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저녁이었다. 저녁 식사와 뒷정리를 모두 마친 뒤, 우리 세 식구는 거실에 모여 쉬고 있었다.
남편이 소파에 눕으려는 순간, 수지가 말했다.
"아빠, 잠깐만. 내 다리에 누워."
그러더니 아빠가 눕기도 전에 소파에 먼저 가서 앉더니, 자기 무릎을 톡톡 두드렸다.
아빠에게 무릎베개를 해주려는 수지가 너무 귀여워 우리 부부는 절로 웃음이 났다.
남편은 "아빠는 수지 무릎베개가 제일 좋아!"라고 말하며 애착베개라도 안듯 수지의 다리를 쓰다듬고는 머리를 기대어 누웠다. 남편은 무척 편안해 보였고, 수지는 자기 다리에 누운 아빠를 지그시 바라보며 환하게 웃었다.
그 모습을 보는 순간, 마음이 따뜻해졌다. 정말 행복한 한 장면이었다. 이 장면을 오래 기억하고 싶었다. 마음이 추울 때마다 이 장면을 떠올리면 금세 온기가 돌아올 것만 같았다.
수지는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을까.
아빠가 눕는 모습을 보자마자 자기 다리를 베개처럼 내어주는 딸이라니. 어쩜 이리 사랑스럽고 다정할 수 있을까.
사이좋은 아빠와 딸의 모습을 보는 것은 내게 큰 행복이다. 내가 사랑하는 두 사람이 서로를 아끼고 다정하게 대해주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해진다.
우리 집에서는 이런 장면이 자주 펼쳐진다. 다정한 아빠와 아이. 그 모습을 지켜보기만 해도 마음속에 따뜻한 온기가 스며든다.
생각해 보면, 우리 집이 따뜻한 이유는 바로 이 사랑의 온기 덕분이다. 그 온기가 식지 않도록, 사랑 많은 아이가 매일 우리 집 온도를 조금씩 올려주고 있는 것 같다.
참 행복한 날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