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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덮어준 담요에 담긴 사랑

내 마음을 덮어준 아이의 햇살

by 행복수집가

얼마 전 저녁이었다. 저녁밥을 먹은 뒤, 나는 부엌에서 그릇을 헹궈 식세기에 넣고 있었다.


그리고 환기를 시키려고 창문을 열어두었는데, 차가운 밤바람이 집 안으로 스며들어 나도 모르게 "아, 춥다" 하는 말이 입 밖으로 흘러나왔다.


거실에서 놀고 있던 아이는 내가 무심코 뱉은 그 말을 들었는지, "엄마, 추워?" 하고 말하더니 이내 담요를 들고 와 내 등 뒤로 살며시 덮어주었다. 나는 서 있었고, 수지는 제 몸보다 몇 배는 더 큰 담요를 두 팔로 힘껏 펼쳐 최대한 내 몸을 감싸주려 했다.


세상에, 이런 감동이 또 있을까.
그야말로 무방비 상태에서 아이에게 감동폭격을 맞았다.


나는 곧 울 것 같은 목소리로 너무 고맙다고, 감동이라고 말하자 수지는 "이제 안 추워?" 하고 물었다.
나는 "응, 너무 따뜻해" 하고 대답했다.

내 말을 들은 수지는 안도한 듯 담요를 다시 제자리로 가져다 놓았다.


아까까지만 해도 절로 나왔던 "아, 추워"라는 말이 사라지고, 수지가 잠시 덮어준 담요의 온기가 저녁 내내 내 몸과 마음을 포근하게 감싸고 있는 듯했다. 참 따뜻한 저녁이었다.


수지는 언제나 내 말에 귀를 열어두고 있는 것 같다.
혼자 노는 것처럼 보여도, 내가 무슨 말을 하거나 작은 행동을 하면 귀를 쫑긋 세우고 눈을 반짝이며 반응을 보인다.


수지의 관심은 언제나 엄마를 향해 있다.


이렇게 아이의 뜨거운 관심을 매일 받으며 다시 한번 느낀다. 부모가 아이를 향한 사랑도 크고 깊지만, 아이가 부모를 향한 사랑 또한 가늠할 수 없을 만큼 넓고 따뜻하다는 것을.


아이 덕분에 마음이 추울 날이 없다.
내 마음에는 늘 따뜻한 햇살이 비춘다.
아이라는 이름의 햇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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