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즈카페에서 만난 아이의 성장
지난 주말, 아이와 오랜만에 키즈카페에 갔다. 나는 키즈카페를 자주 가지 않는 편이라 정말 갈 곳이 없을 때만 가곤 한다. 그래서 그런지 자주 가지 않는 만큼, 수지는 오랜만에 가면 더 즐겁게 노는 것 같다.
키즈카페에는 아장아장 걷는 아기부터 초등학생 아이들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아이들이 있다. 대부분은 친구들과 함께 오는데, 친구가 있으면 알아서 잘 놀기 때문에 부모들은 크게 따라다닐 필요가 없다.
그런데 이번엔 수지가 혼자 간 터라, 나도 계속 곁에서 지켜보며 함께 있었다. 수지는 내가 시야에 있어야 더 안정적으로 잘 놀지만, 친구가 생기면 엄마가 곁에 없어도 즐겁게 잘 논다. 그날은 친구가 없었으니, 나는 계속 수지의 뒤를 따라다녔다. 수지는 내 시선 안에서 자유롭고 신나게 놀았고, 나 역시 그런 수지를 보는 것이 흐뭇했다.
한참을 혼자서 잘 놀고 있던 수지는 방방 플레이존에서 자연스럽게 일곱 살 언니와 함께 놀게 되었다. 수지는 혼자 노는 것보다 또래와 함께 노는 걸 더 좋아해서, 그 언니와 함께 하게 되자 무척 즐거워했다.
언니 주위를 맴돌며 따라다니고, 언니가 하는 걸 똑같이 따라 하는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나는 멀리서 조용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던 중, 수지가 갑자기 내게 와서 귓속말로 말했다.
"엄마, 나 언니랑 놀고 싶어서 용기 내서 먼저 말했어. 언니랑 같이 놀고 싶다고."
그 말을 듣는 순간, 가슴이 따뜻해졌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수지는 친구에게 먼저 말을 거는 게 부끄럽다고 했었다. 친구가 먼저 다가오면 잘 놀 수 있지만 스스로 먼저 '같이 놀자'라고 말하는 건 어렵다고 말했었다.
그런데 그 말을 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수지는 스스로 용기를 냈다. "같이 놀고 싶다"라고 먼저 이야기한 것이다. 그 작은 한마디에 담긴 용기가 너무나 사랑스럽고 대견했다.
나는 수지를 안아주며 "잘했어. 우리 수지가 용기 냈구나! 이제 언니랑 재밌게 놀아" 하고 칭찬해 주었다. 수지는 신난 발걸음으로 다시 언니에게 달려갔다.
수지가 환하게 웃으며 언니와 어울려 노는 모습을 보니, 괜히 뭉클하고 마음이 찡했다. 아이가 또 한 뼘 자랐다는 걸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얼마 전, 수지가 "나는 먼저 말 못 걸어"라고 말했을 때, 나는 별다른 조언을 하지 않았다.
"그렇구나, 수지는 먼저 말하기 부끄럽구나. 그래도 정말 같이 놀고 싶으면 용기 내서 먼저 말해도 돼. 그러면 친구도 좋아할 거야."
그저 이렇게만 말했었다.
걱정하지 않았던 이유는, 수지가 먼저 말하기는 어려워해도 먼저 다가와 준 친구들과는 늘 잘 지냈기 때문이다. 이 또한 아이가 자연스럽게 겪고 지나가는 성장의 한 과정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실제로, 아이는 스스로 자라고 있었다.
누군가에게 먼저 말을 거는 걸 낯설어하고 부끄러워하던 수지가, 조금 더 마음의 문을 열고, 스스로 용기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누가 시켜서도 아니고, 억지로 한 것도 아니라는 점이 더욱 기특했다.
함께 놀던 언니는 중간에 다른 친구에게 가버리기도 했지만, 수지는 잠시 아쉬워한 뒤 이내 혼자서도 씩씩하게 잘 놀았다. 잠시 후에는 더 어린 동생을 만나 오히려 챙겨주며 놀기도 했다.
혼자 노는 것보다 함께 노는 걸 더 좋아하는 수지는, 늘 주변 아이들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자연스럽게 놀이의 기회를 만들어갔다. 그 모습만 봐도 '우리 수지가 잘 자라고 있구나' 하는 마음이 들었다.
나는 다시 한번 깨닫는다. 내가 조급해하지 않아도, 재촉하지 않아도, 걱정하지 않아도 아이는 자기 속도로 잘 자란다는 것을. 내가 할 일은 그저 아이를 믿고, 사랑하고, 응원해 주는 것뿐이라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