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할아버지에게 손녀가 쓴 편지
지금 친정 아빠는 허리 수술을 하셔서 병원에 입원 중이다. 한동안 허리 통증으로 많이 고생하시다가, 어느 날은 아예 움직이지도 못할 정도가 되어 병원에 가셨다. 그리고 디스크가 터졌다는 진단을 받자마자 그날 오후 바로 수술을 하셨다.
다행히 수술은 잘 되었고 회복도 빠른 편이라 이번 주 목요일에 퇴원하신다.
아빠가 수술했다는 소식에 걱정이 컸지만, 한편으로는 그동안 오래 고생하신 만큼 이번 기회에 제대로 치료받고 더 건강해지셨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수술 소식을 들은 날, 나는 아이에게 할아버지 소식을 전했다.
"수지야, 할아버지가 허리가 너무 아파서 병원에서 수술했대."
이 말을 들은 수지는 할아버지가 왜 아픈지, 어디가 어떻게 다쳤는지 꼼꼼히 물어보더니 이렇게 말했다.
"할아버지한테 편지 써야겠다."
그날 저녁, 수지는 혼자 색종이를 접으며 봉투를 만들고, 편지지도 잘라 만들고, 작은 하트까지 만들었다. 한참을 끄적거리더니 나를 불러 편지에 적을 글을 연필로 먼저 써달라고 했다. 자기는 그 위에 네임펜으로 또박또박 따라 쓸 거라면서.
내가 "뭐라고 써줄까?"라고 묻기도 전에, 수지는 이미 편지 내용을 다 생각해 놓고 말했다.
"할아버지 아프지 마세요. 건강하게 지내세요. 저랑 친하게 지내요. 할아버지 사랑해요."
나는 수지가 불러주는 글을 연필로 적었고, 수지는 그 위에 자신의 글씨체로 하나하나 꾹꾹 눌러썼다. 그 모습을 보며 괜스레 마음이 뭉클해졌다. 이 편지를 아빠가 받으면 얼마나 큰 힘이 될까 생각하니 눈가가 따뜻해졌다.
편지가 완성되자 수지는 직접 만든 작은 봉투에 편지를 넣고, 자기가 좋아하는 사탕도 한 개 넣어 마무리했다.
작은 손끝에서 나온 정성 가득한 마음이 그대로 담긴 편지였다.
다음날 우리는 그 편지를 들고 병문안을 갔다. 수술 당일, 엄마가 보내준 사진 속 아빠는 많이 힘들어 보였는데 막상 병원에서 얼굴을 보니 전날보다 안색이 훨씬 좋아져 있었다.
병실에 들어가자 엄마 아빠는 환하게 웃으며 우리를 반겼다. 아빠는 침대 등받이를 세우고 앉아 수지를 두 팔 벌려 맞아주었다.
아빠는 '수지 이름만 들어도 힘이 난다'라고 하셨는데, 그런 손녀를 직접 만나니 얼마나 더 기뻤을까. 아빠 얼굴에 금세 생기가 돌았다.
수지는 직접 만든 편지를 할아버지에게 건넸다. 내가 그 편지는 사진으로 찍어 미리 보여드리긴 했는데, 실물로 받아보니 훨씬 더 기뻐하셨다.
수지는 아무렇지 않게 아빠 옆에 앉아 장난도 치고, 이야기하며 웃었다. 아빠 얼굴에서는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그 표정만으로도 '아빠, 금방 다시 건강해지시겠구나' 하는 마음이 들었다. 정말 수지를 데려오길 잘했다 싶었다.
'사랑스러운 손녀를 보는 기쁨' 만큼 힘이 되는 약이 또 있을까. 사랑은 모든 걸 이긴다. 그 시간 동안 병실은 온기가 가득 돌았다.
수지가 머무르는 짧은 시간 동안 아빠도, 엄마도, 나도 마음 깊숙이 따뜻한 힘을 얻었다.
아빠가 저녁을 드시는 모습을 보고 우리는 병원을 나섰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수지가 주는 사랑과 활력 덕분에 부모님은 오래도록 행복해하셨다.
사랑이 있는 곳엔 자연스레 행복이 피어난다. 그날 병실에는 행복이 가득했다. 수지가 다녀간 후, 아빠는 더 편안한 마음으로 잘 쉬셨을 것 같다.
이제 무거운 것을 들면 안 되니 예전처럼 수지를 번쩍 들어 올리지는 못하겠지만, 아이와 눈을 맞추고 꼭 안아주는 날이 곧 오겠지. 그 순간을 떠올리기만 해도 마음이 따뜻해진다.