흐뭇함과 뿌듯함이 밀려온다.
늘 '감사하다', '행복하다'로 마무리되는 나의 하루.
그 하루를 돌아보면 오늘도 무사히 보냈음에, 별 일 없이 지나갔음에, 평소처럼 출근하고 내가 좋아하는 시간들을 보냈음에, 가족들과 웃고 맛있는 음식을 함께할 수 있었음에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이 든다.
행복은 멀리 있는 게 아니라, 언제나 내 곁에 있다는 걸 매일 실감하며 살아간다.
가끔 찾아오는 이벤트 같은 일들은 내 일상에 새로움을 불어넣고, 생각을 환기시켜 준다. 그것 또한 감사한 일이다.
그런 특별한 날들이 자주 있지 않아도 괜찮다. 무난하고 무던하게 흘러가는 하루하루 속에도 행복은 언제나 반짝이고 있으니까.
일기를 쓰며 매일 마주하는 것들에 대한 소중함과 아름다움을 조금 더 깊이 알아가고 있다.
감사와 행복에 초점을 맞춘 일기는 내 마음속 행복의 뿌리를 더욱 단단하고 깊게 만들어준다. 감사에 집중할수록, 감사를 느끼는 감각이 점점 더 예민해진다.
일기를 다 쓰고 나면 한번 더 천천히 훑어본다. 공부할 때 중요한 부분에 밑줄을 긋듯, 그날의 일기에서 내가 느낀 감정이나 소중하다고 여겨지는 순간들에 줄을 그어둔다.
그렇게 다시 되새긴다.
'오늘 나는 이런 일에 감사함을 느꼈구나. 이런 순간에서 행복을 느꼈구나.'
그날의 좋았던 마음과 기억을 다시 떠올리며 그 감정을 한번 더 깊이 음미한다. 그러면 마음이 어느새 더 따뜻해진다.
일기를 쓰며, 그날의 행복을 떠올리는 습관이 생겼다.
행복했던 기억으로 하루를 마무리하는 일보다 따뜻하고 포근한 하루의 끝은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